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녁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는 집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이 불가능한 제목일 수 밖에 없군요.. 보통은 작품과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곤 하는데 말이죠.. 이번에는 바로 치고 들어가겠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 여유롭게 하루의 일과나 가족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그런 편안함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복받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럽습니다.. 게다가 돈걱정이 없는 부자라면 더 부럽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이렇습니다.. 뭔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같은 일이 포만감이 가득한 저녁식사를 한 후에 이야기꽃을 피우다 뭔가의 단서를 찾고 해결을 본다는 뭐 그런 의미인게죠.. 줄거리와 캐릭터의 전문화된 분석을 하면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겠지만 하여튼 그런 의미입니다..

 

분석합시다, 부자들입니다.. 아주 부자인거죠.. 그런데 형사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현실에서는 쉽게 보여지지 않는 뭐 그런겁니다.. 돈 많고 뒷배경이 가득한 집안의 사람들이 지가 좋아서 즐기며하는 형사의 일상은 조금 유치로운 모습입니다.. 뭐 부자들 그것도 아주 부자들의 행동거지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아닙니까? 속이 좁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가는 현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생각해볼때 이런 민초들의 반감은 사회적 통념속에서....응?..죄송하구요.. 다시 빠꾸해서 이 작품의 줄거리는 없습니다.. 단편소설이니까요.. 물론 캐릭터들은 이어집니다.. 총 여섯개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의 내용은 다들 별개입니다.. 하지만 해결하는 형사와 등장인물들은 동일하죠... 사건의 구성인들은 다 제각각이지만 해결하는 캐릭터는 세 명입니다.. 일단 주인공인(제가 보는 주인공) 가게야마가 있구요.. 여형사인 호쇼 레이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자마쓰리 경부가 나오죠.. 이 세 등장인물이 전체적 작품을 이끌어 나갑니다.. 하지만 얘네들이 일반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거죠.. 일단 가게야마라는 수수께기를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는 남자는 호쇼 레이코라는 여형사의 개인 집사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집사? 그렇습니다..호쇼 레이코는 일본내 순위권안에 드는 대기업의 외동딸입니다.. 엄청시리 부자집안에서 형사는 일종의 취미생활(제가 볼때는 그렇습니다만)의 즐거움을 주는 뭐 그런 삶의 활력소같은 느낌이 듭니다.. 또 모르죠 "니 말 잘못해따아, 난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똘똘뭉친 형사고 내 집안은 아무런 상관이 엄따아"라고 할지.. 하여튼 레이코는 형사로서 큰 재능이 없고 해결은 저녁밥 무꼬 배 두드리면서 집사한테 어려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집사가 그 해결책은 내놓은 거니까요.. 그럼 가자마쓰리 경부라는 인물은 뭔 역할을 할까요.. 얘는 좀 우낍니다.. 나름 졸부적 근성을 가진 약간 부자인 지잘난 형사인거죠.. 재규어 탑니다.. 부자티내면서 형사하는 인간입니다.. 이런 얘들은 간혹 보입니다.. 지 잘난맛에 잘살죠.. 남들에게 욕먹어가면서도 아주 잘삽니다.. 밉쌍이지만 언제나 필요한 캐릭터죠.. 게다가 이 경부라는 형사가 하는 추리는 참으로 초딩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추리적 수준을 비웃는 레이코는 중딩의 수준이상이 못되는거죠.. 둘 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볼 수 있는데 말이죠.. 얘네들이 부자들입니다.. 짜증나게시리 말이죠(역시 전 반감이 잇습니다).. 결론은 모든 사건의 해결은 레이코의 집사인 가게야마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도저히 알수없는 살인의 내막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가게야마가 툭툭 던지는 레이코에 대한 독설은 아주 진실된(!) 말인 것입니다..

 

끊었다가 몇시간만에 다시 쓸려니 위에 뭔 말을 주절댔는지 감도 안잡히는군요.. 참 말 많습니다 그죠?.. 히가시가와 선생께서는 일단 무게를 잡으시지 않습니다.. 경쾌 상쾌 유쾌를 이용한 쾌변의 효능까지는 아니고 말이죠.. 하여튼 읽는동안 "쾌"의 의미가 제대로 머리속에 박히게 된다는 말씀입죠.. 즐거웁고 깔끔하고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렵지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가시가와 샘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무겁지않고 진지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렵지도 않습니다.. 즐거움과 함께하는 행복한 본격추리라고 보시면 되시겠는데 말이죠.. 심지어 죽음마저도 미소짓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거지요.. 잔인하고 지저분하고 번잡스러운 본격추리들의 억지스러움보다는 이런 가볍고 즐길 여유를 주는 본격추리물은 복잡한 현대인의 머리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도 하니까요.. 전 이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보았습니다.. 션하게 봤다는 말입니다.. 요즘 날도 덥거만 괜찮네요..

 

그런데 말이죠.. 히가시가와 작가의 이전 출간작을 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장편소설이었던 "저택섬"에 대해서는 딱히 좋은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끄는 듯한 내용에다가 본격물 답지 않게 장편소설로서는 가벼움이 유치함으로 이어졌다라는 뭐 그런 느낌이 들었거덩요.. 너무 가볍게 가다보면 사건의 구성이나 목적이 헐거워지기도 한다는 뭐 그런 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아닌가? 그 후에 이 단편 연작집인 "수수께끼 풀이..."를 보게 되니 개인적으로는 히가시가와 작가의 재능은 단편에서 아주 잘 묻어나는군요.. 질질 끌지도 않을 뿐더러 깔끔하게 사건과 유머가 적절하게 버무려지니 읽는 재미가 가득하더라구요.. 세 편정도까지는 순식간에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구성과 결과가 거의 대동소이하게 되니 말이죠.. 네 편째부터는 비슷한 내용에다가 결과도 거의 눈에 들어오더군요.. 쉽게 말해서 여섯 편의 연작집이 다 그넘이 그넘인 듯하더라는거죠.. 처음의 재미가 세 편을 넘어서면서 하강곡선이 낙하산 구멍난 것 같더라구요.. 전 그랬습니다..

 

이에 협상을 해보면 앞으로는 뭐랄까요?.. 단편보다는 조금 길게 중편정도로 두 편 정도로 분리해서 집필을 해주시면 개인적으로는 딱일 듯 싶습니다.. 너무 개인적인가요?.. 뭐 저 한사람만 보고 작품을 고려하시진 않으시리라 생각하니 그냥 전 이렇게 평을 정리하고 마무리 할랍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님의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즐거운 소설입니다.. 본격추리소설에서 그동안 맛보지 못한 신선함이 가득하다는거죠.. 하지만 그 신선함도 몇 번 맛을 보고나서 그 맛에 적응이 되어 버리고 나면 더이상 찾지 않게 됩니다.. 그렇지만 오래되고 늘 접하던 음식은 맛이 없어도 길들여진 입맛이라 한결 같다는거죠.. 부디 신선한 맛이 오랫동안 밥상위에 오를수 있도록 길들여지기까지 자극적인 무엇인가를 계속 내놓아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까지 가는게 숙제일 듯 싶습니다.. 하기사 입맛도 다 다르고 만드는 손맛도 제각각이니 뭐...참고로 난 울 와이프가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나더라..휴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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