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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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공포라는 기억의 이미지는 이런겁니다.. 주말 저녁 잠시 잠이 든 사이 부모님께서는 TV를 시청하고 계시는 상황에서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고 잠이 깹니다.. 일종의 비명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눈으로 들이닥친 이미지가 바로 수많은 십자가가 허물어질 듯 놓여있는 공동묘지의 파헤쳐진 흙더미위로 수없이 많은 박쥐들이 날아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떻게 더 어릴적 기억이 있을법도 한데 지금으로서는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참동안 밤마다 그 이미지때문에 잠을 뒤척이며 엄마손을 꼬옥 잡고 자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영화였는지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연히 본 제목으로 공포의 숲인가 뭐 그런거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흡혈귀 영화였죠.. 박쥐나오니까..아님 말구요.. 하여튼 이런 이미지가 최초의 각인된 공포적 감각이라는 이야기는 공포라는 개념으로 뭔가를 끄집어낼때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대상이 흡혈귀 즉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없이 반복되고 창조와 업그레이드를 해나가는 불멸의 존재인 것이죠.. 심지어는 빨대로 꽂아서 흡혈을 하는 시니컬한 신세대 취향의 감각적 소설도 봤습니다.. 쪽쪽하고 말이죠..이런 수많은 독자들의 장르적 감성으로 따질때 절대 빠지지 않는 미친 존재감인 흡혈귀라는 개념이 말이죠 어떻게 구체화되고 일반인들에게 선보여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책에 대해서 말씀을 올려야 된다는 것이죠..

 

브램 스토커라는 작가가 19세기 후반에 집필한 "드라큘라"입니다.. 거의 드라큘라라는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첫 소설로 보시면 되시겠네요.. 제가 그랬다는것이 아니라 해설보니 그렇게 나옵디다.. 뭐 그 유명한 원작소설을 처음 읽어봤습니다.. 이렇게라도 읽어보니 아직 못읽어보신 분들보다는 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책도 두껍한게 들고 댕기면서도 조금은 남들 눈에 있어보이는 듯 할 정도의 고전틱스럽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내용일랑은 조금 다르더군요.. 전 일반적인 서사적 구조의 진행형 소설인줄 알았거덩요.. 그런데 그게 아니군요.. 여러 등장인물들의 일기와 편지와 전보같은 이런 수기적 형태를 띤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드라큘라백작이라는 인물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수어드박사의 일기나 미나의 편지, 루시의 편지 그리고 조너선의 일기등으로 복합적인 인물들의 시선을 옮겨가며 하나의 중심 인물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이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집합적 시선을 이어나갑니다.. 그렇다보니까 이 드라큘라백작이라는 인물을 투영하는 시선의 흐름이 상당히 객관적으로 흐릅니다.. 현실성도 부여하구요.. 실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거죠..

 

읽어나가다보니 문득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본지 한참된 영환데 말이죠..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라는 영화죠..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고 위노나 라이더가 나왔고 무엇보다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가 드라큘라를 연기했었죠.. 상당히 에로틱한 느낌이 더 부각된 영화가 아니었나 싶은데 말이죠.. 조너선이 침대에서 농락당할때의 세명의 드라큘라 여인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하여튼 소설은 그 영화랑 비슷하기는 한데 영화는 기억이 드문드문나니까 원작을 토대로 한 점만 기억해두기로 하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한번 봤으면 좋겠네요.. 조너선의 일기로 시작합니다.. 변호사죠.. 부동산과 저택 매입과 관련된 업무차 드라큘라백작의 성을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미나가 등장하고 루시가 나오고 드라큘라는 영국으로 향하고 루시의 목을 빨고 반헬싱 교수가 상황을 파악한 후 죽이니 살리니 하는 내용입니다.. 대강 아실 내용인 듯 싶구요.. 상당히 표현력이나 문장의 상황적 묘사가 클래시컬한 느낌을 주면서 고급스럽습니다.. 일반적인 소설적 진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기형식과 편지글을 표현하면서 서사를 진행시켜나가는 방식이 예사스럽지 않은 듯 하네요.. 게다가 표현의 미적 감각등도 상당하구요.. 전 잘모르겠지만 읽으면서 꽤나 작가가 정성드려 오랫동안 다듬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래서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것 일 수도 있겠다라꼬 생각해보구요..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기존 원작의 재간과 함께 찰스 키핑이라는 유명한 그림작가의 일러스트가 삽화로 들어가 있습니다.. 원래는 아동그림작가님이시라는데 이 작품에 포함된 그림들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고 고딕풍의 암울한 어두운 감각이 잘 살아나 있습니다.. 원작이 주는 공포적 색채감을 채색하기에 더없이 좋은 일러스트들인데 말이죠.. 하여튼 그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책이랑은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지 싫어하는 그림체라서 거스린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읽어나가시면서 그림이랑 내용이랑 함께 감상해보시는 즐거움도 없진 않으니까요.. 밍숭밍숭하게 글만 읽어 나가는것보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어낸 창조적 그림도 함께 하면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같은 값이면 말이죠..





 

처음에는 재미가 있습니다.. 읽어나갈수록 반복되는 형식적 구성들이 약간의 지겨움을 주게 되지만 역시나 반 헬싱 교수와의 대립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몰입을 하게 되죠.. 반 헬싱팀과 드라큘라의 대결이니 말이죠.. 무엇보다 이 작품을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수많은 전문 비평가분들께서 단순하게 소설적 재미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점이나 시대적 사조나 계층적 갈등이나 심리적해석등을 전문적으로 대입시키곤 한다더군요.. 사실 읽다보니 그런 경향이 없는 것도 아니더군요.. 잘을 모르지만 분명 뭔가 의도한 부분이 있는 듯 냄새는 나는데 비염때문에 콧구녕이 틀어막혀 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렌필드의 이야기나 행동들과 드라큘라백작의 모습속에서 얼핏 느껴지는게 있긴합디다.. 하지만 그런건 제가 이 소설을 읽는거랑은 하등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안드로메다 피바다행성 끄트머리로 날려버리고 그냥 클래식한 고딕풍 공포소설의 즐거움만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수많은 뱀퐈야 소설이나 미디어를 접하더라도 난 원작소설도 읽어봐따.. 너네들은 읽어봤냐라는 고개 뻣뻣이 쳐들고 잘난척도 가능할 것 같구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접하면서 드라큘라라는 작품의 이미지적 감성과 문장이 주는 표현적 감성이 잘 어우러지는 접근방식이 좋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읽어보질 않았다면 언제 원작소설을 펼쳐보겠습니까.. 브램 스토커가 아일랜드인인 것도 처음알았고 여태껏 드라큘라의 기원이 루마니아 트란실베니아의 한 귀족에서 유래된줄만 알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또 나온 후에도 이 사실에 대한 콧방귀도 안뀌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소설속의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고향에서의 흡혈귀 전설과 많이 닮았다고 합디다.. 이거슨 위키백과사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참 공부 많이 하네요.. 책을 읽다보면 이런 호기심을 검색해보는 즐거움도 있는거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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