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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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가 들다보니 평생 거들떠보지도 않던 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믿을 바 못되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보살이라는 사람의 일반적인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더군요, 누군가의 권유로 같이 가긴 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미래에 이야기나, 나의 삶과 향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동일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동반인에게도 하더군요, 물론 이 모든 예측의 시발점은 동반인이 먼저 현 상황을 설명하고 답을 얻고자했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하면 본인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공감가는 우리 인생의 팔자였습니다.. 대단히 유명한 보살이라 그러면서 조심하라는 부분, 세심하게 챙기라는 부분등 동반인은 꼼꼼히 되새기며 스스로의 미래를 미리 챙겨보는 것을 봤습니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듯 저 스스로도 보살이 저에게 했던 대단히 일반적이고 누구나 해당 가능한 공감적인 미래의 삶의 부분을 나름 믿고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듯 하더라구요, 부정적인 부분은 앞서 예방가능한 미래를 알게 되었으니 그또한 걱정을 줄이는 심리적 안정도 생기구요, 결국 미신을 믿고 믿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의지할 무엇인가에게서 답을 찾으려는 본성이 있지 않나 싶더군요, 신앙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종교이든, 미신이든, 얼토당토않은 건담신이든 상관없이 나에게 위로와 믿음을 주는 것이라면 인간은 어느정도 추종하기 마련인 듯 합니다.. 그래서 전 이제부터 돈이 들어와 벽에 똥칠할때까지 잘 살다 죽는답디다.... 그리고 술, 암, 여자, 사기 조심하구요.... 참 점쟁이가 용하더군요...


2. 서설이 길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바다와 산이 많은 곳이다보니 각 지역마다의 토속신앙의 전설같은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을겝니다.. 사실 현실속에서 그런 민속적 신앙의 의미는 넓게 불교적 관념에 들어가버린 경우고 있는 듯 하구요, 여하튼 잘은 모릅지만, 이제는 도시화되어버린 좁은 국토다보니 그런 미신적 개념을 상당히 많이 희석되어버린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조금 다른 종류의 신앙적 다양성이 많아 보입니다.. 산지가 워낙 많은 곳이기도 하고, 섬나라의 특성상 지역적 토속신앙의 개념이 더욱 활발하게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어보면서 해봅니다... 이번 작품인 "걷는 망자"는 기존 도조 겐야로 대표되는 호러미스터리추리 장르에서 조금 현실성이 가미된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도조 겐야는 등장하지 않으나 그의 배경속에 중심축이 되고 미쓰다 신조의 사상학 탐정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구체화시켜줄 인물 두사람이 등장합니다.. 도조 겐야의 대학 연구실의 조교인 덴큐와 에피소드중 하나인 '걷는 망자'의 실 체험자인 도쇼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단편 연작집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총 다섯편의 도조 겐야가 수집한 괴이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3. '걷는 망자'는 이 소설의 연작속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도쇼 아이가 체험한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에서 만난 망자로 인해 한 남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를 파헤치고 추리를 덴쇼와 하게되죠, 그렇게 아이는 도조 겐야의 연구실에서 괴이한 이야기를 그와 나누게 됩니다.. '다가오는 머리없는 여자'는 지역의 한 집안과 관련된 이야기속에서 안리 가즈히라라는 중학생이 체험한 이야기입니다.. '호귀와 두꺼비집'이라는 작품은 산속에서 만난 괴이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시키 할멈'이라는 작품은 보다 현대적인 대학 동아리단체가 지역의 미신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속의 자시키 할멈을 체험하기 위해 여관을 방문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쿠치바온나'라는 작품은 도조 겐야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아이와 덴큐에게 추리해보길 원하는 작품이죠,,


4. 대체적으로 산지에서 벌어지는 토속신앙의 미신과 괴이하고 불길한 유령적 불안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첫 작품은 바닷가의 미신이 주축이죠, 사실 바닷가는 어디에서는 미신이 존재하기 마련이거니와 산과 관련된 미신도 엄청나죠, 하지만 이 작품은 미신과 무서운 괴이에 국한되어 독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의도보다는 이를 토대로 진실이 무엇인 지, 흔한 지역적 속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변질시키고 이용해먹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설의 고향속 무서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진실처럼 느껴질터이니 이를 통해 그들의 불안감과 공포를 조성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의 진실의 추리를 해내는 논리적인 공포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봐야겠죠.. 각각의 단편의 체험담이 끝나고나면 항상 도쇼 아이는 이야기를 덴큐에게 찾아가 진실의 추리를 해내게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체험담은 도조 겐야가 아이에게 편지를 보내 덴큐에게 전달하고 답을 찾아 하나의 자료로 남겨두고자하는 의도도 있겠죠.. 여하튼 소설은 그런 방식으로 각각 동일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5. 짧은 이야깃거리다보니 미쓰다 신조의 특유의 공포감이 체험속에서 막 감성적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신조 작가 특유의 불길한 주변의 으슥함이 다가와 어두운 창문을 쓰윽 한번 쳐다보게되는 싸함은 있습니다.. 우리집은 8층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현대가 아닌 50년대의 과거속 이야기다보니 구전과 체험이 보다 현실적인 시대인것도 감안하셔야될겁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도조 겐야는 지금 현실속 괴담을 수집하는 인물이 아니라, 2차 대전이 끝나고 피폐해지고 황폐해진 상황에서 새롭게 삶을 살아가려는 일본의 외진 지역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역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미리 생각하시고 보시면 조금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각 단편의 후반부의 추리적 결말과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괴담의 미스터리 해결과 인물들의 티키타카는 조금 어설프고 유치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일본 스타일에 적응하신 분들이시라면 충분히 도쇼 아이와 덴큐 마히토의 대화는 즐거우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사상학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의 탄생에 일조를 하게 됩니다.. 한 여름밤 과하지않고 편안하게 공포와 추리를 즐기실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님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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