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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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0년대에 태어나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에게 주는 과거의 향수는 딱히 나쁘지않다.. 오히려 추억 돋는 그 시절만의 매력이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과는 다른 아날로그식의 삶의 방식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로타리식 텔레비젼이나 평상에서 더운 여름 털털거리는 선풍기 옆에서 시원한 멸치 육수에 우려낸 물국수 한그릇과 대야에 넣어둔 차가운 수박 한덩이에 행복을 느끼던 그런 시절이었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삶의 방식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만나서 그사람의 진심을 느끼던 그런 차분함이 있던 나의 어린 시절,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말 그대로 발품이 확신을 주는 그런 시대에서 난 지금 손바닥만한 휴대폰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 확신을 주는 진실은 항상 부족하다... 그 시대의 경찰들도 그러하지않았을까 생각한다... 수기로 작성된 종이에서 단서를 찾고, 직접 탐문하면서 용의자를 추적해나는 그런 무던한 수사과정이 오히려 인간이 가진 딜레마를 조금더 확인시켜주고 세상의 범죄와 진실의 페러독스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뭐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 아님 말고


2. 스웨덴의 두 작가의 클래식 경찰소설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시대적 배경이 60년대 중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10권의 시리즈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범죄 미스터리의 장르에서는 흔히 클래식이라고 불리우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죠, 그런 작품을 시리즈로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8번째 작품인 "잠긴 방"입니다.. 그동안의 현실적인 경찰들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작가들은 이번에는 밀실이라는 미스터리의 매력을 한껏 뽐냅니다..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리고 은행강도들이 날뛰던 70년대의 스웨덴의 사회상을 주도면밀하게 드러내고 있죠,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단히 어설픈 은행강도지만, 그때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거율이 그렇게 크지 않았나 봅니다.. 스웨덴에서는요,


3. 제목처럼 "잠긴 방"은 마르틴 베크가 총을 맞고 1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리고 첫 수사로 밀실 살인에 대한 흥미로운 사건을 맡게 되죠, 하지만 2개월이 지나 발견된 시신의 집은 완전 밀실이었지만, 초동수사에서 문제점을 확인하고 자살로 마무리지어버린 경찰관은 총으로 자살한 피해자가 밀실인 집 안에 총도 없는 것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베크의 사건 하나, 그리고 라르손과 콜베리를 축으로 하는 은행강도 사건이 교차적으로 벌어집니다.. 솔직히 베크의 사건이 더 흥미로운게 사실이나, 결과론적으로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전혀 궤를 같이하지않을 것 같은 두갈래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뛰어난 서사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베크와 한 여성의 관계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말 그대로 낭만이 철철 흐릅니다.. 대단히 무미건조하고 툭툭 내뱉는 듯한 작가의 캐릭터 표현력이 더욱 마르틴과 여성의 관계에 흥미를 더 유발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작가는 작품속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스토리를 대단히 면밀하게 짜냅니다.. 심지어 한낱 스쳐 지나가는 인물일지언정 그의 삶과 사회적 인생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곤 합니다.. 그러한 부분이 작가가 지향하는 사회 비판적 시각에 큰 몫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 작품마다 그런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작가이지만 이번 작품속에서는 그런 비판적 시각의 많은 부분을 주변 인물들의 삶과 서사속에 녹여내는 방법이 탁월하더라구요, 흘러가는 듯 보여지는 스웨덴의 어느 날의 사회적 시위들도 그러하거니와 탐문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회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적 구성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들을 통해 작가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대변해서 표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중반부에서 상당히 폭력적이고 과격해진 듯한 작가의 심리적 감정이 이번 작품부터는 조금 진정되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조망을 보다 세세하고 차분하게 그려내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5. 그동안의 작품도 그러했지만, 역시나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차분하게 머리속으로 정리되어지는 서사의 구조와 개연성과 시,공간적 배경의 이미지는 아주 뛰어납니다.. 특히나 미스터리의 방식을 차용한 밀실 살인의 이야기는 추리소설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즐거운 선택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의 서문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중 한명인 마이클 코넬리의 추천사도 있는만큼 차분하고 개연성 쩌는 범죄 미스터리 소설을 원하시는 독자분이시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구요, 다만 몇몇 중반부의 전작들의 폭발력 넘치는 스케일은 조금 줄어들고 보다 차분하고 짜임새에 신경을 쓴 흔적이 다분하기에 더운 여름 밖에서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에도 땀에 쩌는 이 날씨에 서늘한 선풍기와 전기세 좀 더 내시더라도 에이컨을 킨 상황에서 잠자리에 드시기 전 편안하게 읽어보시는 작품으로 선택하셔도 참 좋을 소설이라는 생각입니다.. 단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몇몇 개연성속에 이전 작품의 스토리가 내재되어있다보니 전작들을 다 읽어보시기 힘드시면, 전작인 '어느 끔찍한 남자'부터 읽어보셔도 매우 행복하신 독서의 시간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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