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희 경상도에서는 구찌라고 부르는 또래 집단을 칭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은 학교생활을 하게되면 몇몇의  뜻과 행동(?)이 통하는 친구들이 모여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는거죠..좋은 말로는 유유상종이라고도 합디다..하여튼 이 구찌를 만들지 않고 홀로 독고다이의 모습을 띄는 친구들은 요즘말로 왕따라고 일컫나 봅니다.. 사실 우리가 학교 다닐때에는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따돌림이라는 것은 어느 시절이고 있어왔던 것인 것은 맞구요 하지만 요즘의 세상처럼 이지메의 형태를 띄고 린치를 가하는 등의 몰염치적이고 부도덕하고 잔인한 형태의 이지메는 그렇게 흔하지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정확하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하여튼 저희 세대는 그러했습니다.. 예를 들어 심하게 한 친구가 몰매라 불리우는 모다구리를 당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어느 한계선을 넘어서게 되면 저지를 시키게 되는거죠.. 대부분은 어느정도의 통용되는 기준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폭력이라는 기준이 저희가 살아온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더라구요..특히나 육체적 폭력을 넘어선 정신적 폭력의 수준은 뭐 가까운 주위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은 남성보다 여성의 집단에서 조금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하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그렇습디다.. 아니라꼬 생각하는 분들은 쌤한테 일러주셔도 무방합니다..

 

"이지메"라는 단어는 일본어죠.. 이제는 국내에서도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왕따"를 지칭하고 여럿명이 한 아이를 따돌림시키면서 폭력을 가하는 "집단 괴롭힘"을 일컫기도 합니다..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는 그런 단어라는 것 자체가 사실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겪어보질 못했다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거덩요.. 또 한 가정의 부모로서 커가는 아이들을 둔 아빠로서 이런 현실에 대해 분노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나 육체적인 폭력보다 더 무서운 정신적 폭력에 내몰린 외로운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더욱더 이 작품이 불편해지는 것이지요.. 이 작품 "헤븐"은 너무나도 극단적인 이지메의 형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불편함을 넘어서서 찢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잠시 보실까요?.. 대강의 줄거리만으로도 분노가 치미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사시입니다.. 흔히들 사팔뜨기라 무시하고 따돌림을 시킵니다.. 게다가 니노미야 패거리는 극단적인 이지메를 가합니다.. 늘 육체적 폭력을 가하고 심부름은 아주 기본적인 일인거죠.. 정신적 폭력과 가학적 이지메는 이제는 교실내에서 자연스럽게 적응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주위의 친구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죠..아님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그러나 어느날 나와 같은 편이라는 편지를 받게 됩니다.. 같은 반의 고지마라는 여자아이의 편지인거죠..여자들의 왕따인 고지마는 늘 꾀죄죄하게 다니며 놀림을 당하고 이지메를 당합니다.. 두아이는 친구가 되고 자신들의 피안처의 헤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하지만 현실속에서는 이지메를 피할 길이 없죠.. 화자인 나는 찢어진 배구공을 머리에 두른체 심각한 폭력을 당하고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모세는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나와의 대화에서 이지메에 대한 합리적 해석(?)까지 제시하기도 합니다.. 분노가 치밀다 못해 그 책장을 찢어버릴뻔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의 세계에 대한 사춘기 왕따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린 아이들은 조금식 세상과 현실과 자신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지만 역시나 주위의 폭력은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고 맙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조금씩의 희망의 공기구멍은 남겨두니까요..  

 

작가님께서 말하시려는 의도는 충분히 인지를 하겠습니다만 너무 직설적 이지메의 형태가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군요.. 당해보지 않고 접해보지 않아서 그럴까요? 왕따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함에도 소설속의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들과 아이들의 모습들은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겠죠.. 뭐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있겠습니까만 외면하고 싶군요.. 제목이 주는 감성과 막상 내용속에 드러나는 감성은 극단적 대비를 만들어주니 더 당황스럽더라구요.. 개인적으로도 일반적 스릴러소설류에서 보여주는 피 철철 흘러넘치는 자극적 감성보다 더 악랄하고 비참한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일반적 아이들의 무관심을 대표하는 듯한 모모세가 지껄여대는 이지메와 따돌림에 대한 되먹지 못한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뭐 할 말을 잃게 만들더라구요.. 이에 반응하고 자신의 의도와 입장을 소심하게 드러내는 나의 모습 역시 공감하기 어려웠구요.. 게다가 고지마의 같은편의 의미로서 소설속 나의 눈에 대한 입장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요?.. 무엇보다도 이런 현대 사회의 이지메의 극단성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하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속의 매체들의 자극적 행위들과 모습들속에서 아이들은 배우는 걸까요?.. 아님 자신의 부모와 주위의 인물과 이러한 극단적 이지메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모른척하는(또는 진짜 모르는) 기성세대들에 의해서 더욱더 거칠어지는걸까요?.. 쉽진 않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보는 방법이 제일이 아닐까 싶네요..

 

"헤븐"이라는 소설이 주는 재미를 논하기에는 너무 감정이 격해져버렸습니다.. 솔직히 재미라는 측면을 내세우기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불쾌한 작품이니까요.. 이지메라는 일반적인 통용적 행위들을 묘사하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자극적이었고 그들의 내면 하나하나가 터질 듯한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수십번 반복하면 읽어내려가는 독자로서 등장인물 모두를 한데 모아 패대기 쳐주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왕따를 시키는 인간들이나 당하는 아이들이나 모른척하는(또는 모르는) 기성세대들이나 하나같이 불쾌하더군요.. 이게 아마도 작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만 공감하기 싫습니다.. 부디 그들이 가진 공기구멍만한 희망의 크기가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 지을 정도의 크기 이상으로 변하길 바랍니다..끝!

 

사족 : 이 작품에 대한 평점을 제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중 소설적 재미의 관점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평으로서는 처음이지만 순전히 제가 느낀 감정의 기분을 중심으로 제시한 부분이니만큼 객관성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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