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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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가 생각나더군요.. 11통을 손으로 직접 적어서 보내드린 기억도 납니다.. 아주 순수하고 순진할  때였었던 것 같아요.. 주위 친구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위의 누군가가 죽게 된다고 공포감을 심어주었거덩요.. 밤 늦게까지 또박또박 손으로 정성들여 작성한 11통의 행운의 편지를 전화번호부에 나오는 주소의 이름으로 무턱대고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보내는 사람은 당근 당신의 행운의 친구라고 적었습죠.. 하지만 그렇게 시키는대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행운은 찾아오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님 행운이 왔는데도 잡지를 못했을 수도 있을거구요.. 하여튼 행운의 편지를 받은 후에 느꼈던 짜증스러운 불행적 느낌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군요.. 또한 저의 11통의 편지를 전해받은 분들중에서 또다시 11통을 보내신 분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저처럼 행운의 편지가 불행의 편지처럼 느껴지셨을게 뻔하니까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이 편지라는 개념의 의미가 많이 사라져버린 느낌이군요.. 글로 적는 편지는 이제는 영영~ 쩝, 조금은 허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흐린 가을 하늘에 자신의 글씨로 정성들여 편지를 함 써보까요?.. 싫음 (김밥)말고..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658, 우연히"라는 번역제목인데 말이죠.. 원제목은 숫자를 생각해보아~라는 뭐 이런겁니다..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뉴욕의 강력계형사를 은퇴한 데이브 거니는 전원주택에서 부인과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평생동안 다뤄온 범죄사건속에서 벗어나질 못하죠.. 그래서 부인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있습니다.. 부부로 사는동안 가슴 졸이며 무서운 세상속에 놓인 남편을 바라보고만 살아왔던 아내 매들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니까요.. 이런 부부간의 갈등과 아픔 역시 소설의 전반에 걸쳐 다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속에서의 매들린의 역할(!)도 무시 못합니다.. 하여튼 이렇게 은퇴한 거니에게 이전 동창인 맬러리가 개인적 사건을 의뢰합니다.. 이상야릇한 사건인거죠.. 누군가가 편지를 보냈고 맬러리에게 숫자를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숫자가 뒤이어 보내온 편지속에 그대로 적혀있는겁니다.. 이야기도 나눠보지 않고 단지 편지만 보고 생각한 숫자를 발신자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숫자가 658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이죠.. 하지만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누군지 모르는 발신자는 그렇게 맬러리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래서 맬러리는 은퇴한 유명한 뉴욕의 강력계 형사인 거니를 찾아온거죠.. 거니는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하지만 뭔가 켕기는게 있는 듯한 맬러리는 그러질 못합니다.. 거니는 사건의 찝찝함을 느끼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대처할 방법을 제대로 찾질 못하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맬러리가 살해됩니다.. 유리병의 깨진 조각으로 목이 잘려는 참혹한 모습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범죄유형이 동일합니다.. 그렇게 연쇄살인범으로 현실에 드러난 발신자는 경찰과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은퇴한 형사 데이브 거니가 있죠.. 과연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을 찾을 수 있을까요?..

 

상당히 색다른 내용입니다.. 소재 자체의 특이성도 있지만 사건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나름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은퇴한 강력계 형사의 입장에서의 개인적 생활과의 연관성들도 공감을 이끌어내어줍니다.. 또한 사건의 해결방식을 우격다짐이 아닌 자연스러운 사고의 전환과 단서의 추리가 아주 현실감이 있습니다.. 너무 똑똑한체하지도 그렇다고 뜬금없이 밝혀지는 아마추어적 발상이 아니어서 미스터리적 관점에서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말이 많습니다.. 거니의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시점이라 여러가지 골치아픈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하겠지만 그걸 독자들에게 모두 내비쳐주면 독자들도 골치가 아파지거덩요.. 현실적으로 보여지는 추리적 상황이 더디게 진행되다보니 짜증스럽고 그 중간중간에 거니의 개인적 사생활과 맞부닥쳐지니까 더욱 사건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상당히 두꺼운 분량인데다가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기까지가 거의 중반정도까지 지나가 됩니다.. 사건을 펼쳐내는 부분에서 너무 말이 많다보니 긴 호흡이 아닌 독자들에게는 헐떡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거죠..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의 추리과정과 해결의 정점까지도 독자들은 거니의 골치아픈 머리속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되기 때문에 역시 덩달아 골치가 아파지는거죠.. 무엇보다도 마지막 연쇄살인범에 대한 내막이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과거의 진실들은 앞서 우리가 보아오던 사건들과 완전 따로국밥처럼 마무리가 되는 바람에 조금은 멍해지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숫자개념의 독심술과 관련한 추리적 방식과 가설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점을 다시한번 강조를 하구요..

 

존 버든이라는 작가는 신예작가인 듯 합니다.. 이 작품이 처녀작이고 출세작이기도 하군요.. 데뷔작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를 잘 찾으신 듯 하구요.. 데이브 거니라는 머리속에 범죄사건과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득찬 은퇴한 강력계 형사의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브 거니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존 버든 작가의 소재 선택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다음편에서는 개인적으로 볼때 쓸데없어 보이는 말들은 조금 줄여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말이 많다보면 진행이 더뎌지고 그럼 재미없어지니까요..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진행이 꿈뜨면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제가 원하는것은 고전소설류의 문장이나  상황적 묘사방식등을 즐기고 싶은게 아니거덩요.. 그냥 대중소설다운 사건의 빠른 진행과 감각적 즐거움을 찾고 싶은거걸랑요.. 자꾸 이 스타일을 고수하면 싫어할꺼야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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