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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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에 단란한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가정에 충실하고 성실하신 아저씨는 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먼저 하시는 인상이 좋은 분이셨는데 어느날인가 새벽에 싸움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늦은 새벽은 아니라서 많은 주위분들이 깨어 있는 시간이었죠.. 한참을 시끄럽게 싸우고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지더군요.. 다음날 하필이면 마주쳤습니다.. 아주머니가 얼굴을 가리고 있더군요.. 대강 짐작이 가시죠?.. 근데 문제는 그 후로 수시로 그런 상황이 생긴것입니다.. 아래 윗층으로 3년 가까이 살았지만 거의 싸우는 소리를 못들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더군요..  자주 반복이 되니까 이제는 적응이 되어버려선지 그러려니 하게되는 방관자적 입장으로 바뀌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비명소리와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고 온갖 물건을 현관 밖으로 쏟아내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상당히 위험하게 들렸습니다.. 그런 저는 경찰에 연락을 했을까요?.. 네, 물론 제가 신고는 했습니다.. 아마도 그 소리가 들린지 30분이 훨씬 지나서 경찰이 도착했으니 올바른 출동은 아니었겠다 싶더군요.. 와이프는 말렸지만(이유는 아시죠?.) 그냥 시끄럽기도 하고 짜증스럽고 위험스러운 느낌도 있어서 신고를 했죠.. 하지만 경찰은 늦장을 부리더군요... 결과적으로 그 가족은 몇달 뒤 이사를 갔습니다.. 아내되시는 분은 팔이 부러졌다고 그러더군요.. 그 상황 이후로 마주치더라도 인사도 안하더군요.. 제가 신고한 걸 알았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리고 신고한 제가 잘못한 것일까요?.. 만약 신고를 하지않고 또 난리를 치는군화라고 귀를 틀어막고 잠을 청했더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을까요?.. 경찰은 제게 어떤 방문과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신고를 했지만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내용도 몰랐구요.. 사건 이후로 그냥 주위분들의 이야기로 알았을 뿐인거죠..근데 또 하나, 과연 경찰에 신고는 저 하나만 했을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의 구조상 타인의 삶에 관여하는게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어떠한 상황이건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방관자적 행태가 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인거지요..그런 현대인들의 심리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소설이 바로 이 제노비스 신드롬을 만들어낸 캐서린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을까요?.. 윈스턴 모즐리라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살인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잔혹한 살인마이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쇄살인마인거죠.. 하지만 이 사이코패스 역시 가정을 이루고 있고 두아이의 아빠이자 성실한 가장이며 사회에서 나름 인정받은 직업인인 것입니다. 그 어느누구도 모즐리의 살인행각을 알수도 눈치 챌수도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살해될 것임을 아는 피해자들만 그의 미친 행위에 대해 알 뿐이죠..하지만 그들은 죽습니다.. 그리고 모즐리는 잔인하게 무차별하게 피해자가 제대로 인식도 하기 전에 살인을 저지를뿐입니다.. 너무나 무서운 일인거죠.. 단지 살인과 강간을 위해 순식간에 무차별적 행위를 일삼는 살인자이니까요.. 하지만 이 사이코패스는 사람의 눈이 없고 보이지 않는 곳을 택해 살인을 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벽 넘어 거리에서 누군가가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에서 거리낌없이 저지른 일들입니다. 왜 그는 타인의 시선을 무서워하지 않았을까요?.. 특히나 제노비스를 살해할 시점에서는 서른여덟명의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제노비스의 비명과 외침을 들었거나 심지어 살해장면을 본 목격자들이죠.. 어느 누군가가 외칩니다.. 모즐리는 놀라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끝이 나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신고를 했어야 됐고 제노비스는 고통스럽지만 살아나야했습니다..하지만 모즐리는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현대인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고 다시금 돌아와서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의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까요..그렇게 제노비스는 실날같은 삶의 희망마저 무참하게 짓밟혀버립니다.. 과연 제노비스는 직접적으로 칼을 들이대고 목숨을 앗아간 윈스턴 모즐리가 죽였을까요?..아님 누구 하나 그녀의 삶에 대한 관여를 꺼려했는 서른여덟명의 방관자에 의해 죽음을 당한것일까요?..

 

상당히 유명한 실화적 내용이며 현대사회인들의 구조적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더군요..특히나 미국의 경우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는 사건이라더군요.. 이후로 긴급출동과 관련된 시스템이 다시금 구축이 되었고 또다시 제노비스같은 충격적인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윈스턴 모즐리는 재판으로 사형을 언도 받았으나 재심의 과정에서 탈옥을 감행하여 또다른 희생자를 만들게 되어 현재까지 형을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그사이 죽은거는 아니죠?..개인적으로는 능지처참의 형벌을 주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그 윈스턴 모즐리와 제노비스의 대한 실화적 사건을 소설화시킨 작품인 것입니다.. 소설은 단순히 제노비스의 죽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즐리라는 사이코패스의 범죄행각과 상황을 꼼꼼하게 따라가며 그들의 무서움까지 일꺠워줍니다..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공포감이 아닌 현실속에 버젓이 등장하는 소름끼치는 공포감에 읽는동안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모즐리가 뱉어내는 단어들의 감정속에는 죄책감이라는게 없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아이들이 늦게 알기를 원했고 자신의 가족이 다치지 않는것에만 감정을 드러내더군요..나머지 자신의 범죄행위는 아무런 죄책감도 감정도 없이 살인을 저질렀던 상황을 담담하게 펼쳐내는 모습이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방관자로 칭해졌던 목격자들의 입장을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었는데요.. 그들도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외면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죄책감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을 해봅니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만약 착한 저라면(?) 오랫동안 힘들어했을 것 같거덩요..

 

이런 일을 경험해본 기억이 있어서 그럴까요?..할 말이 많군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중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아마 드물지 싶습니다.. 그 사건이 중대하든 경미하든 간에 말이죠.. 소설은 짧고 강한 임팩트를 확실하게 심어줍니다.. 실화적 구성을 중심으로 상황을 꼼꼼하게 펼쳐내는 표현력이 섬뜩하기까지 하더군요.. 피해자의 심리와 방관자들의 의도를 잘 표현해낸 것 같구요.. 무엇보다 사이코패스인 윈스턴 모즐리의 입장에서 표현해낸 살인자의 심리와 상황적 묘사는 아주 좋았습니다.. 무섭고 공포스럽고 심지어 극단적 분노까지 불러일으켜주더군요.. 단순하게 즐기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재미있지만(정말 이게 실화일까?라는 생각을 안할수가 없을 정도로 극적인 내용들이거덩요) 누구나가 알아야될 그런 사회적 범죄에 대한 각성과 요구가 담겨 있는 내용이라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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