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보통 독후감을 쓸때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지를 않습니다.. 읽은 직후 떠오른점을 기준으로 그냥 적어내려가는게 보통 저의 방법입니다만 뭐랄까요, 이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쓸려니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군요.. 특히나 아버지라는 존재감과 가정이라는 주제속에 묻어있는 감성적 밀도가 무척이나 강하기 때문에 첫글을 적는 시작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꼭 연애편지 쓸때 첫문단을 수십번 적는것과 별다를게 없네요.. 그만큼 생각을 많이하게되는 작품입니다라꼬 해놓고 시작해봅시다.. 다음 단락은 책에 대한 내용이 아니니 통과하셔도 무방합니다..

 

키 182센티미터, 몸무게 100키로, 나이 68세 이 분이 저의 부친이십니다.. 여전히 건강하시고 변함없는 경제일꾼으로 나라에 가정에 보탬을 주시고 계십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처럼 상당히 남자답고 외경스러운 분위기도 풍기십니다.. 어린시절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그런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들은 자신이 커나감에 따라 어린시절 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과는 또다른 부분을 알게 되더군요.. 아닐수도 있구요.. 전 그랬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른 연약하고 외롭게 세상을 견뎌나가는 힘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되더군요.. 이해를 하기보다는 외면을 하게 되더군요.. 그시대의 아버지와 아들들이 대체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하는 부자관계가 아닌지라 그저 몇마디 말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척 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었고 아이들이 커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옷차림을 따라하고 아빠처럼 되고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의 아이들이 보는 아빠의 모습속에 제가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을겁니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또다른 저를 이 아이들은 어떻게 보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것은 아니구나, 그때 나의 행동과 생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너무 늦어버리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지금이라도 부친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서로에게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그게 너무나도 어렵더군요.. 흘러버린 시간만큼 아버지와 저와의 사이에서는 단단한 벽이 세워져 쉽게 허물어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전히 연약한 아버지의 모습속의 이해력이 부족한 저를 탓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 모습 또한 내아버지라는 것을 알기에 바꿔보리라 노력하고 있네요.. 어느날 아내가 이런말을 합디다.. 어떻게 그렇게 아버님이랑 자기는 똑같냐고.... 그 말에 불끈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왜 전 아버지와 같다는 그 말에 화를 내게 된걸까요?.. 그렇게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아버지인데 똑같다고 화를 내는 그 상황의 불편한 진실..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책이야기합시다..

 

"라스트 차일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과 폭력과 범죄와 인생과 사회등을 하나로 잘 묶었습니다.. 그 중심에 인간이 있고 한 아이가 있습니다.. 성장소설인셈이죠.. 그리고 스릴러소설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족소설입니다.. 세상의 폭력에 고통받는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죠.. 감성적 내용이지만 무척이나 아프고 무서운 현실적 범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조니는 엘리사와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무척이나 행복한 가정에서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실종됩니다.. 그리고 찾지를 못하죠.. 1년이 지나 그들의 가족은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조니의 아버지는 죄책감에 못이겨 집을 나가버렸고 엄마인 캐서린은 고통에 못이겨 세상속에서 숨어들어 약물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을 돌봐주는 켄은 그런 엄마를 농락하고 조니를 학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조니는 엘리사를 찾기위해 주어진 고통속의 현실과 이제는 거의 꺼져버린 희망의 끈속에서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헌터반장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자책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거죠.. 그러다가 조니의 눈앞에서 사고가 벌어집니다.. 한 남자가 사고를 당하고 그의 입에서 유괴된 소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실종된 엘리사라는 생각과 함께 죽음의 기운에 공포를 느낀 조니는 달아납니다.. 그리고 거대한 흑인남자 프리맨틀에게 붙들리지만 다시 달아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티파니라는 학교친구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과 진실의 모험이 시작되는거죠.. 친구 잭과 함께 진실을 찾아 나선 조니의 희망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대단한 즐거움과 독서의 재미를 줍니다.. 하나의 주제속에 많은것을 녹여낸 작가의 역량이 어떤지 생각하게끔 만들어줍니다..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그 후유증을 보여주는 부분만으로도 먹먹한 현실의 고통입니다만 그 속에서 성장하는 한 소년과 상황의 묘사는 개인적으로는 아주 대단한 공감과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근래 읽어본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가슴에 와닿는 서사이고 문장이고 묘사이고 그랬습니다.. 전 딱히 문장력에 대해 크게 생각하질 않는 편입니다.. 대부분 이야기의 구성이나 속도감등의 재미에 중점을 두죠.. 하지만 이 작품속에 묻어나는 감성적 묘사와 상황적 모습은 무척이나 제 마음속으로 스며듭디다(가을이라서 그런가요?) 전반적으로 배어있는 감성은 아픔입니다.. 그리고 공포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그렇듯 인간이 있죠.. 악한 인간과 연약하지만 선하고 버텨내는 인간들.. 이런 것들을 아주 적절하게 잘 구성하여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행복한 독서였다고 또다시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존 하트의 국내 출간된 전작인 "라이어"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작품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모습과 일그러진 가족의 환영이 보여지죠..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었고 법정스릴러의 형식과 나름 괜찮은 반전을 보여주었던 작품이었는데 말이죠.. 전 그작품을 그렇게 좋게 보질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주고자 했고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여러형태의 쓰잘데기 없는(제가 느끼기에는 말이죠) 이야기들을 중간중간 너무 끄집어내주셨다는 생각과 함께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생각을 헀습니다.. 제 기억이 제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지루한 문장적 형태가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았다라는 뭐 이런 비전문적인 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억이 확실한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만.. 쉽게 말해서 분량을 억지로 늘려놓은 듯한 작품이었다라는 말이었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요, 이 작품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의도와 주제는 "라이어"에서와 이 작품 "라스트 차일드"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가족과 인간과 현실과 생활과 관계의 소통을 보여주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작품은 많은 차이를 보이는군요.. 전작에서의 군더더기같은 문장들이 라스트 차일드에서는 전체적 주제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착착 감기더라는거죠.. 그리고 전작에서 보여준 끊어지는 듯한 주인공의 회상과 심리적 교차점들이 라스트 차일드에서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위의 인물들의 소통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더라는거죠.. 이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젊은 양반이(?) 이런 문장적 즐거움과 작품속에 동화되는 집중도를 독자에게서 끌어낸다는게 무척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저의 입장에서 말이죠..

 

가장 중요한 사건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역할과 그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잡아주셔서 너무 좋았구요.. 하나같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서사속에 잘 스며들어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뜬금없는 캐릭터와 안드로메다형 인물 캐릭터가 될 소지가 다분했던 프리맨틀의 경우도 중요인물답게 작품의 구성속에 잘 스며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디다.. 물론 마지막의 반전과 진실의 모습들도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소설적인 형태의 작품이었다는 뭐 그런 간단한 독후감으로 마무리를 해볼까 하구요.. 가만히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칭찬일색이군요.. 아무래도 전작에서의 비교적 상황도 작용을 했지 싶구요.. 소설속의 내용들이 제 감성과 잘 들어맞았다는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도 바람이 축축한 이파리를 떨구는 스산한 날씨의 울적함이 시점을 잘 맞춘거 같습니다.. 아, 이거 가을타는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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