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편지 -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유현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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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언제나 그 작품의 내용이 주가 되겠지만 일반 서점등을 이용하는 무수한 독자들에게 하나의 작품을 추려내어 보기에 가장 먼지 인식되어지는게 아마도 그 작품의 표지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물론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는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특히나 그 작품이 주는 첫인상은 표지 이미지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요리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으나 맛깔나는 요리를 만드는 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뽀인트중의 하나가 보기에 좋아야한다는거라는걸 들은 바가 있다..비교대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작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수많은 글자들의 조합들이 어떠한 내용으로 흘러가는지는 그 책을 어느정도의 시간 이상 훑어봐야 알수 있는 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참을 그 작품에 관심을 가져야된다..그래서 작품의 전체적 느낌과 감상을 그대로 표지의 이미지에 추려서 시각화시킨 경우가 많다..요즘의 대중소설은 그런 표지이미지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표지이미지는 개인적으로 빵점이다..물론 이미지 자체의 의미는 전달이 가능하다..원더우먼이 밧줄을 던져 목이 길어 슬픈 사람을 낚아채는 표지 아닌가(??) 그리고 제목은 그런 목을 낚아채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살인자의 애틋한 편지에 대한 이야기일세??..음...이거슨 뭐냐고??..쉽게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표지라는 점...그리고 부제로 나와있는 듯한 한문장.."세상에는 체계적인 폭력과 무질서한 폭력이 있을 뿐이다"...이거슨 또 뭐시길래 아주 철학적인 폭력의 의미를 담고 있냐고?....각각으로 나눠 생각해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하지만 이것들을 조합하면 글쎄올씨다???

 

표지의 이미지에서 느껴진 유치성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구성과 사건의 진행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살인자의 편지"라는 제목에 걸맞는 아주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사이코패쓰시리얼킬러크라임픽션(우훗..뭔가 똑똑해보인다.)을 지향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에 경찰은 수사에 나선다..그리고 비공개수사의 방침이 세워지는데..그 이유는 연관된 몇개의 사건의 살인수법이 일치하는 결과를 나타내는 이유에서다..그래서 사건은 연쇄살인과 관련된 수사본부가 세워지고 그 속에서 경찰들의 노력과 이 사건을 기사화시키려는 기자의 협력(?)등이 아우러져 사건이 절정으로 달려나가게 되고 그 와중에 살인자는 자신의 살인에 대한 정당성과 의도를 편지로 경찰과 신문사에 알려서 게임을 벌여나가게 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사건의 결말은 또다른 진실의 반전을 독자들에게 안겨준다...라는 내용이므로 스릴러와 크라임픽션을 살앙하시는 독자분들은 이 줄거리만으로도 대강 짐작가능하시리라 여겨진다..상당히 꽉 쫘여진 구조로 사건이 시간별로 진행되어지는게 읽는 즐거움이 꽤 좋은 소설이다..

 

그렇다.. 읽는 즐거움이 상당히 좋은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작가의 사전정보구성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현재의 경찰수사의 구조적 모습과 현실적 처리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흥미진진한 잔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관여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작품의 사실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법과학자는 법과학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의도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법의학자는 부검과 관련된 의미를 들어내주고 범죄심리학자는 범인의 사이코패스적 감성을 제대로 짚어내어준다...그리고 발품팔아 움직이는 하위 경찰들의 모습들도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의 현실과 관련된 음지의 치부를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분노스러운 감정과 눈살 찌푸려지는 짜증감까지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가출한 일탈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들도 있는 그대로의 언어들과 모습들로 자연스럽게 사회의 현실과 대비되어 비쳐지는 등 아주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과 배경적 의도의 역할들을 제대로 해낸다..근데...이 모습들이 하나로 뭉쳐져야 제맛을 살릴 수 있을텐데..뭐랄까?...각각 떼어놓고 보면 상당히 즐거운 읽을거리고 재미있는 작품인데 하나로 이 모든것을 뭉쳐놓으니까 산만스럽고 혼란스럽게 따로국밥처럼 말아먹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거쥐..하나의 작품속에 너무 많은것을 쏟아넣어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다..또한 이 모든 내용들은 독자들에게는 사실상 익숙한 배경들이다..작가의 입장에서는 보다 사실적이고 보다 현실적인 묘사를 위한 집필의 의도가 분명하셨겠지만 독자로서는 여전히 어디에선가 차용된 이미지적 영상물이 떠오를수밖에 없다..

 

하나의 작품속에 너무 많은 의도를 선보이려는 작가의 욕심은 작품의 본질을 심하게 흐려놓게 만들수도 있었으나 그나마 딱 적당한 수준에서 끝을 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럭저럭 사건의 진행에서 정신줄을 딴 쪽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전체적인 줄거리의 중심인 사이코패스의 의도는 처음의 정당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았고 그리고 예상가능한 아주 예상 가능한(이것은 장르소설을 주로 접하는 독자에게 더 심할테지만) 반전은 위에서 밝힌바와같이 흔히 보아온 영상적 이미지들의 차용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는 생각을 해본다...이 작품의 중심인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은 그를 쫓는다..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에는 수많은 부속장치들이 등장한다. 이 부속장치들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해결할 목적으로 이루어져야되는게 원칙인데 워낙 많이 나오고 워낙 산만스러워서 결과적으로는 작품속 사건의 중심인 살인사건과 연관되어지는 장치는 거의 전무하고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버리게 되었다는 점이고 마지막부분의 반전을 위한 법과학적 심리학적 단서의 해결은 이미 독자들이 다 예상하는 부분인 관계로 아무 의미가 없었고 책속의 경찰들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린 형태인거쥐...전체적으로 작가가 보여준 배경장치들은 작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수박 겉핥기의 수준 이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거쥐..마이 아쉬버따.

 

하여튼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는 상당히 큰 작품이었다.. 장르소설을 즐기고 읽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뭐랄까?..상당히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작가의 의도가 잘 보여지는 작품으로 느껴졌고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의 욕심이 긍정적으로 보여져서 나쁘지가 않았다(뭐야?..병주고 약주는거야?)..게다가 작가의 약력편에서 보여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야한다고  북방외교를 떠들어대던 모정권에 속아 노어노문과를 입학한 작가가 남같지 않았다는 거...작가님 "쯔드라스뷔제"임돠요.. 비록 같은 학교는 아닐터이지만 동질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또한 프로포폴의 오리지널 제품을 담당해본 제약영업의경험을 가진 이 독자의 입장에서 더욱더 친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이런 저런 면에서 작가에게 좋은 점수를 주어야 마땅하나 역시 이 작품은 재미는 있으되 혼란스럽고 산만스러운 스릴러소설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고 앞으로 보다 정교하고 멋진 작품을 집필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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