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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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니 아무라는 결국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 사냥은 가족 사업이었다. 가족이라고 해봐야 형 하나뿐이었지만 베니는 형인 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업'이니 직업이니 하는 것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이 괜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딱 한 가지, 실제로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전에 나가 본 적은 아직 없었다. 체육 수업이나 스카우트 훈련에서 시뮬레이션은 수도 없이 했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진짜 사냥은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열다섯 살 생일은 지나야 했다.


    1. 내가 알던 세상의 좀비와 요즘 아이들이 아는 세상의 좀비는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좀비는 아주 위협적이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괴물이 되어 버렸다.. 흐느적거리고 멍청하게 소리와 냄새만 쫓던 좀비가 어느샌가 인간을 인식하고 미친듯이 달려들고 번개같은 속도로 인간을 쫓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지, 심지어는 좀비가 죽은 뇌를 또다른 진화의 방식으로 좀비 뇌세포를 되살려 진화의 단계까지 이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네, 달리 표현하면 그만큼 우리네 인생의 삶이 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세상의 이미지를 좀비에게 투영시켜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봐도 크게 다르진 않아 뵌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좀비의 확장력에 대한 매력에 한껏 취해있는 바다... 단순하고 일관되게 단순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의 영역이 아닌 보다 강렬하고 인간에 종말론적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좀비의 영역에 대한 끊임없은 발전적 진화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많은 창작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좀비덕후로서 고 조지 로메로 할배의 충격적 영화에서부터 수많은 창작의 영역을 지나 잭 스나이더와 대니 보일의 파괴력까지 그리고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과 악의와 좀비를 대비시켜 나가며 이어지고 있는 워킹데드의 이미지적 세상과 함께 수많은 창의적 소설의 매력까지 생각하며 오늘도 변함없이 넷플릭스에서 좀비를 검색한다.. 물론 왓챠도 있고 유튜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이 있다... 일단 '킹덤 아신전'부터 좀 보고....


    2. 참 전형적인 소재이자 이야기거리임에도 좀비스타일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듯 합니다... 이젠 공포와 호러의 슬래시적 이미지와는 다른 하나의 장르로 발전해버린 모양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피튀기는건 어쩔 수 없지만, 요즘 15세 관람가의 영화들에 비해 딱히 폭력적이라는 생각도 안들어요, 오히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로 인해 아이들에게 그닥 심리적 불안감을 심어주진 않을 듯 한데 희안하게도 좀비물은 18세로 묶어놓네요, 난 개인적으로 이런 좀비물보다 펜트하우스가 더 잔인하고 파괴적이고 심리적 불안을 주는 것 같더만, 여하튼 조너선 메이버리 작가의 '시체와 폐허의 땅'이라는 작품은 전형적인 좀비의 영역을 다루는 작품처럼 보입니다.. 현재 유행하는 파괴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좀비의 무자비한 폭력적 잔인성을 조금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오히려 워킹데드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봐야겠죠, 소설은 세상이 종말이 발생한 첫째 날의 밤 이후의 세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3. 베니는 곧 15세가 됩니다.. 그날 밤 자신을 데리고 엄마, 아빠를 둔 체 도망쳐 온 형을 용서할 수 없죠, 형인 톰은 지금 마을에서 좀비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톰이 대단한 사냥꾼이라고 믿지만 베니는 일자리를 찾는 일에 형의 밑에서 배우고 싶진 않습니다.. 곧 다가올 15세 생일이 지나면 직업을 찾아야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마땅한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형의 일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은 형인 톰을 겁쟁이라고 생각하죠, 형보다는 찰리나 해머가 보여주는 좀비 사냥꾼으로도의 능력에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톰은 그런 베니를 데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체와 폐허들이 가득한 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베니는 자신의 형이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인식을 하죠, 톰은 단순한 좀비 사냥꾼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자 한때는 인간이었던 좀비를 찾아 살아남은 이들의 의뢰를 받아 그들을 찾아 영원한 안식을 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 톰의 행동에 베니는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진실로 인해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좀비사냥꾼인 찰리와 해머 일행은 엄청나게 잔인한 진실을 숨기고 있던 범죄자인걸 알게 되죠, 그들이 베니의 친구인 닉스를 데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게임랜드에서 좀비와 싸우게 만드는 도박 결투를 벌이려고 하고 톰과 베니는 자신들의 가족과 다르지않은 이들의 죽음과 아픔에 분노와 함께 닉스를 찾아 다시금 시체가 살아가는 폐허가 되어버린 죽음이 가득한 세상속으로 나아갑니다.. 그들에겐 좀비보다 더 악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좀비와 다르게 인간은 생각이라는 걸 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결국 톰과 베니는 이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게 되는데.................


