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를 다닐때 말이죠 학교앞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늘 돌아다니는 침보라는 별명을 가진 조금은 덜떨어진 행동을 일삼는 동네 아는 형이 한 명 있었더랬습니다.. 왜 침보라고 불리웠나하면 대강 짐작 가능하시겠지만 늘 지나가는 사람에게 침을 뱉는 행동을 하는 그런 형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지나치는 사람들은 외면을 하거나 욕을 해대곤 했죠.. 사실 저도 처음에는 쌍욕도 했습니다.. 침보형의 침세례를 맞아 본 적이 있었거덩요.. 근데 학교 노는 친구들이 울타리 근처에서 한대의 담배연기에 앞으로의 기똥찰 인생을 논하는 자리에 함께 있다가 우연찮게 침보형에게 담배 한개피를 주게 됩니다.. 이런, 담배를 태우더군요.. 더군다나 고맙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우리가 아는 침보가 아니었습니다.. 깜짝 놀랬죠.. 하지만 역시 덜떨어진 어눌한 말과 정신적 지체의 모습은 있습디다.. 하지만 그렇게 담배로 안면을 트고 난 후부터는 서로 대화를 하게 된 것이죠..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해대는 그런 유치한 말부터 동네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바보 취급을 하고 외면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절 바보 취급하곤 했습니다만 전 침보형이랑 이야기하는게 즐겁더군요.. 재미있기도 하구요.. 물론 얕잡아보고 놀리는 부분도 상당히 컸을겁니다.. 침보형도 저의 그런 행동을 충분히 인지하였을거구요.. 하지만 재미있으니 자주 담배를 나눠 태우며 농담과 비속어로 낄낄거리는게 즐거웠습니다.. 애초에 느꼈던 바보스럽고 불친절하고 더러운 침을 뱉는 침보의 모습과 함께 또 다른 즐거운 침보가 보이더군요.. 알고보니 그 당시 나이가 30세가 넘었더라구요.. 아주 동안이었던거죠.. 그 침보라고 불리운 바보스러운 남자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학습적 내용은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에 대하는 본연의 마음은 오히려 위선적인 모습으로 "척"하는 인간들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홋, 진지하다아..

 

"바보 아저씨 제르맹"을 보면서 이십 년이 훨씬 지난 과거의 바보 아저씨 침보형이 떠올라 좋았습니다.. 그만큼 참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네요.. 인간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리고 만남에 대한 무엇보다 소통에 대한 행복함을 주는 작품이라 일단 칭찬을 하고 시작을 해야겠어요.. 줄거리를 들어보시면 더 따숩을겝니다.. 나이 40이 넘은 바보 제르맹은 문맹에다가 그럭저럭 자신의 영역안에서 몇몇의 친구들과 자신만의 삶을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아저씨입니다.. 그의 성적 욕구를 풀어주고 함께 사랑을 나누는(?) 아네트도 있구요 제르맹을 있는 그대로(?) 바보로 인식하고 함께 하는 몇 몇의 친구들도 있으니 그리 나쁜 인생살이는 아니네요..근데 그의 여러가지 취미생활중 하나인 공원에서 비둘기의 이름과 숫자를 파악하는 즐거움에 문득 나타난 한 할머니가 등장하게 됩니다.. 마르게리트라는 아주 연세가 많으신 분이신데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책을 매개로 한(제르맹은 문맹에다가 책이라면 오줌을 지릴 정도의 공포심도 있답니다) 소통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마르게리트가 읽고 제르맹은 듣고 그 의미에 대해 소통하는거죠..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조금씩 이어집니다.. 물론 주위의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도 더불어 진행되어지죠.. 따숩습니다.. 그리고 마르게리트의 외로움과 노년의 서러운 인생의 황혼과 제르맹의 지나온 인생의 아픔등이 상호작용하며 소통하게 되면서 일상의 변화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제르맹의 지적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희망을 만들어 나간다는 이야기인거죠.. 일종의 나이 많은 바보 아저씨 제르맹의 성장소설로 보셔도 무방하겠습니다.. 그 중심에는 마르게리트라는 현명하고 지적인 할머니가 있고 그들은 이어주는 매개체로 "책"이라는 즐거움이 있는것이죠..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문장은 따숩은 감성과는 다르게 탁탁 끊기는 느낌과 툭툭 던져대는 시니컬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바보처럼 보이는 문맹인 제르맹의 시점에게 적힌 문체라서 그럴꺼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각 챕터가 무쟈게 짧아서 제르맹이 투덜대는 말처럼 보여질 정도네요..처음에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과 자신에 대한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니까 4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자신의 머리는 "미개척"의 황무지 상태임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놀리고 무시하더라도 그냥 투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적응적 행동과 어투가 그대로 묻어나는거지요..심지어는 자신의 엄마가 인식시켜주는 바보의 이미지와 탈모성애적(?) 행동은 더욱더 제르맹의 말투와 성격의 시니컬함을 더해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뒤로 갈수록 달라지는거죠.. 마르게리트를 만나고 소통하고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찾게 되고 즐기게 되면서 문장 역시 더욱 인간적 냄새와 거부적 반응이 아닌 소통의 단계로 나아가는 거지요.. 그런 과정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문장이 주는 작은 웃음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절대 이 소설속의 화자인 제르맹은 바보가 아니라 너무나도 순수하고 순백색의 심성을 지닌 제목의 의미처럼 "미개발상태"의 하얀 백지의 여백을 가진 사람인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흠잡고 이런 점이 싫었다라고 할 부분이 없어 보입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몇 몇편의 고전작품들도 전혀 모르는 작품이긴 하지만 작품의 내용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고 하나하나 사전속의 의미를 찾아가는 제르맹의 행동에 대한 묘사도 충분히 납득가능하며 수긍케 해주니까요..단지 불어라고는 "제 네 쎄 빠(Je ne sais pas)"밖에 모르는 저의 입장에서 소설속에 나오는 단어들을 파악하는게 조금 구찮기는 했지만 집중 못한 제 탓이 클겁니다.. 제르맹보다 못한거지요..

 

작가님께서 아동문학을 많이 집필하신 듯 싶은데 아동스러운 성인문학(?)도 충분히 잘 집필하시는 듯합니다.. 툭툭 내뱉는 제르맹의 말에서 성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도 아동적 감성이 함께 있으니 말이죠.. 희한하더군요..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를 하신 경험과 감성이 잘 버무려져 있는 듯해서 전 많이 좋았습니다.. 사실 전 영화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만 표지를 보면서 이 역할은 바로 뚱땡이 프랑스 코주부 영화배우 제라드 드파르티유 아저씨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나왔더군요..왜 나만 몰랐쥐?.. 게다가 마르게리트역으로는 실제 아흔이 넘으신 분이 맡으셨더군요.. 요즘 프랑스 영화 많이 재미있어졌는데 기회되면 함 찾아봐야겠군요.. 하지만 역시 저에게 최고의 프랑스 영화는 엠마누엘이 아닌가 싶습니다.. 흠, 결말이 좀 이상하군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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