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차 탈 일이 드뭅니다.. 동네가 동네다 보니 지하철도 없을뿐더러 기차타고 어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없죠.. 제가 어린시절에는 아무래도 도로교통보다는 기찻길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죠.. 제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만 해도 그랬다는 겁니다.. 동네마다 역이 있었고 그곳에 역전시장이 펼쳐져 있곤 했으니까요.. 아시는 분은 아실겝니다.. 저희 동네도 그러했거더요.. 북마산역, 구마산역, 신마산역, 마산역 뭐 이런 식으로 동네를 가로지르는 기차들을 수시로 볼 수 있었죠..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쇄된 기찻길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만큼 기차라는 의미가 주는 따스함은 참 정스러운거죠.. 그리고 공간이 넓직하니 동네 잘나가는 형아들이 싸움도 많이 하더군요.. 지금도 기억합니다.. 구마산역으로 이동하던 객차에서 동네 깡패들이 칼부림을 했다는 이야기와 역전앞에 경찰들과 시장상인들이랑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들때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저는 순간 손을 놓쳐 한참동안 울면서 엄마를 찾아다니던 일을 말이죠.. 그때도 아마 기차를 타러 가자고 떼를 쓰다가 그런 듯한데 하여튼 이 기차라는 사물에 대한 감흥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뭔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차라는 사물에 대한 느낌이 세월이 흘러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큰아이가 토마스와 친구들에 집중하고 온 집안을 소도어섬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이해가 가더군요... 그동안 사모은 토마스와 그의 친구들로 웬만한 기차 하나 샀지 싶기도 합니다.. 토마스만 있음되지 친구들은 왜 자꾸 늘어나는건지.. 부모된 입장으로 경제적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뭐 이젠 컸다고 조금 뜸해서 좋아라 했더니만 그대신 파워레인저가 그 자릴 차지해버렸죠.. 막상 당하고 보니 토마스와 친구들은 장난이었다는거.. 알만한 부모님들은 다 압니다..

 

대강 눈치채셨겠습니다만 이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기차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가로지르는지는 잘 모르지만 익히 이름을 들어본 신칸센이라는 고속기차속에서 벌어지는 킬러들과 문제점이 얽히고 섥히는 그런 내용입니다.. 등장인물들이 꽤되는데 말이죠.. 우선은 기무라와 왕자 커플(?)이 있습니다.. 기무라는 왕자라는 14살의 영악하고 사악하고 악마같은 겉보기와는 판이한 중학생이 죄악의 감정도 없이 저지른 자신의 아이를 옥상에서 밀어버린 사건으로 복수를 하고자 신칸센을 탑니다.. 그러나 왕자의 농간에 바로 붙잡혀버리죠.. 일단은 두사람도 각자의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그리고 과일콤비가 있습니다.. 밀감과 레몬이라는 킬러입니다.. 이들은 이 작품의 중심 의뢰인인 미네기시라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그의 아들과 돈가방을 운반하기 위해 신칸센을 탄거죠.. 그러나 아들은 죽고 돈가방은 분실합니다.. 그리고 얘네들 우낍니다.. 만담콤비거덩요.. 토마스와 친구들에 대한 사회정의적 고찰(?)도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무당벌레라 일컫는 나나오의 시점이 나옵니다.. 앞서 과일콤비의 의뢰중에 돈가방을 분실한 것을 나나오가 훔칩니다.. 그리고 끝이나야되는데 이 나나오가 머피의 법칙이 100퍼센트 적용되는 불행한 운명의 남자라는 거지요.. 그가 하고자하는 일은 뭐든지 잘못됩니다.. 돈가방을 들고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되지만 철천지 원수를 마주치고 또다시 돈가방을 분실합니다.. 참나, 헷갈리시죠.. 이렇게 기무라와 왕자와 과일콤비(밀감과 레몬)와 무당벌레(나나오)가 서로 번갈아가며 각자의 시점으로 사건을 연결해나간다는거지요.. 그 중심에는 돈가방과 미네기시라는 보이지않은 야쿠자두목비스므리한 존재가 있고 신칸센의 밉쌍 열네살먹은 악마 왕자가 있습니다.. 더하면 어지러우니까 여기까지 합시다..

