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조금 일찍 알게되었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누구나가 겪는 아이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인식의 폭이 한순간에 수천만갈래로 폭발해 번져나간 시점이 아무래도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 쯔음이었던것 같군요..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었을겁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인식의 폭발로 인해 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거지요.. 그게 올바른 인식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보여졌던 거니까요.. 그 뒤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수집(!)을 해본바 다들 비슷한 방법으로 성을 다루고 있더군요.. 자, 이쯤되면 대부분 국내 남성들의 어린시절 성을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성적 관심의 대상들이 사뭇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아시겠지요.. 그게 지금으로부터 거의 25년전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비디오가 있었던 집의 장농 한구석에는 신주단지 모셔놓은 듯 숨겨두신 "슈퍼맨2"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던 야한 비디오를  하나 정도는 구비해 두셨던거지요.. 그 당시에도 울 남성들은 비정상적일수밖에 없는 성적 호기심의 대상물들을 보았습니다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는거죠.. 어느정도선에서 그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넘쳐나죠.. 특히나 A/V라 일컬어지며 혼또니 다이스키를 외쳐대는 애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가 않으며 심지어는 드러내놓고 변태적 행위를 홍보하는 수많은 광고들도 눈에 뜨입니다..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이란게 아주 단순하고 본능적 감성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끊임없이 재생되고 되풀이되고 번져나가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본좌가 탄생하고 사라지면 또다른 본좌가 들어서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론은 성교육과 가정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성적 호기심에 대한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닌데 말이죠..왜 이야기가 이쪽으로 흘렀죠?... 아마도 시작되는 내용의 구성이 일본 야동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무라노 미로 탐정 시리즈 2편이 되겠네요.. 1편에서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많이 맞으셨던 무라노양께서 2편에서는 - 제목이 아주 좋습니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  사라진 AV배우 잇시키 리나라는 배우를 찾아달라는 한 패미니스트의 의뢰를 받게 됩니다.. 야동에서 합의되지 않은 집단 강간을 당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와타나베라는 패미니스트가 여성의 권위를 위해 친고죄인 강간치상에 대해 고소를 할 목적으로 잇시키양을 찾아달라는 내용인거죠.. 그렇게 짧은 수사의뢰라 생각한 무라노양께서는 잇시키 리나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쉽게 찾지도 못할 뿐더러 야동을 다루는 이 업계에서의 어둠의 이면에는 아주 무서운 것들이 많이 숨겨져 있더군요.. 게다가 무라노양은 여탐정이다보니 조금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이웃사촌인 도모베의 도움도 받게 되네요.. 그리고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유명한 가수인 도미나가 요헤이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리고 도미나가와 잇시키와의 공통점이 하나가 드러나죠.. 자, 이제는 읽어보시면 됩니다..

 

제가 기리노여사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이런 류의 자극적 감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긴 한 듯 싶습니다.. 1편에서의 감성도 상당히 자극적이었다는 생각을 했구요.. 물론 2편은 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사회속에서 어떻게 변질되어지는지 또 어떻게 끊임없이 자생하고 되풀이되고 번성해나가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죠.. 물론 이 모든 것의 초점은 인간임을 잃지는 않습니다.. 그게 하드보일드의 기본이 아니겠습니까?..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구요?..그렇습니다..기본은 역시 이만구천원인 것이죠.. 여자 두 분이서 오시면 기본 공짜에다 만원을 차비로 드리기도 한다지요.. 하여튼 역시 기리노 여사의 작품의 주인공인 무라노의 감정선과 시선을 따라 사건의 진행을 이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둠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남자인 저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스며들게 하는 집중적 독서의 즐거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탐정수사의 기본적 서사와 인물의 감정선을 적절하게 섞어서 독자와의 거리감을 주지않고 잘 이어 나갑니다.. 솔직히 하드보일드한 감성이 어떤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기존에 보아오던 하드보일드라고 일컬어지는 영미탐정물이나 일본의 하라 료쎈쎄이의 작품들과 비교해봐서도 문장이 주는 감성이나 서사적 내용과 일반적인 묘사의 방식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하드보일드라 부르는 작품들의 마지막 결말은 대부분 뭔가 스산하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맛본 듯한 그런 허무함과 함께 끊은 담배 한 개피라도 피워야될 것같은 느낌이잖습니까?.. 그러니 이 작품을 하드보일드라고 분류하는게 맞는 듯 합니다..

 

오히려 전편 보다 더 나은 듯 합니다.. 뭐 기억이 안나서 그럴수도 있겠구요.. 무엇보다 주인공인 무라노 미로라는 여탐정의 캐릭터적 구성이 상당히 잘 살아나 있어서 좋았구요.. 저는 한창 시절의 이혜영누님(가수말고 영화배우)이 떠오르더군요.. 주위의 인물과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숨트임도 나쁘지가 않았네요.. 자극적이고 조금은 엽기적 감성과 변태적 취향과도 어울리는 듯한 제 개인적으로는 미스 그로테스크라 부르는 기리노아줌마의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사회속 모습의 반영적 측면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구요..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습니다.. 꼬임을 강조하는 추리적 측면보다는 현실적 탐정의 수사방식과 흐름들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독성을 더 일으켜주네요.. 무엇보다 무라노라는 여탐정이 마음에 듭니다.. 인간적이면서도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존재감을 주니까요.. 이거 아주 중요한거 아니겠습니까?.. 소설의 시리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것이죠.. 캐릭터의 존재감이란거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역시나 폭발적인 재미를 선사해준다거나 자극적이면서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킬만한 구성적 즐거움을 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소재의 자극성에 비해서는 아주 일반적인 내용의 흐름인 듯 한데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가 만만찮습니다.. 후반부의 반전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무라노의 심리적 묘사라든지 감정선의 모습들이 주는 잔재미도 좋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편에서도 울 무라노 누님께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실꺼라고 미리 예상해봅니다..난 네게 반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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