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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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반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직업인으로서 현실의 삶은 참 암울하고 지치고 변화가 없다. 조금 과할 지 모르지만 무저갱같은 일상의 반복속에서 책임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못해 스스로를 쳇바퀴속에 가둬둘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는게 더럽게 우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거지, 물론 혹자는 그럴 것이다.. 그럼 스스로를, 아니 너 자신을 그 굴레속에서 벗어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지, 벗어나버리면 되지,, 안될게 뭐가 있겠냐,,,, 그러면된다. 하지만 쳇바퀴를 돌리는 반복된 속도에 자신을 동기화시켜버리고 나면 쉽게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있지, 갑자기 멈춰버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난,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있지 않을까, 그렇게 멈춰버리는 순간 얼마나 심하게 내동댕이쳐질 지, 그렇게 스스로가 다쳐버릴거라는 사실에 두려움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난 내 삶의 쳇바퀴속에서는 누구보다 잘 굴릴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거는 현실의 삶에서 주어진 책임이라는 운명에 대해 쌓아온 경험치가 그동안 굴려온 쳇바퀴의 패턴을 파악하기에 적응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능력임을 아니까 말이다....

 

2. 이 소설 "로재나"를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렇다... 이 소설은 현실의 나의 삶을 생각케하고 지치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것도 60년 전에 집필된 범죄소설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 다는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현실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오히려 나름의 위안을 선사한다는 것 자체도 참 대단하다... 이 작품에 대한 온갖 명성과 칭찬을 모두 차치하자... 너무 많은 사람들, 유명한 작가들, 심지어 유명한 국내 영화감독조차 칭송하는 시리즈이니 오죽하겠는가, 일단 이 작품 "로재나"는 마르틴 베크라는 형사 캐릭터를 중심으로 60년전의 스웨덴의 경찰소설로 집필된 시리즈이다.. 연인간이었던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라는 전직 기자들이 구상하고 만들어낸 한정판 10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라는 점이다... 그렇다, 10권만 만들어지고 더이상 볼 수 없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르틴 베크의 캐릭터의 희소성은 대단하다... 물론 작품의 내용은 굳이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이후의 수많은 경찰소설의 캐릭터 구성이나 현실속의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영감을 주었다는 건 소설속의 많은 평론이나 작가의 칭송에서 끊임없이 드러난다.. 소설속 평론이나 칭송의 내용이 조금 과장하면 소설만큼 길다... 아님 말고,

 

3. 그렇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 지는 읽기도 전에 미리 기대감이 최고치에 있지 않았겠는가, 그럼 이제 읽기 시작하면 기대감이 조금씩 낮춰질 일만 남았을 뿐일진데, 컴퓨터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심지어 팩스조차 없었던 시절에 발품 팔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의 대단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뭔 매력이 있었겠는가, 세상 심심하고 늘어지는 아날로그식 방식의 경찰 수사가 뭔 속도감이 있을 것이며, 뭔 흥미 유발의 긴장감을 보여주겠는가, 요즘 자극적이고 흥미 넘치는 서스펜스 만땅의 작품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말이다... 안그런가, 그렇게 남들이 추켜세운 작품, 똑똑한 평론가 꼰대들의 이야기때문에 작품을 펴 들고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읽기 시작하고,,,,,,, 괜한 꼬투리를 잡아볼려 눈알을 부라리며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4. 한 젊은 여성이 스웨덴의 관광지의 운하에서 살해된 체 물에서 건져진다.. 성폭행과 교살의 흔적외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용의자도 특정지을 수없는 관광지와 여행선박의 특성상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의 마르틴 베크는 지방경찰과 함께 합동수사를 하지만 어느 듯 시간을 흐르고 사건은 미결로 시간이 흘러갈 뿐이다.. 하지만 미모의 여성이 심각한 범죄로 살해된 사건에 대한 사건의 특성상 끊임없이 사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시간이 흘러 어느날 이 여성의 신원이 밝혀지게 된다.. 여성은 로재나 맥그로라는 미국 국적의 여성임을 알게되고 대단히 아날로그식 방식으로 미국의 경찰과 협업을 하며 수사를 진행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삶과 과거의 사실들이 조금씩 마르틴 베크에게 전해지고 살해 당시 타고 있었던 크루즈의 시간들을 하나씩 꿰맞춰 나가면서 수사는 현실의 이야기처럼 시간과 사실의 단서가 더디게 드러나며 끝을 향해 달려간다... 물론 뛰는 것도 그렇다고 걷는 거도 아니지만 거북이가 결승점을 힘겹게 달려오는 것처럼 두 손을 꼭 맞잡고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안 비밀,

