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걸어서 학교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곤 합니다.. 첫 입학후에는 차로 등교를 시켰는데 아이가 걸어서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이 걸음으로 가다보면 십오 분 정도의 시간이 걸립디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가다보면 한 이십분 정도 소요되는 듯 하더군요.. 그 길을 아침에 함께 합니다.. 그리고 퇴교는 혼자서 오겠다는 말을 하는 아이에게 위험해서 안된다라고 딱 잘라 말했죠..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의 순수함만큼 이 세상은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는 어른들의 조바심일까요?.. 노파심일까요?.. 아님 성급한 불안감일까요?.. 학교까지 가는 동안 부딪히는 가장 큰 위험은 찻길인거죠.. 하지만 전 아이에게 정 혼자서 오고 싶다면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와라, 출발할때 전화, 횡단보도 건널때 전화, 오는 도중에 전화, 이렇게 총 3번 이상의 통화를 하는게 원칙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아이에게 미리 위험에 대한 인식을 가르치게 된걸까요?.. 게다가 여자아이라서 더 심한 위험감각을 느끼게 되었던 걸까요?.. 찻길이 위험하면 아이에게 혼자 오라는 말을 하질 못할 겁니다(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찻길을 건널 정도의 인지는 된다고 보았거덩요).. 그런데도 통화를 하면서 혼자 걸어오라고 한 이유에는 찻길보다 더 큰 뭔가의 범죄적 위험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에게는 여전히 아름답고 순수하고 좋기만한 이 세상에 대해 벌써부터 휴대폰을 안기며 위험한 세상을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어른의 입장이 무척이나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내아이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이야기를 할라치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듯 싶어서 요까지 끝겠습니다..

 

이탈리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영미쪽 스릴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거슨 이탈리아 소설잉께로 약간은 예술스럽고 조금은 철학틱한 내용일것이라는 편견은 전혀 안가지셔도 무방합니다.. 아주 자극적이고 잔인한 스릴러의 세계로 안내해주니까요.. 딱 헐리우드풍의 연쇄살인마에 대한 마인드로 집필하신 프로파일러적 대중 스릴러의 감성이 충만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를 각색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보니 내용이 더 섬짓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제발 이런 강아지떡같은 범죄들은 사라지길 바라지만 엄연히 우리의 주변에 늘려있으니까요.. 욕나옵니다.. 어떤 내용이냐믄요? 시작은 교도소에서 한 남자가 강박적일 정도로 청결을 유지하고 결백적 행동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 교도소장이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어서 의문점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과연 이 강박적 결백을 하면서 자신을 밝히지 않는 남자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난 후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는거죠.. 근데 발견된 것은 아이들의 왼쪽 손들입니다.. 다섯 아이의 손들이 발견되고 나머지 사체를 찾기위해 경찰들은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쇄살인 전담 특별팀이 있습니다.. 로시 경감의 팀이죠.. 범죄학자인 고란 게블러부터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경찰팀이 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아동 성범죄를 일으키는 주길넘들(!)의 범죄행각으로 시선은 옮겨갑니다. 실종된 아이를 찾는데 능력이 뛰어난 밀라형사는 범죄자의 집을 발견하고 아이들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로스경감의 특별수사대에 차출되어 아직 죽지 않은 여섯 번째 아이를 구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하는거죠.. 물론 연쇄살인범도 찾아야겠죠.. 하지만 사건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경찰이 찾는 연쇄살인범은 역으로 경찰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갑니다.. 각각의 다섯 아이들의 사체가 발견되는 시점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또는 세상의 악을 하나씩 까발려주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앨버트로 명명된 연쇄살인범이 주장하는 의도와 연결고리에 착착 맞춰가는 사건의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경찰은 앨버트가 만들어 놓은 미로속에서 하나씩 그 진실을 파헤치면서 진실로 향해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발견하고 얻어낸 진실은 충격적이기만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나는 진실은 아주 멋진 반전을 안겨줍니다.. 한마디로 좋네요..

