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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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생각을 살면서 얼마나 하시나요,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그 누군가의 조정과 의도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경험이 있지 않나요,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강하게 드는 경우가 많죠, 특히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경험을 받게 된다면, 생각만해도 짜증난다. 그죠,


2. ‘퍼핏 쇼’는 그런 이야기를 제목에서부터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종의 꼭두각시 인형 쇼라는 개념으로 작가가 소설의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스포일러를 날리고 있죠, 상당히 짜임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시작점부터 오랫동안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의 연쇄살인에 대한 서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독자들은 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런 단서와 내용도 없이 살인은 계속 이루어지고 그 사건의 핵심에는 다다르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할 쯔음 작가는 제대로된 이야기의 흐름의 맥락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합니다.. 히야,


3. 이 소설은 워싱턴 포라는 경찰과 틸리 브래드쇼라는 중범죄분석섹션의 데이터 분석관이 환상의 파트너쉽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릴러소설의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중재하는 인물은 포의 예전 부하였지만 현재는 그의 상관이 된 스테파니 플린이라는 여성 경찰이 등장하죠, 이런 삼위일체의 캐릭터 구성은 일단 뭔가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여하튼 이야기의 시작은 중범죄분석섹션에서 브래드쇼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컴브리아의 환상열석에서 피해자를 불태워죽이는 사건, 일명 이멀레이션맨 사건-에서 분석한 세 번째 피해자의 증거자료에서 발견된 정보 때문에 이전 상관이었지만 현재 정직중인 워싱턴 포를 찾아가면서 실질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불태워진 사체에서 워싱턴 포라는 이름과 함께 5라는 숫자가 새겨져있었기 때문이죠, 이 이멀레이션맨 연쇄살인사건에서 워싱턴 포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는 5번째의 희생자로 예고된 포의 입장에서 더 이상 경찰에 미련을 두지 않았던 삶에서 다시 경찰로서 되돌아오게 됩니다..


4. 서사의 초중반을 거쳐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좀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작위적이고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것 같은 단서의 조합이 좀 어색하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당신이 혹여 생각했던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하는 상황의 미스터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실질적인 물줄기를 타고 액티비티하게 흘러 나가죠, 그러니까 초중반에 걸쳐 단서로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면서 본질적인 이 소설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물론 이 짜임새가 매력적이긴하지만 좀 더 초반부에 이러한 복선과 흐름의 맥락을 이어줄 수 있는 - 저처럼 머리 나쁜 독자들이 이해하기 수월한 - 연결고리를 이어주셨더라면 초반부터 더 면밀하고 촘촘한 즐거움을 만끽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5. 또한 이 소설이 지향한 '포와 브래드쇼'의 파트너적 관계의 설정은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만, 브래드쇼라는 아주 천재적 인물의 캐릭터성이 조금 더 부각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속에서 단서적 영역에만 머문 그녀의 역할론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많은 부분 단서의 구성과 그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했지만 아무래도 천재라는 캐릭터성에 부합되는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는 않더군요, 대화적인 영역에서도 눈에 뜨는 이미지화된 감성이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6. '퍼핏 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력적이고 멋진 스릴러소설의 영역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상당히 길게 이어가는 결말의 스토리라인)에서 보여준 작가의 의도와 그 즐거움은 어느 스릴러소설에서 허탈하게 마무리짓는 설정과는 달리 독자로 하여금 충분한 결말의 해소를 잘 이끌어내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구요, 이어 시리즈의 연결이 어떻게 이어져나갈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기대까지 이끌어내는 수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시리즈의 시작으로서의 이 작품 '퍼핏 쇼'가 보여준 장르적 퍼포먼스는 스릴러독자로서 충분한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전 생각합니다.. 특히나 기득권에 맞설 수 밖에 없는 일개 개인의 정의와 복수에 대한 어느정도의 작가적 의도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형적이지만 당연한 복수를 앞으로도 조직과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정의와 진실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워싱턴 포의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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