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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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스[1946년, 뉴욕] : 기차역에서 우연히 여행 가방을 발견한 것은 그레이스 힐리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화요일 오전 9시 20분, 평상시였다면 그레이스는 헬스키친 구역의 후줄근한 하숙집에서 남쪽에 있는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회사로 가는 출근 버스 두 대 중 하나에 몸을 실어야 헀다. 평상시 같으면 한창 회사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얼마전부터 집이라고 부르게 된 동네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S자로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목덜미 위로 단정하게 고쳐 묶고 민트색 카디건까지 벗어던진 채 종종걸음으로 매디슨거리의 남쪽을 걸어갔다.


    1.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국가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쳐본 지는 오래되었지만 어린 시절 그토록 절절하게 통일을 염원하며 제대로 전쟁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학습으로 강요하던 통일이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통일에 대한 열망은 있다, 당연히... 하지만 그시절 그렇게 강요하고 절대적 숙명처럼 나라에서 요구하던 우리의 소원으로서의 통일은 이제는 그닥 와닿지 않는다.. 내 나이 50줄에 들어섰지만,, 아마도 그 이유가 나의 삶이 전쟁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첫 세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일제 강점지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직접적으로 전쟁의 상흔속에서 삶이 무너져버린 윗세대의 세상을 감히 상상할 수 없거니와 이후 60년대 후반의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을 시작한 세대이기 때문일게다.. 끊임없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유일한 나라임을 위정자들은 끄집어내지만, 사실 체감상 와닿지는 않는거지, 어른 세대의 전쟁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어른들이 걱정하는 삶의 무너짐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 공감은 하지만 무조건적 통일보다는 함께하는 것과 과거를 기억하고 잊지는 안되 되풀이되지는 않을꺼라는 확신과 내부에서 우리가 미처 떠올리 지 못하는 수많은 의로운 죽음과 희생을 서로 공유하면서 전쟁이 아닌 상생의 세상을 논하면 좀 낫지 않을까, 안되면 우짜노?...


    2. 하지만 우린 역사를 통해서 전쟁을 배웠습니다.. 특히 한국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의 상흔과 아픔을 교육받고 학습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세대는 진정한 역사의 진실을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큰 틀에서의 전쟁의 승리와 맥아더의 영웅적 면모와 괴뢰군의 빨간색 돼지로 인지한 김일성에 대한 적대감만 고취시키곤 했죠, 전쟁의 이면에 수없이 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려진 진실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역사적 진실마저 감추기 급급한 세월을 살아온 부분도 있구요, 뒤늦게 밝혀졌지만 외면당하는 역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당시의 상황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거라구요,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이유없이 죽어간 생명에 대해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멀리 볼 이유도 없습니다.. 광주의 아픔이 그러하고 무엇보다 세월호의 아픔 역시 그러합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니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세뇌를 자연스럽게 합리화로 만들어갑니다.. 결국 세월호로 흘러버렸지만 전쟁의 상흔과 그 상황속에서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희생적 영웅들을 우린 여전히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는거죠, 일어나지않은 전쟁의 두려움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기보다는 과거의 전쟁의 아픔과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희망으로, 말그대로 소망으로 만들어나가는게 더 중요하다면 느무 도덕 교과서적인가요,