 

이 소설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작가에 대해 먼저 설명 안할 수가 없군요..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라는 경력답게 상당히 치밀한 사건을 만들어 놓으셨거덩요.. 게다가 이 소설이 데뷔작이래잖아요.. 전 대단하다고 봅니다.. 도나토 카리시라는 작가님이신데요 잘생기셨군요(?) 영화배우같아요..설마 뽀삽은 아니시죠?.. 이 작품의 기본 뼈대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답니다.. 작가님이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이시니 실제 사건에 투입되어 - 소설속의 특별수사대 처럼 말이죠 - 경험했던 일들을 멋지게 재구성해주신 것이니까 뭐랄까요? 사실적 묘사와 더불어 허구보다 사실이 더 스릴러틱하다라는 뭐 그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그래서 더 무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속의 반전과 충격적 결말은 허구적 구성의 색채를 덧입힌 생각이 들구요 기본적인 범죄의 양상은 흔히들 우리가 보는 이세상속의 범죄들이 그대로 소설속에 노출되어 있더군요.. 소설적 짜임새와 추리적 구성은 첫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프로페셔널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상당히 스릴러적 소설을 집필하시는 재능이 뛰어나신 듯하구요.. 독자들의 감성과 집중을 잘 이끌어 내시는 것 같습니다.. 대치적 관계인 경찰과 연쇄살인마의 게임속에 몰입을 시키되 객관성과 관찰적 입장을 잘 묘사하신 부분들도 즐거움을 주고요.. 주인공인 고란 게블러와 밀라 형사의 개인적 심리의 묘사들도 향후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반전에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스릴러 소설의 원칙중 가장 큰 뼈대는 반전이라는 사실.. 그것도 충격적인 뒷통수를 백만톤의 오함마로 내리치는 듯한 반전이면 최고라 불러줍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주는 짜임새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웬만한 독자들은 다 눈치를 채거나 허술한 결과물에 "웃기지도 않아, 뭐니?..너!!"라는 가소로운 비웃음을 날려드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독자를 우습게 보면 큰일난다는 이야기인거죠.. 이 작품 "속삭이는 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주 잘짜여진 연결고리을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함부로 책장을 소비하지않는 멋진 스릴러적 감성을 보여주니까요.. 전 그렇게 봤습니다.. 자, 이제 하지만이 나옵니다.. 두 권으로 된 이 소설은 1편에서 주는 빠른 템포와 스릴러적 감성이 그대로 2편으로 이어지지만 똑같은 양상의 진행이 조금은 지리해지기도 합니다.. 연쇄살인마가 의도한 숨겨진 내막들이 밝혀지는 구조인거죠.. 개인적으로는 록포드가에 대한 이야기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체적 소설의 줄거리에서 따로국밥처럼 느껴졌거덩요.. 저만 그럴수도 있는 상황이니 여기까지 하구요.. 2편의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인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반전의 재미가 총제적 재미를 안겨주니까요..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2편의 총 400페이지 분량속에서 마지막 369페이지부터 384페이지의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결말 부분에 337~352페이지가 또다시 인쇄가 되어 있더군요.. 그러니 전 마지막 소설의 결말적 내막을 알지를 못합니다.. 오히려 내막을 모르니 더 많은 독후적 감성이 남더군요.. 인쇄가 잘못되어 이 소설을 보는 결정적 이유인 모든 사건의 내막이 사라져버렸으니 기가 찰 수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제발 직접 구매하신 많은 분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으셨기를 바랄뿐입니다.. 전 그냥 내막을 모르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물론 이런 잘못도 독후감에 포함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인쇄물을 출간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수많은 책들중에서 내가 가지는 책은 단 한권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주시고 출판사에서는 좀 더 세심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렇지만 이 소설 "속삭이는 자"가 주는 스릴러적 재미는 더운 여름밤의 짜증스러움을 날려주기에 충분한 시원함을 안겨드리리라 생각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전문적 비평도 할 줄 모르는 일개 대중독자이지만 보편타당함이 최고의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 보통적 중년의 스릴러소설 독자입니다.. 그런 전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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