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가뭄에 콩나듯이 한번씩 읽게되는 순문학의 영역을 간만에 접해봤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순문학이다. 얼마만인지 도저히 감이 안잡힌다. 기억속에는 한국의 대중문학중 장르를 제외한 문학 작품을 읽어본지가 어언 수십년은 되어버린 듯하니...뭐..기억력 자체가 휘발성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처음으로 접해본 공선옥이라는 작가의 "영란"이라는 작품인데.. 내용은 상실과 희망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뭐랄까?..편협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문학적 내용들의 감성 자체가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문장력이나 묘사력이나 집필적 능력들은 다 다를지 몰라도 내가 본 한국 작품에서 묻어나는 일반적 감성들은 상실에 대한 낙담과 절망과 혼돈과 아픔과 고통을 다루다가 바닥에 내던져진 인간의 꺼져가는 불씨가 마지막 불타오름으로 또다시 희망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느낌 있잖은가?..독자들이 선호하는 그런 구조인가?..사실 공감형성에 아주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많다. 나 역시도 이 작품을 읽어내려가며 나라면?..하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난 이런 감정 별로다...

 

한 여자가 있다..그녀는 아이를 잃었다...그 아이의 곁에는 아빠가 있었다..하지만 아빠 역시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고 말았다..결국 그녀는 홀로 남았다...그리고 막걸리와 빵으로 공허한 인생을 연명하고 있다..한 남자가 있다..그는 부인과 아이를 떠나보냈다.. 이젠 곁에는 아무도 없고 독일로 떠난 가족의 생계만 담당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자가 나타난다..그리고 인세에 대해 이야기한다..그렇게 그들은 만났다..그리고 그들은 목포로 떠난다... 한 여자는 목포에 남고 서울로 돌아온 남자는 다시 목포로 향한다. 그리고 목포에서 그들은 희망을 본다....뭐 이런 내용이다.. 소설의 제목인 "영란"은 한 여자의 이름인데...목포에 도착한 살았지만 죽어버린 그 여자의 새로운 이름이 영란이다...처음으로 자신이 발을 디딘 곳의 여관 이름이 영란여관이었다. 그리곤 새 삶이 시작된다는 그런 내용... 사람들. 인생들. 삶들. 부대끼고 살아가는 모든 세상들...그 모든 것들이 목포에 있다...뭐 이런 이야기올시다..ㅋ

 

어렵게 말하지 말자..이 작품의 주제는 상실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슬픔에서 헤어나올 수 있고 인간이기 떄문에 절망에서 어울림을 찾을 수 있는 뭐 그런 모든 인간의 부대낌은 목포에서 이루어지더라라는 내용인데... 구구절절 주인공의 마음과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특히나 난 남자의 입장에서 이정섭의 심리를 십분 헤아릴 수 있었는데...허전한 인생의 한 켠에 오래된 담요 한장만 있으면 그나마 내 몸 하나 누일 곳은 있다는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뭔 말이데??..) 날 포근하게 그리고 토닥거려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들이다..인간이기에 상처받고 인간이기에 절망하고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지만 역시 돌아갈 곳은 인간밖에 없다는 생각..아이고!!~아주 철학적이다...목포라는 공간적 배경속에 쏟아나는 인간의 모습들은 치열하고 절망적이고 슬픔이 가득한 곳이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따스함을 찾아내고 그 따스함으로 서로를 뎁혀준다라는 인생론을 보여주는 작품인데...흠...스릴러나 추리소설류의 긴박감과 긴장감, 박진감들을 들춰내며 그속에 담긴 추리적 내용과 구성으로  재미가 있다 또는 재미가 없다. 추리적 개연성이 뚜렷하다. 허술하다 뭐 이런 평들을 끄적거리다가 감성에 치우치는 평을 하려니 쉽지가 않다..ㅋ..

 

많이 보아온 작품적 감성들이고 아픔들이고 내용들이지만 그 공감에 어쩔 수 없이 역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그런 작품이다. 나의 취향과는 별개의 작품이지만 역시나 사람의 냄새로 인해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그들속에서 나 역시 인간이기에 느끼는 아픔과 희망과 웃음을 맛보고 즐기게 되었다. 특히나 정섭으로 인해 자신의 기존 인생이 고스란히 남은 서울의 집은 허물어져버리고 목포라는 새로운 곳에서 영란이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다시금 목포를 찾은 정섭의 주위에 모여든 인간군상들의 해피엔딩(?)들을 느끼면서 힘들고 지치고 괴로워도 인생을 결국 웃음으로 마무리가 된다는 뭐 그런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영란을 목포로 이끈 정섭의 또다른 귀향(?)으로 다시금 해후하게 될 그들의 운명이 이 책을 덮는 순간 편안한 웃음으로 마무리하게 해주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그리고 역시 목포는 항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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