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가족들이 모여서 놀이공원을 갔었더랬습니다.. 연간회원권이란걸 끊다보니 애들은 하루종일 놀이기구 타기에 바쁘더군요.. 나름 식구가 많은터라 아빠라는 사람은 놀이기구에 아이들과 덩달아 타야되는 불상사(?!)가 조성되는거죠.. 사실 전 회전목마 및 범퍼카를 제외하고는 땅에서 조금이라도 뜨는 놀이기구는 타지를 못하는 사람입니다.. 선천성 멀미증후군이 있어서 그런지 예전부터 큰 맘 먹고 놀이기구 한번 타고 나면 하루종일 기절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곤 했었던거죠.. 그래서 늘 아이들을 태워주고 사진을 찍어준다는 핑계거리를 만들곤 했죠.. 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타는것도 무척이나 좋아라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이번에 간 놀이공원의 바이킹이 무척이나 작더군요.. 저 정도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들은 아빠가 놀이기구를 못탄다는 사실을 이미 꿰고 있더군요.. 어떻게 알았을까요?.. 하여튼 탔습니다.. 그것도 맨 뒤에 앉았습니다.. 괄약근에 힘을 꽉 주고 안전바를 힘줄 터져나가듯 잡고 있으니 여유로운 아들넘이 이렇게 말합디다.. 아빠, 무섭고 걱정되면 내 손 꼭잡아!................... 전 잡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들의 허벅지를 나도 모르게 너무 세고 거머쥐어서 나중에 멍이 들었더군요... 이건 뭐, 아빠가 지켜줄테니 걱정하지마가 아니라 아빠, 내가 지켜줄테니 걱정하지마가 되어버렸더군요...정말 놀이기구 싫습니다..

 

뜬금없는 "아들의 방"이라는 제목을 달고 국내에 출시가 되었지만 원제는 HOLD TIGHT라는 어설프게 번역해보면 (아랫입술 꼭 깨물고) 꼭 쫌 잡아주이소마~정도 될라나요?.. 내용을 보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제목만 봐도 부모자식간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구나라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렇습니다.. 할런 코벤의 변함없는 끈끈한 가족애를 다룬 작품이 되겠습니다.. 물론 그 속에 범죄를 잊지않고 꼭 넣어주는 배려도 잊지 않고 말이죠.. 시작과 동시에 한 여인이 무참하게 폭행을 당하고 살해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일종의 프롤로그인거죠.. 왜 죽었는지는 안나옵니다.. 읽어봐라는 이야기인거죠.. 그리고 미국의 잘나가는 중상류층의 교외지역에서 살아가는 가족이 등장합니다.. 애덤 바이 가족입니다.. 그러니까 아빠인 마이크는 의사, 엄마 티아는 변호사인 아주 훈륭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가족입니다.. 그리고 애덤은 열 여섯 먹은 반항기의 고딩이고 딸아이 질은 열 한살의 온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이입니다.. 단란한 가정이죠.. 하지만 몇달전 애덤은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돌변하여 가족들간의 소통의 단절을 하게 됩니다.. 부모들은 도저히 파악이 안되죠.. 얘가 왜 이러지?.. 구슬려 보기도 하고 화도 내보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도 도대체가 진전이 없습니다.. 아이가 뭘하고 지내는지,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돌변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거죠 부모로서는 자식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물론 아이의 사생활을 조금 헤집는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아이에 대해서 알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도청을 하게됩니다.. 인터넷으로 아이의 생활을 엿보는거죠.. 이렇게 사건은 시작이 됩니다.. 몇달전 애덤의 친구인 스티브가 자살하게된 시기와 애덤의 돌변한 모습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대강 눈치를 채는거죠.. 그리고 시기적 반항과 일탈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부모의 모습과 함께 살인사건의 수사가 번갈아가면서 보여지는거죠..이거 뭔가 연결이 되는 듯한데 도대체 뭘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장은 수도없이 뒤로 넘어갑니다.. 물론 잠 잘 시간이 줄어든다는 불안감과 함께 말이죠..

 

개인적으로 볼때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의 작품의 유형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입니다.. 언제나 가족이 등장하죠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불상사가 전면적으로 닥칩니다.. 아예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립니다.. 아무도 믿을 넘이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버리는거죠.. 그리고 소시민이고 평범한 한 일반인은 죽을 힘을 다해 누명과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칩니다.. 그리고 언제나 반전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죠..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그래서 공감이 쉽고 이해가 빠르고 궁금증을 반전으로 정리하는 소설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뭐 재미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코벤을 즐기는 사람들과 코벤은 너무 똑같아서 이제 재미없어라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그 말은 처음은 무조건 재미를 느낄수 있는 작가이지만 몇 번 보면 지치거나 또는 중독이 되어버린다는 뭐 그런 것일테죠.. 저의 경우는 늘 비슷한 구성과 작풍이지만 변함없는 코벤작가의 분위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중독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네요.. 코벤은 무조건 본다 뭐 이런 주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현실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소재는 무척이나 섬뜩하면서도 공감이 잘 됩니다.. 부모와 자식과 또래집단의 아픔을 담고 있으니까요.. 남의 일로 치부하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내 일같은 느낌이 드는거죠.. 그래서 일단 감정이입은 잘 되었구요.. 그 속에 범죄와 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버무려서 궁금증을 유발하니 스릴러소설적 재미에 한 몫을 하는거죠.. 가족들간의 연관성과 살인이라는 소재가 동떨어져보이지만 무엇인가 연결이 되어있음을 읽는 내내 살포니 내포하고 있어 가독성을 이어나가는데는 코벤작가의 역량이 최고라는거죠.. 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너무 코벤적 구성이 변함이 없어 지겨워하실 우려가 있구요 구성상에 살인을 행하는 범죄와 사건의 중심을 이어주는 연결성이 헐겁다는 생각도 했구요(조금 황당스러울수도 있겠네요) 이전에 보여주었던 코벤식 반전의 효과도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헉~할 정도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은 없었다는 없어지만 그래도 작품을 이어나가면서 보여주는 소설적 서사의 재미는 오히려 이전작들보다는 더 낫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게 되는군요.. 이유인즉슨 아버지로서 부모로서 가족이라는 구성체에 대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보면 이거슨 코벤소설이라는 일종의 정형화된 스릴러적 구성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코벤이라는 작가의 변함없는 서사적 소재인 평범한 소시민(물론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잘나가는 엘리트들이 많음)의 죽을 똥을 싸는 인생역정의 엿보기와 가족이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어떤이는 지겨울 수도, 어떤이는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읽는동안만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라, 또 이런 이야기야!라면서 지겨워 하면서도 읽을때는 분명히 재미있을꺼라고 장담합니다만 이건 만고 제생각이구요.. 이미 전 코벤의 방식에 흔쾌히 저의 수면시간을 할애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처음 영미스릴러소설을 접하시는 분들이나 일미등에 지쳐 새로운 소설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권해드려도 욕은 안먹을것 같구요.. 늘 영미에 심취해 계시거나 스릴러 분야에 전문적 독서능력이 지대하신 분들에게는 알아서 선택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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