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눈이라는 기관이 얼마나 많은 자유를 안겨다 주는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를 못합니다.. 공기가 인간은 숨쉬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과 비슷하겠죠.. 늘 그래왔다는 거..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 쉽게 적응하질 못한다는 거 말입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왜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고 왜 죽게 되는지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체험적 공포를 당해보지 못했으니 알리가 없다는거죠.. 또한 보여지는 세상의 모습에 대해 전혀 감흥을 가지지 못하는 일반적인 이유 역시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속으로 이론적 공감은 가능하지만 체험적 공감까지는 불가능한 것이니까요.. 볼 수 없는 분들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얼마전 눈병으로 하루정도 앞을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수억만분의 일정도의 체험적 공감을 해보았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상당히 힘들고 지칠수 밖에 없는 행동적 제약에 어려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짜증스럽고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네들의 장애를 공감한다아~라고 떠들고 싶은 마음은 아닙니다.. 단지 여전히 세상은 그들의 입장과 상황보다는 일반적인 인간들의 이기적 사고밖에 할 수 없는 못돼먹은 사회적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복지, 복지라고 떠들어대기만 할 뿐 그 복지를 받아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참 희한한 세상이니 말이죠...

 

"사라진 소녀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열살된 아이들입니다.. 그녀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지나는 십년 전에 홀로 마당에서 납치를 당합니다.. 그리고 사라지죠.. 십년이 지난 후 사라는 자신의 복지시설의 방에서 납치를 당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공포의 눈이 있죠.. 과연 이 사라진 소녀들의 연관성은 있는 것일까요?.. 여형사 프란치스카는 이들의 납치에 대해 파악을 하던 중 십년전 사건과 거의 동일한 수법과 납치 유형을 발견하게 되고 지나의 오빠인 막스에게 지난 사건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탐문수사가 이루어지죠... 어디엔가 납치가 된 현재의 사라는 사이코패쓰의 감금과 변태적 행위에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가까이에 다가온 죽음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사라진 소녀들은 누구에 의해서 사라진 것일까요?.. 함께 찾아 나서 보시죠..

 

일반적이지 않은 납치사건을 다룬 스릴러작품입니다.. 아동강간이나 성폭력에 대한 내용은 대동소이하나 무엇보다도 장애를 가진 여아의 공포와 맞물린 심리적 스릴러물이니 조금 더 극악한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보호받아야되는 아동임에 게다가 앞을 볼 수 없다는 장애를 가진 상황을 아동범죄와 연관지어 만들어낸 작품이라서 조금은 찝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혐오감을 줄 정도의 극사실적 묘사나 표현들은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괜찮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그러하기에 작품이 주는 극악적 상황의 감흥에 대한 색은 바래질 수 밖에 없는 것이겠구요.. 일종의 한정된 공간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사라진 소녀들은 딱 두명으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소녀의 납치와 관련된 부분과 사이코패쓰의 행위와 범죄적 행동에 대한 묘사들보다는 과거의 납치사건의 피해자인 지나와 그 오빠 막스의 입장과 그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 초중반까지 누군지는 모르는 사이코패쓰의 주변 환경과 상황적 배경이 주로 보여지기에 사건의 집중도가 약간 떨어지는 면이 있구요.. 정확하게 범죄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의 모습들을 그려나가는 진행구도가 뜬금없는 느낌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그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은 분명히 듭니다만 안나오면 쳐들어갈 정도의 궁금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거죠.. 게다가 중간중간 막스가 끼어드는 판국은 소설의 흐름이 딱딱 끊기는 듯하게 받아들여지더군요.. 범죄자도 막스도 프란치스카도 중심을 딱 잡고 이끌어나가기에 역부족인 듯 했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것은 아니구요.. 일반적인 재미와 일반적인 마무리와 뜬금없는 마무리가 그러려니하는 정도는 되시겠습니다.. 끄읕~은 아니고..

 

이렇게 정리하니까 서평도 딱 끊기는 느낌이 드는군요.. 소설도 그렇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이 중간 이후 부분에는 범죄자가 드러나고 이에 따른 사건의 진행이 빨라집니다.. 소설속의 3자구도인 막스와 범죄자와 프란치스카의 상황적 배경이 빠르게 이루어져나가다가 마지막의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되죠.. 물론 뜬금없이 이어지는 사라진 소녀들의 모습들입니다만 그렇게 결말이 뚝 끊기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일반적인 느낌의 스릴러의 감성과 재미에서 조금 더 나아가지는 못하는 딱 생각했던 수준정도의 느낌의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아예 재미없이 욕나오는 작품들도 허다하니까 이정도면 준수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소설속의 벌레들 특히 거미에 대한 묘사는 아주 소름 돋더군요.. 괜히 팔을 쓰다듬을 정도의 전율이 일더라구요.. 정말 벌레나 뱀같은 동물은 개인적으로 혐오합니다만 스릴러적 감성과 잘 연결시켜 놓은게 나쁘진 않더군요..  하지만 요즘 스릴러장르의 대세인 유럽의 스릴러판에서는 이 한 작품으로 빙켈만작가가 내가 낸데!라고 내세우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북유럽의 스릴러의 광풍이 전세계를 누비누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맞는 말씀인 듯하구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전에 몇몇 유럽에서 나오는 일반적 스릴러의 감성은 보다 지적이고 B급 정서보다는 A급 클래시컬한 감성을 더 다루고 있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고 어려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얼토당초않은 비전문적 생각을 해본다는거지요.. 아님 말아서 김밥, 근데 제가 근래에 읽어본 스릴러들은 뭐랄까요?.. 보다 사실적이고 보다 직접적인 묘사력과 이해의 폭을 줄여서 바로 폭발시켜주는 영미스릴러만의 장점을 어느정도 차용하면서 그들만의 심리적 감성도 잘 버무려 놓은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러니까 영미쪽에서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타성에 젖어 있을때 요때다 싶은 유럽의 젊은 세대들이 그들만의 방식을 중심으로 영미적 감성과 잘 섞어 전세계의 스릴러시장을 강타하고 있는거라는 뭐 그런 이야기인거지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환호는 더 커지겠죠.. 물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리면서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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