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경찰서를 그렇게 많이 들락거린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조서도 꾸며보고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도 되어 보고 증인을 서보기도 하는 등 얼마 살아보지 않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약간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했다고나 할까요? 특히 경찰서와 관련된 일들은 아직까지도 뇌리속에 인식되어지는 그 쪼그라듬의 감성이 유달리 많이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형사들과 마주했을때조차 괜히 내 잘못인 듯 거짓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뭔가 말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증인 조서 꾸밀때는 더 심한 알수없는 죄책감과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되죠- 계속 고민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자주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경찰도 인간인 이상 이런 저런 사적인 대화도 오고가면서 레쓰비 한 캔을 던져주며 잠시 쉬다 하자며 남자답게 맞담배질하며 인생살이를 이야기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제가 경찰서에 무쟈게 들락거린건 아닙니다.. 그렇더라는거지요..또는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든지 말이죠..전 후자라꼬 말하고 싶습니다만..
경찰서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잠시동안의 조서를 꾸미는 상황에서도 여러가지 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곤 하지요.. 드물게 방문하는(?) 경찰서에서도 그런 극적인 일들을 보고 느끼는데 제가 가보지 못한 일상사에서는 얼마나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겠습니까, 일본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군요.. 흔히들 보여지는 자극적이고 형사라하믄 뭔가 과격해야되고 유도도 좀 하고 칼도 잘 피하고 미친듯이 범인 쫓아가면서 부웅 날라서 범인과 일대일 대치를 하면서 극적인 검거를 하는 뭐 그런 상상이 되어야겠지만 이 작품속의 경찰은 아주 일반적이고 인간적이고 어쩔수 없는 월급쟁이 공무원의 민중의 지팡이임을 그대로 표현해줍니다.. 그렇다고 우리와 같다는 것은 아니구요.. 힘들지만 세상의 법질서와 인간의 이중성등을 표현하고 나타내는데 경찰의 업무만한게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경찰들의 모습을 담담하고 리얼하고 소소하게 담아내는 작품입니다.. 끈질긴 심리적 대치와 긴장적 상황을 연출하며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범행을 교묘한 심리전술과 천재적 재능으로 숨겨나가다가 하나씩 밝혀내는 자백을 다룬 그런 소설로 생각하시면 큰코 다치십니다.. 코가 작으시다구요?.. 그래도 다치십니다..
사실 전 장편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단편집이군요.. 총 네 편의 단편을 담고 있습니다. 도몬 고타로라는 경찰의 입장에서 범죄자를 밝혀내고 수사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 단편집인데 말이죠 그 시간적 배경이 각각 다 다릅니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그때는 휴대폰도 없었고 삐삐나 뭐 그런 디지털적 감성은 전혀 없던 시기였다는거죠.. 뭐랄까요 발로 뛰겠소라는 일념하나에 현장에서 운동화신고 뛰시던 그런 시기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사반장 박반장님의 인간미 넘치는 수사일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물론 그 시간적 배경이 오히려 담담하고 소소한 경찰들의 일상을 다뤄주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네 편의 단편은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색출해내거나 검거하는데 일단 주력을 하구요 근데 이 범인들이 긴장감이 거의 없이 붙잡힌다는거죠.. 발품 팔고 댕기다보면 언제나 답이 나온다는 설정이구요.. 그 범인들의 모습들과 경찰들의 모습속에서 극단적 대비감은 없습니다.. 파렴치한 범인에게는 경찰도 분노하구요 상황에 따라서는 범죄자의 입장에 서 보기도 하면서 그들의 범행사실들을 범인의 자백을 중심으로 대화를 해나가며 밝혀내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밋밋하고 재미없는 내용들입니다.. 전혀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경찰소설에 걸맞은 극단적 드라마가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무게감과 자극적 감성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경찰의 모습과 인간의 사회속의 일반적 범죄의 행위를 담담하게 그려내려는 의도가 무척이나 돋보입니다.. 각각의 단편은 나름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갖추어 하나의 사건의 완결을 보여주니까요.. 그게 딱히 극적이고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일상적 경찰의 모습을 표현하는것과 단막극식의 구조로 독자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읽는 재미를 주는 장점은 있더이다.. 밋밋해도 읽을만하다는 것이지요.. 전 그렇습디다..
기존의 경찰소설의 대가들의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그런 무게감은 없어 보여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담담하고 일상적 경찰의 모습을 표현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 잔상이 남아 아련할 정도의 감성적 즐거움을 없었습니다.. 읽고 즐긴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휘익 기억의 한 켠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런 내용인 것이지요. 딱히 기억할만큼의 임팩트가 강한 범죄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노나미 아사라는 작가님은 제가 처음 접해본 분이신데요 기존 작품의 감성과는 이 "자백"이라는 소설이 조금은 차별화가 된다고 하는군요.. 원래 이 노나미 아사 여사님께서는 아주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적 묘사에 재능이 뛰어나셔서 심리적 긴장감과 경찰소설의 무게감을 잘 살려주시는 분이시라는데 "얼어붙은 송곳니"라는 작품은 나오키상도 거머쥐셨더군요..그러니까 이 작품에서는 그런 힘을 빼시고 담담하고 일상적이고 리얼한 경찰과 인간의 사회적 구조와 범죄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소소하게 그려주셨다는 말씀이 되겠네요..그렇죠?. 아님 마는거지만 흠, 일단 함 살펴봐야겠어요.. 여성작가님이 쓰신 경찰소설의 진면목은 어떤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