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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평점 :
1.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과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삶을 터득해나간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나 해결 방법은 언제나 함께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우린 익히 안다.... 사회적 체제속에서의 우리네 삶이라는게 그렇다...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권력지향적인 사회적 행태속에서 우린 지금 많은 것을 겪고 있다... 제대로 인식을 못하는 것인 지, 아님 인식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힘겨운 삶의 생존에 집중하거나 오롯이 자신의 삶만을 바라보는 세태에 따라 사회의 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인 지 알 수는 없지만, 동반과 동행, 공동체와 같은 개념이 희석되고 있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주변과의 관계, 사회속에서의 연관성에 대한 나의 외면과 무관심은 사회를 함께 가는 곳이 아니라 권력의 우위에 선 빌어먹을 권력지향적 인간들의 맹목적인 집착을 이끌어내고 갈수록 나와 우리를 호구로 만들고 고립시키는 삶을 만드는 것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요즘 이 사회가 조금 무섭다.... 나만 그렇겠지.....
2. 적다보니 아구가 맞지 않은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뭐 이런 정신없는 내 마음과 다르지않은 것 같아서 그냥 두는걸로 하고, 드디어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읽게 되었네요... 클래식한 경찰소설의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좋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를 잡습니다.. 특히나 이번 마지막 "테러리스트"를 볼짝시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년 정도의 시간동안에 천천히 읽어나간 작품이지만 작품속의 세계관이나 공간적 시간적 배경 자체가 60년중반부터 70년중반까지 10여년의 시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현실적인 스토리인데다가 작가 역시 매년 그 시간적 배경에 따른 작품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작품으로서 만나게 되는 우리와는 다른 과거의 경찰조직의 살아있는 발품파는 형사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독자로서 더이상 만나질 못하는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고 그리고 소설속의 형사 동료들이 엮어낸 조직과 파트너라는 보통적 사고의 일반적 방식의 현실적 이야기에 무릇 감흥을 했기 때문일겁니다.
3. 10번째 작품 '테러리스트'는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인물에 대해 뭔가 대미를 장식할만한 스토리를 선사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시리즈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작가들이 드러낸 사회적 체제에 대한 인식들이 보다 집약적으로 스토리에 전개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더이상 시리즈를 이어가지않겠다는 작가들의 의지에 따른 마무리의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단지 그동안 각개전투처럼 담당했던 경찰조직내의 사건에 대한 각각의 인물들의 역할과 영역에 대해 이번에는 테러라는 조금은 강력한 사회체제에 대한 전복적 방식에 눈길을 주고 이 강력한 파괴적 스토리에 그동안 각자의 영역속에서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 하나로 뭉쳐서 해결을 해낸다는 점이 특이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시리즈의 마무리로서 한결같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역할을 잘 이끌어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러한 마무리를 과하지도 않고 그동안의 동료들의 삶과 역사들을 잘 엮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추억과 기억과 기록을 군데군데 끌여들여 독자들에게 이 시리즈가 마르틴 베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4. 한마디로 이번 작품은 직설적으로 사회체제를 깝니다.. 특히 경찰조직의 방만한 현실과 편견으로 사로잡힌 권력자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을 무차별하게 깨부숩니다.. 테러라는 강력한 사건을 통해 현실에 반하는 사회 위정자들의 병신같은 정치 행태와 무식한 발상에 대해 5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우리네 사회와 그닥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한번 더 짜증이 물밀듯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또 역시 저만 그런 것은 아닐겝니다.. 그러니 독자님들께서 이 시리즈는 꼭 보시길 원하면서, 줄거리는 테러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시작합니다.. 스웨덴 내에서의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군발드 라르손은 테러의 경호 분야를 배우기 위해 남미로 파견되지만 테러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해 미국 주지사의 스웨덴 방문에 테러와 관련된 부분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게 되죠, 남미의 테러조직은 세계의 유력 정치인을 암살하는 테러를 자행하는 인물들로 이들이 미 주지사의 스웨덴 방문에도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을 중심으로 경호를 위한 테러 대비 총책임자로 마르틴 베크를 임명하고 스토리는 이어집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스웨덴 사회의 획일적이고 자본주의적 방식에 국민을 양분하던 이념적 방식에 반대하는 시위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하고 여전히 은행강도가 빈번하던 상황에서 발생한 한 여성의 은행강도 사건에 마르틴 베크는 사회적 문제속에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여인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이어지기도 하죠, 물론 읽어보셔야 알게되는 이야기입니다...
5. 장르소설로서 경찰소설, 범죄소설로서 이 작품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시리즈이기도하지만, 무엇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사회파 소설이거니와, 인간의 현실적 삶에서 한치의 과장도 없이 꾸밈없이 그 삶을 들여다보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홉번을 통해 반복해서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간결한 묘사와 내면의 심리를 깊이 그려내는 작가의 의도는 대단히 공감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죠,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파트너들과의 공조와 이들간에 함께해온 10여년간의 그들의 영역들을 서로 이해하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제는 받아들이는 관계적 동조 역시 매우 와닿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남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뛰어난 경찰인 군발드 라르손과 조금은 답답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최선을 다하는 에이나르 뢴의 모습 그리고 사진 기억과 같은 뛰어난 머리를 가진 멜란데르와 뒤늦게 그들의 조직으로 들어와 경찰로서 성장해가는 벤뉘 스카케와 이제는 경찰은 떠난 콜베리의 마지막 한마디까지 작가는 흡족한 마무리의 마침표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삶은 소설이 끝이나도 숨쉬는 듯 일상을 이어갈 것처럼 느껴지는 것 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6. 시리즈의 열권을 마무리하면서 이 시리즈가 이렇다 저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동안 아홉번동안 각각의 시리즈에서 충분히 독자로서 느낀 바를 전달한 적이 있거니와 그걸 마지막권에서까지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의 독후감은 거의 동일합니다... 마지막 '테러리스트'조차 다르지 않습니다.. 한결같고 변함없고 끊임없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고 항상 독자들에게 전작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첫권이었던 '로재나'에서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마지막 '테러리스트'에 이르러서는 이 소설에서 가지게되는 감정의 편안함과 함께 변함없음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것임을 인지하게 됩니다... 제가 전하는 이런 독후감의 의미를 이 시리즈를 접해보시지 못한 분들에게는 제대로 공감이 되지 않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가능하시다면, '로재나'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속도감보다는 차분함, 잔임함보다는 지독함, 과장과 자극보다는 현실과 담담함을 그려내는 내 삶의 위대한 경찰소설을 꼭 한번쯤은 만나보시길 바라는 독자의 마음입니다... 살면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열 권 이상 만나실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마무리가 된 시리즈를 만나 본 적이 있던가요?.... 국내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위대한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