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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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천년을 이어온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마약이라고 명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술, 그동안 수없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가장 잘 알게되는 본성의 영역을 툭툭 건드리는 안 비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언제나 술과 함께 하는 곳에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영혼을 흔드는 어지러움이 있기 마련. 이 매력적인 어지러움이 즐거움과 행복과 망각과 흥분을 준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는 것일테고 이로 인한 실수와 부끄러움은 술이 나를 어지럽히는 것이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적절한 음주는 항상 즐겁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당신의 가정을 파괴합니다는 동서고금의 경고문이라는 점도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기에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기에 우린 우울하다.... 그래서 이 우울과 삶의 무게를 잠시라도 잊기위해 우린 망각의 액체에 몸을 맡긴다.. 이 술이 주는 망각의 지속력은 담배가 주는 안정감의 수백, 수천배의 만족과 흥분과 즐거움을 주니 비견될 수가 없을 터이다... 이성을 어지럽히고 본성을 드러내는 대단히 매력적인 이 존재의 가치는 절대 사라지지않을테고 여전히 합법적인 마약인 이것은 나와 당신과 인간의 삶에 행복과 불행의 양면을 던져주는 불멸의 존재로 남아있을 것이다..

 

2."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2년전이니 이 소설의 사건과 배경적 공간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변함없는 경찰의 삶과 시간의 반복을 보여주는 시작점의 사실적으로 그려진 살인사건현장 사진속의 이미지가 훅하니 독자에게 전달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마르틴 베크는 사건을 뒤로한 체 한달간의 여름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휴가지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다시 권태의 가족의 생활속에서 탈출하는 베크는 비공식 실종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되고 알프 맛손이라는 주간지 기자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실종된 사건을 맡게 된다... 제목처럼 연기처럼 사라진 이 기자를 찾기 위해 부다페스트로 향한 베크는 현지에서조차 어떠한 단서도 찾아내질 못하는데......

  

3. 1960년대 후반의 - 아마 프라하의 봄이 일어나기 전의 -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공산주의 국가로서의 시간과 공간의 배경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동유럽국가의 대부분이 2차대전 이후 소련의 영향력 아래 많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이념적 형태를 지녔으니 그러려니 하고, 이 작품속에 이런 이념적 영역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우니 넘어가지, 소설은 스웨덴 경찰의 해외 출장의 영역을 다룬다... 대단히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문장속에서 사진을 보는 듯한 뛰어한 상황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심지어 5년 전 여행자 선박 전복사고로 국내 여행객들이 안타깝게 고인이 된 그 곳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더욱더 머리속에서 그 지역의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한다. 여하튼 소설은 그 시대의 삶과 국가들간의 관계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에 대한 단서를 찾아나가려 한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와 동유럽의 국가들 특히 공산화와 관련된 나라들과의 국제정세를 토대로 사회적 문제 영역을 살살 건드려가며 뭔가 있을 법한 묵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소설은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내며 반전을 보여준다..

 

4. 이번 두번째 작품속에서 마르틴 베크는 뭔가 밍밍하다.. 큰 활약도 없고 실종된 남자를 찾을 수 있는 그 어떤 단서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거니는 일을 반복하곤 한다... 잠자고 식사하고 목욕하고 거닐고 조그만한 단서를 찾아 주변인물을 신문하지만 딱히 드러나는 정황은 없고,,그렇게 소설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전작에서 끈질기게 이끌어가는 집요함을 이 작품속에서는 딱히 찾아볼 수없다... 작가의 의도인 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마르틴 베크의 모습속에서도 이러한 허탈함을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드러난다.. 하지만 이 모든 의미없는 시간들과 소품들과 인간들의 연결들이 어느순간 하나로 뭉쳐지는 상황이 오면 뜬금없는 쾌감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런 즐거움을 우린 이 작품속에서 후반부에 만나게 된다....

 

5. 개인적으로는 작품적 흥미나 속도감의 측면에서는 전작과는 비교가 된다.. 무척이나 뛰어난 상황과 공간들의 묘사와 인물에 대한 통찰력은 오히려 전 작품보다 더 뛰어난 문장적 이해도를 보여주고 일견 사진같은 이미지의 전달력은 매우 즐겁지만, 경찰소설로서, 혹은 스릴러소설로서의 범죄적 영역의 긴장감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큰 매력을 찾긴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은 어떤 단서나 실종자의 죽음이나 거대한 국제적 음모론이 있을법직한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데다가 이를 떡밥처럼 독자들에게 던져주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할터이다... 작가가 모르진 않을진데,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그 시대 1960년대 후반의 동유럽국가와 스웨덴등과의 국제적으로 예민한 이동의 역학적 관계등과 무엇보다 베크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데 있다.. 서류상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한 한 남자가 일순 사라져버린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있긴 한가, 있었긴 한가, 분명히 있었다는데, 봤다는데, 근데 도대체 어디로.....라는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가 앞서 던져놓은 모든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되어 끝으로 향하는 지적인 작품이라고 봐야겠지... 물론 재미는 좀,

 

6. 이 작품에서 가장 백미는 소설의 시작이라고 난 생각했다... 아주 농밀하고 섬세하고 사진속의 작은 이미지마저 놓치지않겠다는 목적으로 꼼꼼하게 사건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듯 그려낸 묘사의 능력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주변의 상황과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묘사의 방식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부다페스트의 거리의 모습은 가보지않아도 걷지않아도 충분히 여름의 습한 강가의 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표현의 문장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단 경찰소설의 재미를 차치해두더라도 이러한 상황과 소설의 인물이 보여주는 공감각적 공감능력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라꼬 조금 더 칭찬해주자.... 특히나 마르틴 베크라는 인물에 대한 속깊은 내면까지 독자가 조금 더 가까워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호흡을 맞추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결론의 반전과 그 이야기의 매듭이 주는 희열은 연말정산 시 나오는 추가 보너스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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