    4. 좀비의 세상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스토리나 진행방향이나 구성이나 이미지가 전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워킹데드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상이 지배적이라고 봐도 되지 싶구요, 그럼에도 이 소설이 흥미로운 부분은 캐릭터가 가지는 생생한 입체감이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은 베니의 심리와 상황적 감성이 또래의 나이의 성향을 대단히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또한 닉스라는 여자아이의 주체적이고 강렬한 영향력은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하구요, 일종의 좀비의 세상속의 종말론적 세계관속에서 이전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그들만이 알고 살아온 좀비의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성장드라마로 보면 더 정확할까요, 소설은 이전의 세상과 현재의 세상의 단절속에서 이전의 세상의 삶을 아는 이들에게 닥친 종말의 세상이 주는 두려움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이 두려움은 성인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폐쇄적 두려움을 안겨주고 현재 주어진 삶의 공간속에서 안정을 찾고 울타리밖의 시체와 폐허의 세상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살아가죠, 하지만 좀비와 함께 세상을 만난 아이들은 다릅니다.. 불안과 두려움과 고통과 소외의 세상속에서 그들만의 삶을 만들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희망이 앞서는 이들이죠, 그리고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과거에서 자신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탐욕을 저지르고 힘을 얻고자하는 성인들이고 어른들입니다..


    5. 소설은 아이들의 시선속에서 어른들의 삶, 그리고 자신들이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속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내는 그들만의 세상속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에겐 그들의 삶에 대해 울타리를 쳐주는 가족과 형제와 부모가 있죠, 이로 인해 이들은 고통과 두려움과 이별의 슬픔속에서도 그들만의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배우고 알던 세상이 울타리밖의 폐허의 세상속에서도 여전히 삶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좀비들에게서 벗어난 세상이라고 모든 인간들의 세상이 두려움이 없는 올바른 세상이라는 허구맹랑한 가식도 꺠우치게 되죠, 어쩌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좀비의 머리속에서 단순하게 남은 잔상만으로 그 자리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 무의미한 좀비가 인간보다 나은 지도 모를 일인 게지요, 오히려 이들에게 알려주었던 이전의 세상의 좀비는 두려움과 죽음의 대상이었고 인간에게 괴물이었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세상의 악랄함이 좀비보다 더 두렵다는 걸 알게되면 좀비의 세상이 오히려 인간의 삶보다 더 덜 두려울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렇기에 이들에게 '시체와 폐허의 땅'에 더욱 큰 희망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화되어왔고 또 그렇게 진화되어 또다른 인간의 삶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인간들이 그들의 삶을 찾아 베니와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또다른 희망으로 대체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형적이고 흔한 스토리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주어진 종말 이후의 세상속의 삶과 배움과 희망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놓고 있습니다.. 좀비의 세상속에서의 인간들의 혼란과 싸움은 좀비가 이끌어낼 수 없는 강렬하면서도 저급한 인간의 속성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좀비의 세상은 즐겁기만 합니다.. 더운 여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좀비소설입니다.. 근데 조선판 좀비물 '킹덤'은 정말 좋다고 하면 뜬금없을까, '아신전'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웬만한 외국 좀비영화보다 훨씬 고퀄이라고 말이지, 난 그랬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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