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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사를 믿었다
R. J. 엘로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 때가 탈만큼 타고 속물적 근성이 배어버린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천사를 믿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보다 두배나 큰 새하얀 날개를 퍼덕거리며 웅장하게 비상하는 그런 천사들이 아니라 나만의 나를 위한 수호천사가 존재한다는 그런 거지요, 더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어린시절 부모를 대신해 업어주고 키워주고 멕여주고 입혀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언제나 옆에서 지켜보고 수호해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밤마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서 마당 저쪽에 있는 화장실까지 가기가 무서웠던 그때에는 할매가 늘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야 이노무손아, 머시 그리 무섭노? 이 할매가 뒤에 떡 버티고 구신이라도 나타나모 몽디 들고 쫓아가서 패주꾸마.. 퍼뜩가서 쉬하고 오니라!~"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 몸 운신하시기가 어려우신거를 살짝 돌려서 걱정마라하신 것이겠지만 그때는 그런 할매의 말 한마디가 귀신보다 유령보다 무서움보다 강한 자신감과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니까요.. 돌아가실때에도 눈물이 나질 않더군요.. 어른들은 저넘은 거의 할머니가 키워줬는데도 눈물 한방울 안흘리는 몹쓸놈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울지 않는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할 필요까지 못느꼈습니다.. 그러려니 했으니까요.. 그냥 육체의 유무를 떠나서 늘 울할매는 옆에 있는 것 같았거덩요.. 물론 지금은 많이 잊고 살아갑니다.. 사는게 바쁘다보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옆에서 저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변함없이 지켜주시고 계실꺼라는 근거없는 수호천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려니 그런 할매가 떠오릅니다그려.. 물론 책이랑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천사를 믿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있었던 그날 그는 천사의 깃털을 보았으니까요..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그의 세상은 시작하게 됩니다.. 세상은 전쟁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아직 유럽만큼의 폭풍전야는 아니었죠..조지아주 오거스타폴스는 작은 시골입니다.. 옆집 독일인 크루거씨나 라일리 호킨스씨도 아버지 같은 존재들이죠.. 그렇게 조지프 캘빈 본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세상은 시작합니다.. 문학적 재능에 대한 알렉산드라 웨버 선생님의 가르침과 함께 조금씩 자신의 재능과 세상을 보는 눈을 꺠우쳐가기 시작하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의지가 강한 아이, 조지프는 자신의 주위에서 발생한 사건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살해당하는거죠 상당히 잔인한 방법으로 능욕당하고 살해됩니다.. 조지프가 성장해감에 따라 연속적인 살인이 발생합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됩니다.. 그리고 그 그늘이 오거스타폴스와 조지프의 인생에 크나큰 상처를 안겨다주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발견하게된 버지니아 그레이스의 토막난 사체는 조지프의 영혼에 막대한 생채기를 내게 됩니다.. 어린 소년이 목격한 토막난 여자아이의 시체는 앞으로 다가올 소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그렇게 오거스타폴스에서는 네 명의 아이가 연이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시대는 1940년대 초반의 어려운 미국의 시골마을입니다. 단서도 없고 증인도 없고 용의자도 없습니다.. 단지 공포와 두려움만 존재할 뿐인거죠.. 그리고 전쟁이 일어납니다. 독일이 나치를 중심으로 수많은 유태인을 학살하고 세상을 전쟁의 공포와 광기에 물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일본은 미국을 침공하죠.. 미국내에서도 전쟁의 트라우마는 아주 거셉니다.. 옆집의 독일인 크루거씨도 대중의 독일인에 대한 증오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맙니다..그리고 조지프가 지켜주고자 했던, 수호천사가 되어주고자 했던 한 어린 여자아이 엘리나 크루거는 누군가의 방화로 죽어버립니다.. 그렇게 크루거가는 오거스타폴스를 떠나고 조지프의 엄마는 미쳐버립니다.. 여전히 조지프는 혼자이고 세상은 미쳐 돌아갑니다.. 여자아이의 살인도 변함없이 일어나죠.. 그리고 조지프는 성장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조지프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조지프가 있는 이유는 뭘까요?..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더 지옥같이 느껴지는 조지프의 인생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책으로 출간하게 됩니다.. 그리고 답을 찾죠.. 그렇게 그는 천사를 믿었습니다..
줄거리가 길군요.. 그만큼 책도 깁니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속에 범죄와 세상과 인생이 담겨져있는거죠.. 그러니까 할말이 많은겁니다.. 시대는 40년대에서 60년대까지의 조지프 캘빈 본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역정을 다룬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실화처럼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작가는 그 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는 분이시더군요.. 픽션인 것입니다.. 또한 미국이 배경인데 말이죠 작가는 영국사람입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버린 영국의 거리에는 폭탄이 수도 없이 떨어져내리니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하는 주제에 맞는 곳은 아마도 미국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소설의 중심은 범죄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화자인 조지프의 입장에서 이끌어나가는 내용이고 성장통과 관련된 내용이긴 하지만 전체적 엮어가는 주제는 연쇄살인입니다. 그 범죄에 중심에 조지프가 들어있는거죠..그리고 영혼의 지옥이 함께 합니다.. 읽는이로 하여금 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조하게 만드는 뛰어난 재주가 있는 작가이시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지프의 심리와 관점에서 이루어진 작품이다보니 그의 시선을 따라가기만하면 됩니다.. 열 두살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 세상으로 튀어나온 한 아이의 인생과 고통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퐁당 빠져버린다는거죠..이면 좋겠는데 초,중반까지는 조금 지리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 속에 전쟁과 범죄와 가족과 자신까지 모두 담고 있으니까 할말이 많아진거죠.. 연쇄살인은 전체를 꿰뚫고 있지만, 조지프가 직접 연관이 되어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변화되고 갈등하고 상처받는 어린 조지프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개는 더디게 흐릅니다.. 그러니까 빠른 전개와 자극에 집중된 대중소설의 관점에서는 지루할 수 있다는거구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꼽씹으며 문장을 읽으시는 즐거움을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 성인이 되어버린 조지프의 인생의 변화는 역시 지루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에 황폐화되어버린 조지프의 영혼과 인생은 뒤로 갈수록 더욱 빠르게 전개가 됩니다.. 그건 보셔야할 듯하구요.. 재미있습니다.. 전 뒤로 갈수록 화가나서 죽을뻔 했습니다..정말루요..세상은 언제나 우리편이 아니거덩요..뭔 말?..
하지만 범죄소설로서의 주제적 구성의 개연성과 상황적 연결의 마무리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달리 생각해서 한 남자의 인생역정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라고 보시면 범죄적 관점은 일종의 들러리와 상황을 이어주는 매개체 이상의 역할이 되질 않는다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구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스릴러 소설로서 대중적 장점만 따져서 볼때는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전 성장소설의 관점도 물론이거니와 스릴러소설의 관점에서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공포스러운 범죄적 상황을 토대로 한 남자의 성장과 맞물려 이어나가는 방식이 좋았구요.. 그속에서 영혼의 수분이 말라가는 황폐화된 한 인간의 고통에 그 이유를 함께 찾게 만들어주는 작가의 집필 능력이 좋았구요.. 다음에도 엘로리작가의 작품이 나온다면 찾아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