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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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얄팍 서사 : 브루클린의 남부 커즈하우스 단지에 파이브엔즈 교회의 잡무을 담당하고 항상 술에 찌든 체 주변을 챙기는 집사 쿠피 램킨은 1969년 가을 어느날 주택단지의 국기계양대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딤즈를 향해 총을 쏩니다.. 수십년동안 지역내에서 온갖 일들을 도맡아해오고 지역내 야구단 코치도 하고 교회의 잡무를 보던 그가 왜 마약상에게 총을 쏘았을까요, 주민들은 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 쿠피 램킨보다 '스포츠코트'로 불리웠던 이 늙은이는 몇년전 자신의 아내 헤티가 죽은 이후 여전히 지역내에서 교회의 잡무를 보면서 이런저런 오지랖을 펼치곤했죠, 딤즈 역시 스포츠코트가 야구코치로서 야구를 가르치던 동네 꼬마였는데 야구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마약상으로 범죄자가 되어버렸으니 지역 주민들도 딱히 딤즈를 좋아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총격사건이 발생하고나서도 지역주민들은 스포츠코트를 신고하지 않았죠, 숨어지내던 스포츠코트는 자신이 딤즈를 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항상 자신의 친구인 루퍼스가 만든 위스키인 '킹콩'에 취해 지내는 알콜 중독자이니까요, 하지만 이 총격사건으로 인해 조용했지만 온갖 인종들이 모여살며 비루하지만 서로를 챙기던 그들의 삶에 혼란이 찾아들기 시작하고 또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과 숨겨진 과거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 허접 단상 : 소설이라는건 참 좋아요, 물론 책이라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작시면 이러한 단상이 쉽게 떠오르질 않습니다.. 이미지에 집중하다보면 굳이 딴생각이 안들기도 하구요, 하지만 활자를 대하다보면 항상 산만해집니다.. 글자속에서 추억이 떠오르다보면 어느새 글자는 지워져버리죠, 기억도 가뭇가뭇한 어린시절 동네의 가장 부유한 양옥집 아저씨의 방이 떠올랐습니다.. 항상 골목길에서 구슬치기라도 하고 있는 저를 아저씨의 방으로 불러 사탕이나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아들처럼 대해주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겨울에 손이 트서 손등이 쩍쩍 갈라지면 안티푸라민을 발라주시면서 온갖 잔소리를 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연양갱 맛도 그 아저씨 때문에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나름 비싼 과자였으니까요, 근데 아저씨는 밖을 자주 나오시지는 않았어요, 기억속의 아저씨는 항상 방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누워서 흥얼거리는게 기억납니다.. 그 집 할머니는 무서우셨는데 지저분한 발로 쿵쾅거리며 거실을 뛰면 손발 씻고 아저씨방에 들어가라고 하신 기억도 새삼 떠오르네요, 그리곤 기억이 없어요, 어린 마음에 아저씨의 말은 항상 한 귀로 흘리고 맛난 과자에 집중하는 절 콩하고 쥐어박고서는 웃으시면서 유가맛 사탕을 녹여먹어라고 하신 기억도 납니다.. 근데 왜 슬프지....


    - 대강 감상 : 1969년의 미국의 뉴욕의 한 비루한 브루클린의 일상과 지역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작품입니다.. 커즈 하우스라는 미국식 주택단지의 하층민의 삶이 똘똘 뭉쳐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들의 삶은 우리가 익히 아는 미국인으로서의 삶으로 그려진 백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스포츠코트는 흑인입니다.. 그리고 단지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온갖 인종들이 모여들어있죠, 비루하지만 그런 그들의 삶에 스스로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삶의 애환을 서로의 정으로 녹여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죠, 제가 살아온 과거의 골목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골목에서 딱지치기하는 저를 집으로 불러 과자를 주시던 아저씨, 밤 늦은 시간 술에 취해 옆집 아저씨가  폭력을 행사하면 몰래 부인과 아이들을 숨겨주는 그런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 자매는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옳고 그름을 위선으로 거부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그들의 삶을 소통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서사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얼추 장점 : 흔하디 흔한 교과서적인 화합과 사랑과 용서를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도 무난하겠지만 이 작품은 아주 매력적인 추리와 미스터리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지역적 특색의 범죄의 울타리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정의롭지 못한 삶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으면서 시대적 문제인 마약의 유통과 그 시절에 빈민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부분도 자극적이지 않게 다가옵니다.. 어차피 흔하디 흔한 삶의 모습일 뿐, 마약이 빈곤하고 무지한 하층민의 삶속에서 어쩔 수 없이 스며드는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고통적인 묘사로 거부감을 드러내지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이러한 담담함이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애잔한 슬픔과 감내하는 그들의 삶에 대한 공감을 조금 더 강하게 불러일으켜주는 것 같아서 인물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들의 묘사에 일상적 유쾌함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 언듯 단점 : 미스터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만만찮습니다.. 마약이라는 범죄사실과 총격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어느정도의 지역적 특생의 범죄와 관련된 장르적 성격의 서사도 나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묻어둔 진실찾기와 같은 호기심 해결등의 서사들도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니까 인물들의 등장속에서 얽히고 섥히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름 읽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많다보니 책은 두꺼워지고 내용은 산만해지고 상황은 지리해지고 내용은 조금씩 독자들의 과거의 추억에 잠기게 만들고 뭐 그런 조금은 집중도가 떨어지는 안타까움이 발생하게 된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듭디다.. 소설은 '스포츠코트'로 시작해서 스포츠코트로 마무리가 되어버리는 아주 단순한 흐름임에도 대단히 오랫동안 이야기는 주변의 인물과 상황들과 다양함에 집중하는 바람에 재미있고 흥겹지만 조금은 지루할 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언듯 해봅니다.. 하기사 전 스릴러소설 편애독자라 속도감 없는 작품은 다 단점으로 보는 걸수도 있다는 점,


    - 흔한 정리 : 나이가 들어서 이런 작품을 시간을 들여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뒤늦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조금 더딘 책읽기였지만 소설속의 스포츠코트의 아픔과 그의 사랑과 그의 삶에 대한 애환에 마음이 가고, 뒤늦은 어른들의 로맨스에서 그들이 드러내지 못한 체 감정적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는 문장들에게서 중년의 애잔함을 만나서 마음이 가고, 내가 잘 몰랐던, 그리고 내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주변의 이야기속에서 아버지를 알게 되고, 가족을 알게되는 한 남자의 삶에 동조하게 되어 마음이 가고 뭐 그렇습디다.. 좋은 작품이에요, 짧지않고 인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조금은 수다가 가득한 작품이긴 하지만 유쾌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그 시절 브루클린의 비루한 삶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라서 그리고 너와 내가 다르지않은 그냥 우린 다 인간이라는 그 한마디에서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서 좋았습니다.. 혹시라도 따스하고 편안한 독서 한권 필요하신 독자님들이시라면 추천해드립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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