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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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밥 먹는 중이라도 잠시 휴대폰 좀 내려놔.... 잠시만이라도 TV좀 꺼.... 에어컨 잠시 끄고 한 삼십분 공기 통하게 문 좀 열어라.... 사람도 없는데 불 좀 끄고 다니면 안돼?..... 전기 없이 살 수 있을까요? 휴대폰 충전은 기본이고 일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기준은 전기 없인 돌아가지 않습니다... 어느날 전기가 들어오지않는 캠핑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전기를 쓸 수 없는 곳이었죠... 아이들의 휴대폰은 하루가 지나고 바닥나 버리고 온갖 배터리도 동나버리는 시간이 오더군요... 세상의 전기적 이기들은 모두 임시적인 죽음을 맞이한 순간 아이들과 우린 제일 처음 무엇을 했을까요, 조용히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고 서로를 놀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불멍을 끊임없이 하면서 결국 우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몇몇군데의 휴대용 배터리 조명을 제외하고는 밝은 빛이 없는 공간속에서 하늘은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각각의 나이만큼 평생동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한 밤하늘의 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으니까요.... 처음의 눈에 비친 하늘은 멀게만 느껴졌지만 가만히 의자에 고개를 뒤로 제낀 체 한동안 바라보노라면, 어느순간 별들은 우리의 눈속으로 쏟아지더군요.... 저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신기한 경험이자 두번다시 느껴보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세상의 이기들은 전기의 도움으로 죽음에서 부활했습니다.. ㅋ


    2. 제가 구세대인지는 모르지만 저자의 성명을 데이비드 켑이라고 하니 적응이 안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코엡으로 알고 있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이신건 알고 있습니다.. 예전 유명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때면 항상 큼지막하게 나오시는 분이시라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익히 이름은 들어봄직한 분임은 확실합니다.. 여하튼 재미난 영화의 각본가가 직업인 분이시라 매력적인 서사와 캐릭터들의 입체감은 누구보다 잘 표현할 것 같은 느낌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게다가 소설의 소재가 태양의 자기폭풍으로 인해 지구상의 전기가 한순간에 펑 터져버리면서 전기가 사라지는 재난상황의 어떤면에서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가진 부분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대단히 과학적인 지식을 요구한다거나 전문적인 이과계열의 소설적 특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전기가 사라진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적 즐거움이 있다라고 봐야겠죠, 줄거리는요,,,


    3. 잘은 모르겠으나 천체와 지구적 과학의 전문가들이 몇세기에 한번씩 지구에 휘몰아치는 태양 자기폭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기가 없던 100년도 더 된 시절에는 이러한 자기폭풍이 지구에 휘몰아쳐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전기가 발견되고 전기가 없이 살 수 없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엄청난 재난인거죠, 그리고 그 재난이 급박하게 지구에 몰아닥칩니다... 한순간 지구는 전기가 사라져버리죠, 전기가 복구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지도 모를일입니다.. .그렇게 재난에 직면한 지구의 몇몇 인물들인 오브리를 중심으로 자기폭풍을 미리 알았던 노먼이라는 노년의 과학자가 사는 동네인 일리노이주 오로라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죠, 오브리에게는 가족적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러스티는 갈수록 인간말종이 되어가고, 그의 아들인 스캇을 두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오브리의 친오빠인 톰은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엄청난 재력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재난에 대비하고자하는 집착으로 인해 현재 벌어진 상황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얻지 못한 극단적 T형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동생인 오브리를 누구보다 사랑한 사람이기도 하죠, 이렇게 오브리와 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건을 만들어 나갑니다... 톰은 재난에 대비해 자신이 마련한 벙커로 떠나고, 오브리는 재난상황에서도 오로라에 남아 그녀만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세상은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잔인합니다... 조금씩 균열이 벌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수많은 칼날들을 이들은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4. 대단히 과한 전문적 과학의 지식과 엄청난 지구 재난의 상황을 맞닥뜨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설은 생각보다 소소한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폭풍은 지구를 재난에 빠트렸고 그걸로 과학적인 해소는 끝났다... 그리고 이를 복구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외에는 소재가 주는 임팩트는 없습니다.. 다만 이 이후에 벌어지는 지구상에서 어느 지역의 인물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 남매의 이야기입죠, 잘나고 돈많고 돈으로 사람을 대하는 대단히 무정한 남자와 정 반대의 여동생의 삶을 대비시켜가며 서사는 진행됩니다.. 전반적으로 자기폭풍이 발생한 시점부터 약 1년정도의 시간동안을 다루지만 발생시점에서 약 6개월동안의 혼란스러운 상황등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인간이 얼마나 적응하는가, 얼마나 잔인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작품인지라, 스펙타클과도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반전이나 미스터리적 반향을 일으키는 구도도 없습니다.. 다만 이리한 인물들의 적응적 삶속에서 우리가 코로나등의 재난을 경험해본 독자들이 느꼈던 감정적 공감과 재난적 동감을 기대할 수는 있죠, 그럼에도 소설은 상당히 잘 읽히고 상황적인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독자들에게 읽는동안 재미를 주는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5. 앞선 문장들을 읽어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충분히 느끼셨을텐데, 그렇습니다.. 그냥 흔한 헐리우드 영화 한편 보시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읽는동안 여주인공은 누가 하면 좋을까, 남주인공은 누가 나을까, 그리고 쓰레기같은 빌런은 또 어떤 사람이 어울릴까를 머리속에 떠올립니다.. 재난이 발생한 후의 공간의 배경적 입체감도 흔한 영화속 이미지를 그대로 떠올리시면 충분히 그려지는 작품입니다.. 누군가가 극찬을 하고 누군가가 흥미진진하고 오싹하다는 등의 서지 홍보를 본 적이 있지만, 오히려 이 작품의 느낌을 깎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작품은 그냥 인간적이 냄새와 그 내면의 공감을 따뜻하게 잘 그려내는 흔한 대중소설이라고 보시는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나쁘지도, 그렇다고 막 심장이 떨리고 소름이 돋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의 감각을 문장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작품도 아닌, 무난하고 심심하지만 잘 읽히고 편안한 작품 정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각본가답게 인물의 구성과 입체감은 무척 잘 살아있고, 상황에 대한 이미지적 감성도 문장속에 잘 녹아들어있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잘 읽히는 작품으로 판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 그렇게 편안하고 빠르게 읽혔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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