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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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만다(1998년 7월 22일 오후 9시) : 내가 졸업하기 2년 전부터 캠프 마코에서는 새롭게 풍등 날리기 행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여름날의 기억 하면 매주 하던 캠프파이어와 숲 속에서 한 게임, 풍등 날리기가 떠오른다. 매주 캠프파이어를 할 때 모닥불에서 피어나던 연기 냄새, 숲을 돌아다니며 서로 부르고 깃발을 찾던 기억, 게임을 하면서 폭풍우라도 맞닥뜨린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나무와 진흙, 모래와 자외선 차단제도 함께.


    1. 이야,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거지,,,, 라고 설겆이를 하면서 홀로 투덜거려보곤 한다.... 그러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고 이게 신세한탄이나 그런건 아니지, 그냥 예상한 듯 예기치못한 인생의 길속에서 걷다가, 자전거도 타보고, 뛰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진 돈 탈탈 털어서 자동차를 조금씩 이용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네이게이션이 간혹 우회길을 알려주는데 우찌된 판인 지 옳은 길로 가는게 맞나 싶을때도 있다.. 뭐 결국 원하는 방향에서 돌아가든, 질러가든 가는 목적지는 다르지 않긴 하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이 길에서 합류한 자동차를 같이 탄 가족이라는 구성원들이 시작점에서는 굳이 운전하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한참 길을 가다보니 조금씩 의문점도 생기고 내비의 착각이 틀리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뭐 그러네.... 무엇보다 오랜 길을 같이 가는데 같은 공간속에서 함께 한 이들인데 그 속들을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시작부터 태워주기 시작해서 내가 생각한 이들의 모습을 다 기억하는데, 위험할까봐 전방 주시에 신경쓰다보니 중간중간 세워서 바라보는 것 외에 주행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행자의 말 조차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각각의 방법론은 제시하는 것이니 그렇게 나쁠 건 없다... 어차피 사고나면 다 다치니 조심하자는 이야기인게지... 느무 비유가 과한가,,,


    2. 가족간에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들이 존재할까 고민해봅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을 주는 것이라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진실은 조금 힘겹더라도 가슴속 깊은 창고에 자물쇠로 꽁꽁 잠궈놓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때도 있죠, 캐서린 맥켄지라는 작가는 이러한 가족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일종의 추리적 방식으로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목조차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죠. 캠프를 운영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속에서 과거에 벌어졌전 사건에 대한 회상과 현실의 삶을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서로를 다시 만나는 이들이 그동안 가슴속에서 담아두고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진실들을 조금씩 보여주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대가족이네요, 네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이 캠프 마코라는 배경의 공간속에서 어린시절을 지냈던 삶을 부모님의 죽음 이후 추도식을  즈음해서 캠프의 운영권과 유산의 상속을 원하는 현실을 전제로 아버지가 작성한 유언을 듣기 위해 모입니다.. 그리고 뜻밖의 유언속의 범죄의 이야기속에서 과거 그들이 경험했던 사건의 수수께끼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합니다.. 아버지는 이 자식들중 한명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3. 범죄가 벌어진 날의 피해자 아만다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캠프 마코를 운영하는 맥알리스터 가족의 딸인 마고와 함께 주니어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죠, 아만다는 마고의 오빠인 라이언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라이언은 아만다를 따로 불러냅니다. 캠프장 호수의 작은 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헀죠, 그리고 아만다는 그날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캠프 마코의 운영자인 맥알리스터 부부가 사고로 사망을 하고 1주기에 자신의 아이들이 모두 캠프로 모입니다.. 추도식을 비롯해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서 상속을 받기 위해서죠, 큰딸 마고, 동생 메리, 쌍둥이 케이트와 리디가 큰오빠 라이언과 모입니다.. 그리고 캠프장은 여전히 션이 운영을 하고 있죠, 변호사는 유언장에 담긴 내용을 이들에게 전달합니다.. 아만다에게 가해진 사건의 중심에 라이언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딸들이 유죄와 무죄를 가리되 모두 만장일치가 되어야지만 캠프를 처분할 수 있는 법적절차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만약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라이언의 지분은 션에게 넘어가게 되는걸로 유언은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 이들은 유언에 따라 추도식이 끝나는 48시간안에 과거 벌어졌던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야만 합니다.. 아버지가 지목한 라이언이 그 범죄를 저질렀는가부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각자의 기억속에서 조금씩 진실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4.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작품입니다.. 보통 이렇게 주 인물의 구성을 각 챕터의 이야기로 각각의 시점과 심리를 이용하여 하나의 중심을 바라보는 시선의 입체감을 주면 이런 집중력이 생기기 마련이기도 하죠, 그래서 재미집니다.. 과거에 벌어졌던, 해결되지 못했던 범죄사건의 진실의 무게를 각각의 인물들에게 투영하고 그들의 과거와 기억과 현실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이들의 행적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추리적 의도와 맞물려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사건의 피해자인 아만다라는 인물의 상황적 이야기를 중간중간 배치하여 사건의 발생에 따른 시간적 표식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인물의 알리바이를 맞춰가는 방식 또한 추리적 매력을 느끼기게 부족함이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은 인물인 라이언을 중심으로 여동생들이 그려내는 각각의 심리와 그녀들의 삶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은 전지적시점에서 즐겁게 관심을 주게 되기도 하죠, 보여지는 부분과 숨겨진 부분, 가족이기에 무관심했던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얼마나 서로를 속여가며 살아왔는 지에 대한 조금은 과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공감스러운 상황들이 나름 즐겁게 그려집니다..


    5. 그러니까 분명 이들중에 사건의 범인은 존재합니다.. 언듯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작가도 시작점부터 제시하였고 독자들도 누군가는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사실 범인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인물들 모두 용의자라는 전제하여 독자들은 나름의 추리를 해나가게 되죠,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드하다거나 본격적인 추리적 의도가 짙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죠, 보다 현실적이고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와 각각의 현실적 삶, 그리고 과거의 기억속에서 각자에게 남겨진 아픔과 가려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그렇기에 소설은 범인찾기에 주력하지 않습니다.. 맥알리스터라는 가족의 영역속에서 이들에게 남겨진 삶의 이면과 드러내지 못한 진실의 무게를 다루고 있죠, 가족이라는 중심속에서 결국 소설은 가족간의 화해와 용서를 보여줄 것인가, 또는 가족의 파괴와 진실의 무게로 인한 인간의 내면의 악함을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결론을 유추하고 상상하시려면 작품을 읽어나가시면 될 듯 싶군요, 문장이나 문체들도 전혀 어렵지않고 현실적인 우리네 인생살이와 별반 다르지않게 그려지니 나름 읽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얘네들이 부자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말이죠, 소설속에서 딱히 빈곤해보이진 않습니다.. 읽는동안 나도 저런 캠프장이 있는 부동산이 있으면 얼매나 좋을까라는 아주아주 현실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부동산은 부의 상징이니까 말이죠, 말이 샛네요, 재미있습니다.. 편안하게 열돔의 세상속에서 션하게 읽어보시면 나쁘시지는 않을 듯 합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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