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는 나이가 들고 예전에 가졌던 뭔가가 비어버린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네요..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시련의 달콤함이야 잊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라는 노래가 문득 떠오릅니다..예전에는 이런 낭만적 감성이 참 많았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아련하다, 애틋하다, 애달프다같은 단어들에 뭔가 후욱하니 달아오르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구요.. 근데 이제는 좀 오그라드는군요.. 살짝 닭살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막상 이렇게 책을 펼쳐들고 애틋한 감정이 절로 풍겨나는 감성을 겪어보니 비어버린 듯했던 가슴의 한켠에 새삼스럽게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대~ 이제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눈 깜박이는 동안에도 전 당신이 그립습니다..흠.. 아직 날씨가 춥나요?..소름이 돋는건 왜일까요?..ㅋ

 

"회귀천 정사"라는 작품속에는 다섯편의 단편들이 담겨있습니다.. 모두들 사랑과 관련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물론 살인이 전제가 되니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동기가 파헤쳐지는 결말로 가면 아주 반전스러운 재미가 많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애틋한 감성과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시킨 작품인 것이죠.. 시기는 메이지유신 이후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찾아온 침체기의 일본의 20년대와 30년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각각의 내용의 중심에는 꽃이라는 주제가 담겨있습니다..작가가 애초부터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하구요..단편의 제목에서도 그런 의도는 다분히 엿보입니다. 등나무꽃, 오동나무꽃, 도라지꽃, 수련꽃, 창포꽃들이 작품속의 내용에 중심적 역할을 합니다..뭐랄까요?..등장인물들과의 일체감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볼 수 있을까요?..하여튼 뭐 그렇습니다..다들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닥하닥(?)거리지 않고 애틋하고 아련한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가슴 밑바닥은 끓어넘치는 욕망으로 가득찬 그런 모습입니다..남녀의 애정적 심리를 이렇게 잘 표현해낼수도 있군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더불어 추리적 기법의 구성과 함께요...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상당히 일본스러운 내용입니다.. 시대적 배경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본적 정서가 바탕이 된 그런 느낌이 듭니다..그렇다고 왜색스러워서 반감을 주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느낌이 더 애틋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여지거덩요.. 그게 어떤 느낌이냐구요?..그건 읽어보셔야될 것 같구요.. 이 작품속의 모든 인과관계는 직접적이지 않습니다..돌아오는거죠..결국은 상대방에게 와닿는거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애틋하다는겁니다..오늘 참 애틋하다는 말 많이 사용합니다만 역시나 이 작품은 애틋한 작품입니다.. 사실 번역본이잖아요.. 국내작가의 작품속 문장과 비교하면 아무리 좋은 번역이라도 그 느낌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네요..역자를 칭찬해주려는 의도는 아니구요..이렇게 번역된 문구 자체도 느낌이 애틋한데 원작속의 문장들은 얼마나 그 감성이 절절하게 묻어날까하는 생각을 해보는거지요..그게 꼭 문장의 어휘들에 대한 기교같은게 아니구요 뭐랄까요?..문구에서 묻어나는 감성들이 아주 좋았고 그 상황들을 표현하는 내용들이 좋았다는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대부분 회상적 구도를 가진 작품이라서 더 짠하게 다가왔을까요?..누구나 그렇지 않나요?..과거에 내가 한 사랑, 그녀는 지금 어디에??..뭐 이런 느낌..ㅋ

 

너무 사랑타령만 한건가요?..이 작품은 명색이 추리소설입니다..감성은 애틋하지만 내용은 잔인합니다.. 살인이 중심이 되는 작품인거지요.. 그리고 그 살인의 내막을 파헤치는 추리소설 형식인 것입니다.. 왜 살해를 했는가?..라는 동기를 찾아가다보면 그 속엔 언제나 사랑이 들어앉아있는 형식입니다..그것도 역시 아련한 사랑말이죠..솔직히 이런 형식의 애틋한 추리소설은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특히나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초보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새롭습니다.. 늘 허무하거나, 잔인하거나, 과격하거나, 어색한 추리스릴러소설에 적응되어 있다가 로맨틱한 정사(오해마시라, 사랑하는 남녀가 동반 죽음을 택하는 극단적 방법을 일컫는 말이니)가 담긴 작품을 접하게 되니 마무리한 지금도 약간 두근거림이 있네요..이런 느낌 정말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실을 밝혀나가는 방법과 의도와 내용들이 단편답께 깔끔하고 짧게 처리되어 이루어져있으니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재미있죠..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까라는 궁금증을 바로 풀어주니까요..그리고 그 속의 사랑의 진실도 함께 말이죠... 메말라가는 중년남성의 가슴에 새로이 불이 지펴주시면 큰일납니다..바람날지도 몰라요..그러니 이 작품은 사뭇 위험한(?) 소설일 수도 있겠네요..ㅋ

 

렌조 미키히코라는 작가님은 처음 접해보고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좋네요..일본 추리소설의 근간을 이루은 수많은 작품적 성향과 작가분들의 의도와는 다른 궤도로 인기몰이를 하시는 듯 하더군요..역시 읽어보니 좋습니다..게다가 이 단편작품은 화장시리즈라는 꽃을 모티브로 잡은 연작 시리즈중의 5편을 추렸더군요..총 8편이라고 하니 3편이 또 나온다는 말이겠죠...기대됩니다..이런 감정 또 느껴보고 싶으니까요..그런데 작가님이 남성분이셨군요.. 전 읽는내내 여자분이시겠거니했답니다.. 감성도 풍부하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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