 

5. 그렇다... 읽으면서 우와, 이렇게 현실감 쩌는 소설을 읽어본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1965년도의 스웨덴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이미지가 머리속에서 하나하나 그려지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싶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과 마르틴 베크의 삶과 직업에서 비롯된 인생의 현장을 굳이 떠올리려하지 않아도 그냥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무엇보다 지금으로부터 60년도 전에 있는 그대로의 시간속의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어떻게 하나같이 거부감없이 머리속에 각인되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난 문장력과 이해력을 작가들이 독자에게 선사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기대감이 낮춰질 거라는 그 기대감이, 어라, 똑똑한 꼰대들의 이야기가 지 잘난 티 내는 칭송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작품에 대한 칭송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유명인의 칭송이 그렇다하면 그렇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은 읽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우치고 있다.... 한낱 경찰소설에서 머리에서 돌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누가 대중장르소설이 허잡하다하고 자계서나 인문서 읽어야 제대로된 독서가라고 했어... 다 즉었어...

 

6. 작품만 놓고 볼작시면, 이 작품 "로재나"는 여태까지 읽은 그 어느 작품보다 현실감이 개쪄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대단히 더디고 아날로그적 방식의 발품팔이식 이야기인지라 속도감이라고는 찾아볼려고해도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지만, 그 와중에 내 손에 땀이 나는 것은 어떤 의미일 지는 혹여라도 궁금하신 독자분들이시라면 꼭 읽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마르틴 베크라는 캐릭터의 구상에 있어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관이 현실의 직업인으로서의 경찰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책임과 직무에 모든 것을 던져놓는 공감 백배의 인간의 모습인지라 그가 나와 그렇게 다르지않다라는 사실에 오히려 위안을 받고 즐거움을 얻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60년전의 더디고 더딘 세상속에서의 정의로운 한 경찰의 피곤한 인생이 얼만큼 나에게 영웅으로 다가오는 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그 영웅이 나와 다르지 않다면 그만큼 당신 역시 당신의 삶에서 가장 뛰어난 영웅일지도 모른다는 것과도 다르지 않을까,, 물론 내 가족에게 그런 영웅 대접을 받게 되길 바라지만, 현실이 현실인 만큼,,, 마르틴 베크도 그토록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내에게 지쳐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뭐랄까, 같지만 다른 공감이라고 해도 무방해보인다... 사랑과 삶은 별개라고 봐야하나 싶기고 하고,,,

 

7. 쓸데없는 말이 길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작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이고 딱 10권까지만 집필된 한정판 소설이다.. 그것도 60년 전부터 시작해서 70년대까지만 만들어진 후 페르 발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이 난 희소성 가득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주는 즐거움은 현실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세상속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유명한 사람들이 다 칭송하니, 나도 그 꼽사리 한번 껴서 말해볼작시면, 수많은 범죄의 세상속에서 자극과 혐오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을 위한 경찰소설의 고전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전에도 에드 맥베인도 있었고, 미스터리를 중심으로한 수많은 하드보일드 소설도 있었겠지만 이토록 현실감 쩌는 경찰소설은 당신도 나도 처음 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참고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같은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독자님이시라면 충분히 만족하실 작품이 아니실까 싶은 생각을 읽는 내내 끊임없이 했다.... 나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읽어보시라.... 싫음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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