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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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실수로 인해 수많은 아픔을 짊어지고 가는 인생들이 많습니다. 또는 찰나의 부주의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져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이게 꼭 이런 불행을 당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것은 아니죠..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겐 이런 순간의 실수가 안겨주는 공포감을 겪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아차, 그 순간에 조금만 잘못되었더라면?.. 이만하길 다행이다라는 뭐 이런식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적 위기의 공포감을 느껴보았을 겁니다. 특히나 운전을 하는 성인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강한 임팩트가 있는 그런 공감대인 것이지요.. 속도라는 장치를 달고 벌어지는 일에서만큼의 순간이라는 단어만큼 어울리는게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죽음의 저주 중의 하나이니까요.. 또한 이런한 부주의와 잠깐의 실수로 인해 생겨나는 불행이 실수를 한 자만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인데 그로 인해 또 다른 이의 불행이 함께 벌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리는거죠...언제나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아픔과 불행과 저주를 다룬 감성적으로 무척이나 쎄에~~한 작품입니다..

 

"7년의 밤"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이렇습니다..댐을 건설하여 수몰된 세령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7년전 밤의 살인사건을 뜻합니다. 그후로 7년이 흐른거죠.. 물론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것이죠..한 은퇴한 무명의 프로야구선수의 파렴치한 살인사건으로 아주 비극적 사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최현수는 아내를 죽이고 세령마을 유지인 오영제의 딸까지 살해하고 오영제는 실종되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투옥된 최현수는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될 날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그게 7년전의 그날 밤의 사건입니다..하지만 여기에서는 주인공이 최현수가 아닙니다..7년이라는 세월동안 모든 저주를 혼자 안고 가는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이 주인공인거죠...당시 열두살이었던 서원은 이제 성인이 되어갑니다..그 사건의 모든 것을 목격한 안승환과 함께 세상의 저주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쉽지가 않네요..왜 서원의 인생에 저주의 굴레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지 않고 강해만 지는걸까요?..이유는 오영제에게 있습니다..이 모든 사건의 진실은 오영제로 인해 벌어지는 일인거죠..오영제의 딸은 살해되었습니다. 그 중심에 최현수가 있었던거죠..하지만 그 살해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오영제는 세령마을 대지주의 아들이자 동네 유지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되먹지못한 인간인거죠..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기도 합니다..그런 그의 딸이 최현수의 실수로 죽음을 당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사건의 겉모습은 언제나 진실을 숨기고 있는거죠..늘 그렇습니다.. 객관적 목격자인 안승환의 소설과 녹취등에 숨겨진 진실의 내막을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되는 이 순간 서원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진실을 알아갑니다..여전히 오영제는 실종되었고 서원에게 7년전 밤의 저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소설 징그럽습니다..너무 현실적이고 섬세해서 징그럽습니다.. 극단적인 인생의 저주로 더 징그럽습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별볼일 없어보이는 한순간의 허술함이 지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너무 자연스러워 징그럽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삶에서 아직까지 변함없이 자신의 틀속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인간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현실을 알기에(내 인생이 아니기에 외면한다!)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서 제 스스로가 징그럽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작가의 묵직한 필력이 정말 징그럽습니다. 뭐 이정도하면 정유정 작가의 이 작품이 어떠한 내용인지 대강 짐작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두개의 가정사가 있습니다..사건의 가해자인 최현수의 가족과 피해자인 오영제의 가족인 것이죠... 상당한 대비를 이룹니다. 보이는게 다는 아니라는 점도 마찬가지구요.. 이 소설을 지탱하는 원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인 것이죠..그래서 재미있습니다..여기에 지옥같은 상황의 모습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복수라는 자극적 소재를 곁들여 진행한다면 아주 장르적 즐거움이 많은 작품으로 변하는거 아니겠습니까?..물론 내용은 절대 즐겁지가 않습니다만 독서의 즐거움은 상당히 좋습니다.. 극중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와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감정의 표출과 한 인간이 가지는 과거의 짐이 얼마나 무겁게 작용하는가를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고 할까요?..뭐 전 그렇습디다..

 

제생각에는 이 작품은 상당한 긴장감과 서사적 흥분감을 주고는 있습니다.. 게다가 작품의 주제 역시 묵직하죠.. 애초부터 작가님께서 인물위주의 심리적 상황을 주로 다루시기로 작정을 하신 듯합니다..물론 사건을 엮어가는 진행방향도 나쁘지가 않지만요..대부분의 내용은 사건이 발생하던 시점의 앞뒤로 벌어지는 당사자들의 심리적 내면과 가정사와 사건이 일어날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중심이라고 보면 되겠죠.. 그래서 스피드있는 전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부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스릴러적 즐거움을 줍니다.. 반전스러운 내막도 그렇게 나쁘질 않구요..다만 너무나도 허술하고 심리적 압박으로 허물어져버린 최현수의 사형집행전의 마지막의 의도에 대한 진행을 좀 더 부각을 시켜주었더라면 더 스릴러틱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많은걸 바라나요?.. 그러니까 제마음같다면 후반부의 7년후의 밤과 현실속의 상황을 보다 더 구체적이고 과감한 진행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꺼 같다는 자극적 대중소설에 물든 일반독자의 느낌이 있다는 그런 아쉬움입니다..이 작품이 그런 의도의 스릴러적 감성을 보여줄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손쉽게 집필해나간 작품이 아니라는걸 느꼈습니다.. 모든 작가님들이 잉태하는 작품이 다들 힘들게 집필되었겠지만 이런 극단적이면서 감성적 쎄에~(?)함이 가득한 작품일수록 얼마나 많은 수정을 가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되었습니다. 자료를 모으고 이에 대한 구상적 차원의 방향성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심리적 극단성과 공포등을 다루려면 작가님 스스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게 현실이든 상상이든 누구나가 극단적 상황에 빠져버리면 헤어나기 쉽지않으니까요..전 잠이 잘 오지 않을때(그런일은 거의 없긴합니다만) 혼자서 우연찮게 상상된 극단적 상황에 빠지면 식은땀과 근육통이 생기더만요..독자를 사로잡는 독서적 즐거움이 있는 작가님이신 것 같구요..정유정 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는 접해보질 못했는데 한번 살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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