    3. 2차 세계대전은 말그대로 세계를 화염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전쟁입니다.. 어떠한 나라도 이 전쟁속에서 아픔을 겪지 않은 곳 없습니다.. 일본과 독일과 이탈리아의 야욕은 수많은 인간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오늘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일이 저지른 전쟁의 악행을 이야기하는 팜 제노프라는 작가의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작품이네요, 소설은 종전 후 1946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레이스라는 한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가방속의 사진들의 출처와 그 내막을 궁금해하면서 시작되죠, 그리고 가방의 주인인듯한 여성의 이름이 밝혀집니다..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여성이 분실한 것으로 보이는 가방에서 그레이스는 여성들의 사진묶음 챙겨서 나오게 되죠,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1943년으로 이야기는 거슬러갑니다.. 가방의 주인인 엘레노어 트리그의 이야기로 조금씩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엘레노어는 영국 특수작전국의 국장 비서로서 업무를 보지만 그녀의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국장의 인가 아래 이전에 없었던 여성 특수요원을 선발하여 비밀 스파이로 파리에 투입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여성 요원의 교육부터 모든 책임을 엘레노어가 담당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어서 마리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마리는 자신이 카페에서 읽던 프랑스어로 된 보들레르의 시집으로 인해 요원으로 발탁이 됩니다..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기존의 직장에서 단순히 급여를 더 많이 준다는 이유로 우연히 요원이 되기로 하죠, 그렇게 훈련을 받기 위해 특수작전 전문 교육을 받으로 마리는 스코틀랜드로 떠납니다.. 46년의 그레이스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죠, 자신이 발견한 사진묶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민하다가 가방의 주인이 찾을 것 같은 이유로 다시 가방이 있던 자리를 찾지만 가방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가방의 주인인 엘레노어 트리그가 그녀가 아침에 보았던 교통사고의 사망자임을 알게 되죠, 이렇게 그레이스는 자신이 가진 사진속의 여성들의 삶을 쫓기 시작하고, 44년의 엘레노어는 자신의 특수작전을 위해 마리를 비롯한 여성 요원들을 훈련시켜 프랑스로 보내고, 마리 역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요원으로서의 국가적 사명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리에서 비밀요원으로 활약하던 마리에게 총책임자인 줄리안을 만나게 되고, 더불어 조금씩 비밀요원을 찾는 독일군의 수색이 이들에게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하는데.....


    4. 줄거리가 조금 깁니다. 그죠, 그 이유가 이 소설은 3인의 시점을 통해 그 내용이 교차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종전 후의 뉴욕에서 발견한 엘레노어의 가방속의 사진에서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이죠, 사진속 인물들은 44년의 엘레노어가 발탁한 요원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중 마리라는 여성의 비밀요원으로서의 활약이 번갈아가면서 44년의 전쟁의 와중과 46년의 종전의 이야기로 이어져나가는 것이죠, 모든 이야기의 시점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여성으로서 삶을 이어가는 두명의 여인과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의 아픔에서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한 체 힘겹게 자신을 추스리며 주체적 삶을 살아보려는 여성의 이야기인 것이죠, 이 세명의 여성은 모두 자신의 삶과 스스로에 대한 주체적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들 모두는 전쟁이라는 아픔속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중심을 바라잡고 그 벽을 깨부수려고 하는 인물들입니다.. 누구나 아는, 책에서 보여지는 그런 영웅들의 모습이 아니라 잊혀지고 사라진 이야기속에서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공감을 보여주는 아픔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켜나가고자했던 인물로서의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의도는 시작점부터 충분히 내비치고 있습니다만 이어지는 서사속에서 조금씩 이들의 심리와 상황적 긴장감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진실에 대한 답변을 찾게끔 집중하게 하는 스토리라인이 제법 매력적입니다..


    5. 소설은 후반부에 들어서서 밝혀지지 않은 전쟁중의 진실과 그 내면들이 드러나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누구보다 '마리'라는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엘레노어의 이야기도 그러려니하고, 그레이스도 전쟁과는 무관하게 그녀 스스로 진실을 찾는 사람이니 신상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만, '마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서 비밀요원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맡긴 체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조마조마한 것이죠, 이 부분은 소설속의 마리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또래의 여성의 삶이 절절하게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결국 이들이 잊혀지고 '사라진 여성들'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들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사람으로 끝까지 기억되어지길 바라는 모냥입니다.. 소설의 원제처럼 '파리에서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말처럼 이 소설속의 여성들의 나이는 20세 전후의 어린 여성들이기 때문이죠, 세상을 제대로 알고 삶의 경험을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이들이 전쟁의 세상속에서 자신들보다 나라를 먼저 구하고자한 이야기,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흔한 남성적 전쟁소설의 이야기와는 다른 여성이 감내했던 전쟁의 내면과 그 소용돌이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법 와닿습니다.. 조금 흐름이나 드라마틱함의 자극적 스토리라인이 깊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아프고 긴장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이들의 삶을 따라가는 매력이 상당히 즐거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크고 중요한 순간에는 여성들이 더 용감하고 굳건하긴 해, 올림픽도 좀 그렁거가틈, 좀 멋져... 난 그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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