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밤에 잠이 들지 못하고 계속 칭얼대고 징징대느라 엄마가 힘들다.. 하루에 책 몇 글자 읽는것조차 허락해 주지 않는 아이의 칭얼댐에 화가난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니 자꾸 그렇게 칭얼대고 찡찡거리면 호랭이가 와서 잡아간다!!~"그래도 들은척도 안하고 요즘 세상에 호랭이가 어디 있냐는 얼굴로 엄마말에 더 크게 울어제낀다. 마침 배고픈 호랭이가 집앞을 어슬렁거리다가 이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이며 "세상에 나보다 더 무서운게 어디있다고 나를 내세웠는데도 계속 저러고 있는거야?..안되게따, 저것들을 잡아먹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럼  파워레인져 보여줄테니 이제 그만 울어"하니까 금새 울음을 그치는 아이...호랭이는 자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파워레인져가 오기전에 언능 그 자리를 뜬다..라는 말도되지않는 농담식 동화가 전해져내려오고 있다는 우낀 이야기였다..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그러니까 호랑이에 대한 소설을 접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호랑이와 얽힌 수많은 이야기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화여서 그랬다. 소설의 내용은 아주 진지하고 진중하고 거친데 서평의 서두가 우스갯소리라 조금 민망키는 하다..약간 오바해서 호랭이가 담배피던 시절에 얽힌 일화도 소개할려다가 창작이 힘들어 그냥 패쓰.

 

간만 국내작가의 멋진 남성적 소설이다. 단순한 구성과 적대적 관계의 간소함이 더욱 돋보이는 그런 부류의 대립소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보통 그 대립각을 세우는 주체들은 사람인데 반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식민지 강점기에 개마고원의 포수와 개마고원을 중심으로 백두산을 누비고 다니던 한마리의 백호이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30년대후반인 관계로 일제 치하의 밉쌍 일본인도 중심인물로 한 분 모셔주셔야겠고 아무리 남성적이고 호랭이와 싸우는 포수라지만 여인이 없는 소설은 메마른 우물처럼 파도파도 목만 메인다는 나같은 독자의 생각을 제대로 인지하셨는지 매력적인 "그미"를 내세워주신다.

그러니까 중심인물은 포수인 "산", 그리고 백호인 "흰머리", 일본군인 히데오와 조선총독의 수양딸같은 그미 "주홍"이 있다. 간단하쥐?...그리고 뭔가 대강 어떤 구도로 이루어질지 감도 오시지 않을까 싶다..포수는 호랭이를 쫓고 군인은 포수와 호랭이를 쫓고 주홍은 포수와 호랑이를 사랑하고  히데오는 주홍을 사랑한다...그리고 다시 벌어지는 절대절명의 순간들...그들의 운명은 과연??..ㅋㅋㅋ. 차디찬 겨울의 북쪽 개마고원의 설원위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사냥꾼의 시각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서두는 이후에 벌어질 사건의 긴장감과 집중도를 제대로 펼쳐줄 준비를 하고 독자를 모신다..자, 여러분 마음 단단히 먹고 펼쳐보시라...

 

억수로 재미있다라꼬는 말못하겠다. 단순한 구성에 단순한 내용인 소설이  총800페이지에 이르는 서사적 내용을 만들어내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자랑하시는 작가분이시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데에는 무리가 없으나 이야기위주의 사건 구성이 아니라 상황적 측면이 지배적인 묘사적 방식과 심리적 표현이 주가 되는 작품이니만큼 약간의 지루함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요즘의 짧은 호흡을 보여주는 독서의 유행으로 봐서는 크게 숨을 참고 읽어야하는 뭐 그런 느낌의 답답함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그리고 초반부의 개마고원과 백두산 등지의 설원에서의 흰머리와 사냥꾼들간의 추격전이 마무리되어지고 나면 또다른 배경으로 넘어가는데 그곳이 경성이다. 그곳에서 다시 벌어지는 사건의 구성은 "밀림무정"이 초반부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일반적 스릴러로 바껴버리는 듯한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초반부의 감각이 약간 지루하고 답답하고 독자들에게어렵게 다가오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상황적 긴장감을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어느정도 적응이 될 쯔음 돌변하여 도시의 모습과 익히 봐오던 스릴러적 대립으로 바뀌어버리는 구조가 초큼은 아쉬웠다꼬 말하고 싶다. 정리를 한다면 초반부는 너무 설명과 묘사적 가르침이 많은지라 읽는 독자들이 쉬이 지치는 상황이고  후반부는 눈밭의 눈부심에 적응이 될라할 쯔음에 갑자기 바뀌어버린 배경으로  다시 정신없는 도시로 컴백홈하니 다시 눈이 당황스러워지고 돌아가지 못하는 설원에 대한 동경만 남게 되더라 뭐 이런 이야기다...아이고 정리가 더 어렵네..ㅋㅋ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표현력에서는 아주 지대로이시다는거. 흔히들 서평 적을때 이런 이야기 많이 하시잖는가?..흡사 영화를 보는듯한 내용이라서 화면이 그대로 그려지더라..라는 뭐 그런식의 이야기들...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황적 시각화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의 시각적 형상화가 아주 지대로되서 읽는동안 얘네들이 소설속에서 활동사진을 찍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리적인 묘사와 상황적 서술등과 더불어 대화적 방식에서조차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시는 김탁환 작가님의 능력에는 존경을 보낼 수 밖에 없겠다... 상당히 많은 정보와 사전조사가 필요했을꺼라는 것을 읽는동안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어느 누구든지 자신의 소설을 집필할때 뼈를  깍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만은 이 "밀림무정" 역시 김탁환 작가의 수많은 조사와 기록들의 노력이 그대로 투영되는것 같아서 고생했다는 궁디팡팡이라도 한번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내 생각에는 작가가 평생의 역작으로 내세우실 그런 걸작은 아니지만 일반 장르 소설의 감성보다는 좀 더 세련된 맛을 보여주는 즐거운 소설임에는 틀림없고 다른 작가분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힘이 실린 감각이 이런거군화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조선호랑이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살려주신 작가분의 의도를 제대로 공감하고 읽는동안 나름의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운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