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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1. 현실의 삶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비루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어버리면 여러가지로 우울한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나 중년의 나이가 되어 아는 이, 친한 이로부터 인간적인 배신이나 멸시를 받게 되거나 이기적인 자기의 시선이 옳다는 방식으로 타인을 몰아가는 것을 보게되면 더욱더 살아온 나의 인생이 허허롭게 느껴지곤 한다. 나름 제대로 된 인생이었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해 개인적인 배려가 있었을지언정 결국 남는 것은 나 하나라는 것이라는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에 부딪히곤 한다... 그게 바로 갱년기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중년의 삶은 위험하다... 일탈과 탈선의 유혹이 그들을 잠식하지않게 붙잡아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중년 인생의 클리셰에서 우린 알아야된다... 이미 당신들이 모르는 사이 탈선과 일탈의 경험이 무지하게 많을 수 있다는 사실.... 단지 아닌 척 할 뿐.... 모든 진실은 항상 거짓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아님 말고
2. 클리셰라는 의미는 뭔가 예측 가능한 진행의 진부함과 전형적인 흐름의 진행이라고 보면 어떨까,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러하지 않은가, 고로 인생 패턴의 고착화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삶속에서 그나마 위안이라고 느끼는 것이 대체인생의 목도나 이야기들이 아닐까, 누군가의 일탈적인 삶과 그들의 비현실적인 인생풍파에 우린 귀를 기울이고 흥미롭게 지켜보곤 한다. 그 한 측면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수많은 장르소설의 전형적인 서사와 그 결과론적 이야기의 방식에 지겨워진 독자들에게 뭔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존재하는 미디어가 있다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아마 이러한 인간의 확장적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그러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의도에서 몇몇 작가들이 모여서 앤솔러지 작품을 출간했나보다..
3. 다섯명의 작가가 참여한 "클리셰:확장자들"은 전형적인 서사의 방식의 틀을 깨고 나름의 창의성을 전제로 그 의도를 비틀어버리고자 한 내용으로 중편들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국내 장르소설 시장에서 방구깨나 끼시는 분들이시고 나름 독자층이 확보되어있는 분들이시니 서사나 문장력은 어느정도 인정받는 분들이시라 할 수 있겠다.. 각 작가분들의 작품에 대한 줄거리는 넘기자... 김아직 작가의 시골마을 연쇄살인을 다룬 탐정소설도 나쁘지 않았고 박하익 작가의 기자 캐릭터를 내세워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인간의 실체에 대한 탐구적 탐정소설의 방식도 좋았고, 송시우 작가의 대단히 일상적이지만 즐겁게 사건을 쫓아갈 수있는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고 정명섭 작가의 셜록 홈즈의 오마주 뱀파이어 디스토피아 소설도 생경하지만 매력적이었고 최혁곤 작가의 오랫동안 숨겨온 인간의 추억과 그 내면의 악의를 드러내는 방식의 재미진 캐릭터들의 서사도 즐거웠다.
4. 다만 이 모든 작품들의 주제에 걸맞은 클리셰의 확장적 영역에서 그들이 보여주고자한 전형적인 서사에 대한 장르의 틀에 대한 반항적 의도 및 뒤틀림은 무지한 독자로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않았다... 중편의 짧은 단막극의 형태로 이어진 기준에서 볼때 뭔가 반전의 반전의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장된 서사의 흐름의 변칙성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인식이라도 있었다면 좋으려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작품들이 그런 작품의 컨셉에는 부합되지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전형적인 결말의 흐름이 어떤 것인 지 말로는 설명하지 못해도 대강 인식은 하는 바, 뭔가 흔한 전형적 결말의 내용에 뒤틀림을 주었다고 여겨지지만 그게 독특하게 이번 앤솔러지에 강조가 되어 뭔가 강렬한 클리셰의 파괴를 느낄 수 있었느냐라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각각의 작품들은 재미는 있으되 그 클리셰가 추측과 기대와 반전에 대한 작가의 의도에 따른 확장의 영역에서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노닥거리면서 독자들을 농락하진 못했다는 느낌이 들더만, 아님 말고,
5. 하지만 그동안의 국내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작품적 전형성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로서 이러한 시도는 자꾸 이루어져야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웹툰이나 그런 작품들이 보여주는 서사적 이야기와 함께 시각적 다양성이 주는 매력에 국내 소설이 아직까지는 따라잡기가 어려운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화성이 주는 멀티미디어적 감성과 이해도에 비해 문장으로 엮어진 소설의 문자의 입체감이 따라가질 못하는건가는 의구심도 많이 들었던 일개 독자의 생각으로서 단순하게 글의 영역에서 문장에 그리고 재미에 집착하기보다는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캐릭터성보다는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과 전형적이지 않고 서사의 변칙성에 어느정도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적 이야기도 이번 작품들의 방식을 중심으로 더 많이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앤솔러지의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이 그러한 매력들이 넘쳤듯이 말이지...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