 

줄거리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지러운 구성이고 헷갈리는 인물들의 시점이 나옵니다.. 이사카 코타로다운 방법인게죠.. 좋게 말하면 짜임새있는 복선과 반전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킬러들의 우왕좌왕, 왁자지껄, 허둥지둥, 오리무중의 신칸센 혼란드라마로 보시면 되겠는데요.. 그렇다고 짜증스럽게 뭔말을 블라블라거리는지 모를 정도는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각자의 인물의 시점에 맞게 이루어진 내용이 잘 머리속으로 알아서 적응해 들어옵니다.. 코타로 작가의 장점인 것이지요.. 게다가 어줍잖고 우습지도 않은 코타로식 유머도 한몫을 합니다.. 특히나 이런 유머는 과일콤비가 만담형식으로 일종의 슬랩스틱같은 행동도 보이면서 즐거움을 주죠.. 살인이 일어나는 방식도 어, 뭐여?. 죽은거여?..이런식입니다.. 계획되고 의도한 죽음이 아니고 잘못하다 죽고 가만히 보니 죽어있고 뭐 이런거죠.. 그렇게 혼란이 가중되고 해결하려고 하지만 서로 꼬이고 엮이고 정리하는 그런 방식인겁니다.. 나쁘지 않은 재미가 있더군요.. 뜨뜻미지근한 감이 없진 않지만 이사카 코타로이기에 전 만족한다는겁니다.. 그러려니 했거덩요..

 

제가 처음 읽어본 코타로 작가의 작품이 "그래스호퍼"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속편격으로 소개를 해놓았더군요.. 왜일까 싶었는데 말이죠.. 소설속에 그래스호퍼의 주인공인 선생 스즈키가 나옵니다.. 뭔가 연관성이 있어보이는데 정확한 부분은 파악이 어렵더군요.. 잊을만하면 기차속에서 등장해서 사건의 중심에 섰다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 이전의 그래스호퍼의 등쳐서 찻길로 밀어 죽이기 전법에 대한 부분이 나오니 일종의 속편격으로 봐도 무방하지 싶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스호퍼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파악하셔도 무리는 없을 듯 하구요.. 개인적으로 코타로의 제일 잼난 소설을 굳이 들라면 "그래스호퍼"와 "골든슬럼버"와 "마리아비틀"로 꼽고 싶네요.. 뭐 읽어본 작품도 많진 않습니다만.. 구성도 그래스호퍼의 인물들의 시점과 많이 비슷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주어진 역할을 그들의 시점을 보여주고 뒤로 갈수록 하나로 시점을 뭉치는 그런 방식인거죠.. 무척이나 산만하고 어지러워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스타일이 아마도 이 세작품들이 아닌가 싶어서 꼽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왕자라는 머리 피도 안마른 넘의 사악한 행동이 치를 떨게 만드는군요.. 요 근래 읽어보는 일본소설의 소재들이 많은 부분 이런 사악함에 근거를 둔게 많아서 조금 짜증스럽습니다.. 뭐랄까요?.. 일반적이지만 조금은 극단적이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그런 소재들이라고 할까요?.. 인간이라는 존재의 사악함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보자는 의도가 짙은 그런 작품들이 많은 듯해서 좀 그렇군요.. 이 작품속의 왕자라는 쥐콩만한 넘도 죄악이라는 기준에 대해 가치판단이 없은 인간말종으로 나옵니다.. 자신의 겉모습에 속는 성인과 아이들에게 해를 가하면서도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가지지 않은 괴물같은 존재인거죠.. 어떻게 보면 이소설이 말하고자하는 의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의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데 과연 어떻게 되는지는 함 읽어보세요..

 

이사카 코타로만이 만들어낼 수 있고 그만의 냄새가 가득 담긴 코타로식 장편소설임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재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밍밍하기도 하고 박진감이 넘치기도 합니다.. 독자에 따라 그 감정의 호불호가 갈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한 진행이 반복되는 듯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진행되기도 하고 말이죠.. 골든슬럼버나 그래스호퍼처럼 진득하게 이어나가는 내용이 아니라 기차 객차 호실마다 다른 상황을 주어서 이어나간다는 뭐 그런 느낌이 중간에 들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전 과일콤비의 만담과 행동들이 즐거워서 읽는동안 나쁘진 않더군요.. 우습지도 않지만 나름 저랑 코드가 잘 맞았나 봅니다..아님 집안에 나도는 수많은 토마스와 친구들을 보면서 나름 애정어린 친근함을 가졌는지도 모르구요.. 하여튼 조금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과거와 상황적 묘사를 많이 독자들에게 선사해주실려고 했었던것 같군요.. 코타로 작가 넘 착한 듯....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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