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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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자들 이야기중에서 가장 지겨운 이야기가 군대이야기라더군요 하지만 남자들은 즐겁게 군대이야기를 늘 하곤 하죠.. 왕년에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전 "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물론 책과 관계가 있어서 하는 이야기이지 군대생활을 늘어놓을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정말?.. 따수븐 남쪽나라에서는 눈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의 아이들은 눈이라는 새하얀 얼음 결정체에 대한 판타스틱한 로망을 많이 간직하고 살아가곤 합니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눈만 오면 개 발에 땀나듯이 혓바닥 내밀며 온동네를 뛰어다녔으니까요..그게 아주 간혹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남쪽나라 아이가 북쪽지방으로 군대생활을 하러가게 된겁니다.. 자대배치를 받은 시기가 한겨울이였으니 눈이 엄청나게 내리더만요.. 너무 좋았습니다.. 진정한 군대의 멋을 알게 되었구요.. 이것이 군대의 참맛이고 군인의 로망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빼치카(모르시는 분은 검색해보셔요)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신병은 누구나가 며칠은 따숩게 잡니다..단 며칠만!) 눈을 감으면 눈 내리는 연병장과 따수븐 난로와 함께 병영생활을 즐거움이 상상이 되더군요.. 딱 이틀동안만요...따악!!~ 이틀동안만요.. 한번 내리던 눈은 사흘에 걸쳐 꾸준히 와따가따하더군요... 아침마다 선임들은 눈을 치우기 바빴습니다.. 왜 치울까?..녹을텐데?.. 헛짓을 하눈군화..라는 생각을 딱 일주일간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오더군요..눈이~.. 즐거움이 고통을 변질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오전내내 눈을 치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치워야되더군요.. 한달이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눈내리는 광경이 지옥같더군요.. 그래서 군대에서 눈을 가르켜 "악마의 똥가루"라고 불렀나 봅니다.. 겨울만 되면 눈이 내리는 날은 지옥같은 일상이 되어버리더군요.. 하늘에서 나리는 똥가루를 맞으며 한숨짓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제목처럼 눈과 관련된 경찰의 이야기로 보시면 되겠네요.. 일명 카와쿠보시리즈라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한 경찰소설입니다. "폭설권"이라하면 심하게 눈이 내린다는 어려운 의미가 있죠.. 그렇습니다.. 소설속의 내용은 심하다 못해 눈폭풍을 다루고 있습니다.. 북극이나 남극에서 볼수 있을 것같은 눈폭풍이 일본의 홋카이도에도 자주 일어나는군요.. 처음알았구요.. 아주 무서울 정도더군요...이것은 일본에서는 "히간아레"라는 단어로 불리운다고 하네요..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계절적 재해인 듯 합니다.. 이런 공간적인 배경과 지옥적 상황에다가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범죄행위가 맞물리면 아주 볼만하다는거죠.. 십년정도만에 한번씩 심한 폭설이 오는 시모베츠에서는 오늘 느낌이 아주 쎄에합니다.. 히간아레가 장난이 아닐 듯 싶은 것이죠.. 아침나절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변사체가 발견이 되면서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비히로와 시모베츠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든 소통이 막혀버린 시모베츠로 모여드는거죠.. 그리고 우리의 제복경관 카와쿠보가 엮이면서 뭔가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충분히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있는 "사사키 조" 작가만의 소설적 진행을 맛보게 되는거죠.. 참 많은 인간 군상들이 오고 가고 모여듭니다.. 우리가 사는 곳인거죠.. 그속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펼쳐줍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불길한 인생들이 모여서 그들의 인생과 범죄를 보여줍니다.. 지옥같은 폭설속에서 말이죠.. 한치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꽉막힌 폐쇄적 하얀 공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모두 모여들고 감히 인간이 어떻게 하질 못하는 천재지변속에서 한낱 어설픈 욕망들을 뱉어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문제적 상황을 심리적 답답함과 함께 흥미롭게 그려나갑니다.. 인간의 심리와 자연적 상황을 잘 버무려 놓아서 자연속의 인간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해놓고 있는 작품이네요.. 눈이라는 소재의 설정이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소통불능의 환경이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위하여 저지른 범죄와 잘 어울립니다.. 순백의 순수결정과도 같은 눈의 공포감과 타락해버린 인간의 자잘한 욕망이 그 속에 파묻혀버리는 광경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눈이 눈앞에서 아른거릴정도로 강한 시각적 효과도 좋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심리와 카와쿠보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활약아닌 활약도 느낌이 나쁘지 않구요 자연스럽습니다.. 큰 스펙타클과 반전과 스릴과 긴장이나 범죄의 정도가 자극적이진 않습니다..그러니 밋밋할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일본의 홋카이도 지역의 국도의 지명과 번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동쪽인지 북쪽인지 산아래인지 터널옆인지 펜션이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폭설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말이죠..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는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고 느낌이 저와 맞는 작가라서 그런지 역시 나쁘게 읽히지는 않군요.. 스릴러와 자극적 소재에 물든 저에게도 뭐랄까요?..진중하면서도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길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군요.. 물론 안맞으시는 분들에 많으실겝니다.. 상당히 밋밋하고 결말적으로도 뭔 해결적 의도가 딱부러지게 나타나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감성적이고 느낌적으로 해결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감이 된다고나할까요?..전 그런 느낌이더군요.. 사사키 조를 좋아하시는분들에게는 역시나 권해드리면 좋겠구요..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 보다는 제복경관이나 기타 사사키 작가 아저씨의 다른 책부터 읽어보시면 더 좋을 듯 싶네요.. 싫으면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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