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대낮인데도 도무지 환하지 않고 음울한 1월 어느 날이었다. 낮게 드리운 구름에서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뉴잉글랜드의 작은 도시 록브리지를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목가적인 겨울 풍경으로 바꾸어놓았다. 내가 자란 중서부에서 눈은 절대 조용하고 평화롭게 내리는 법이 없었고, 서쪽에서부터 격렬한 눈보라로 시작해 대평원으로 몰려와 모든 것을 묻어버렸다.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고 눈보라는 유리창과 문을 뒤흔들며 굶주린 늑대 무리처럼 울부짖었다.


    1.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라는 영화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자, 소설의 말미에 '소세지'노이하우스 아줌마가 후기를 이야기하면서 툭 던져놓은 영화 한편과 그 OST에 대해서, 누구나 과거 자신을 충격으로 몰아간 이미지적인 화면속의 모습을 기억하지 싶다.. 나에겐 다이안 레인의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와 제니퍼 빌즈의 '플래시 댄스'가 있다..두 작품 다 음악이라는 영역속에서 풀어낸 다이나믹한 대중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으니 초딩은 아니라고 하자, 아실진 모르지만 두 작품은 연소자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어서 어린넘이 보려가기 힘든 작품이었지만 그때만해도 얼굴만 성인인 동네 형아를 따라 가면 누구하나 말리지 않았던 시절이었기도 했다.. 특히나 다이안 레인이 보여주던 영화속 콘서트의 장면은 두고두고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어린시절 끊임없이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였다.. 그 당시 누구나 피비 케이츠와 브룩 실즈와 소피 마르소에 열광할때 오로지 다이안 레인만 바라봤다.. 그녀가 불러제끼던(사실은 보니 타일러가 불렀던) 'Nowhere Fast'와 마지막 마이클 파레가 떠나가며 지긋이 바라보며 부르던 'Tonight is it what means to be young'은 절대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휴대폰 목록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억을 우리 '넬레' 아줌마가 툭하고 끄집어내니, 고맙기 그지없다...


    2. 그렇게 마지막을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설속의 '셰리던 그랜트'가 살짝 금발의 다이안 레인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폭풍의 시간"은 여주인공 '셰리던 그랜트'라는 여성이 청소년기부터 성장하면서 온갖 고통과 지옥같은 삶을 몇년에 걸쳐 겪는 일도 점철되어 있는 시리즈입니다.. 그 시작점은 '여름을 삼킨 소녀'이고 이어서 '끝나지 않은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폭풍의 시간"이 이번에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 소설은 넬레 노이하우스이 그려내는 상당히 재미진 작품입니다..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지옥같도 같은 자극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인생의 정점을 대중적 신화와 로맨스와 자극적 스릴러를 가미한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시그니처같은 작품인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서사의 매력과 대중적 감성의 공감들이 소설속 캐릭터를 통해서 무한반복적 사랑에 목말라하는 셰리던 시리즈는 3부작으로 읽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소설은 미국의 중부인 조금은 외진 네브라스카라는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랜트가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청소년의 성장기속에서 일탈과 아픔과 외면과 소외와 소통의 부재속에서 홀로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려운 15세의 한 여자 아이인 셰리던이 가족에게 버림받고 상처받고 고통받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온갖 생채기를 입으면서도 홀로 자신을 지켜내면서 지옥같은 삶에서 도망쳐 뉴잉글랜드의 한 곳에서 20살이 지난 시점부터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 5년의 세월은 시리즈의 전작 두권에 들어있으니 이 작품을 위해서 필독해야됨돠이.. 싫어도 봐야됨돠이...


    3.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옥같은 삶에서 도망쳐 이제는 자신의 남자를 찾은 셰리던은 소설의 시작과 함께 뉴잉글랜드의 동부 록브리지라는 조용한 시골의 유명의사 폴 서튼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난 지 6주만에 이들은 서로를 원한 것이죠, 결혼식을 앞두고 셰리든은 웨딩드레스를 맞추러가지만 순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이 진정 폴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죠, 그렇게 드레스샵에서 뛰쳐나온 셰리든은 누군가에게 납치가 됩니다.. 그녀를 납치한 이는 전작에서 자신이 사랑했지만 포주이자 범죄자인 이던 뒤부아였죠, 죽음앞에서 힘겹게 살아난 셰리든은 자신의 과거를 폴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폴은 셰리든의 가족에게 연락을 하죠,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진정한 친구인 니콜라스는 그녀를 찾아와 그녀와 함께 고향인 네브라스카로 돌아옵니다.. 자신에게 지옥같은 고통을 남긴 고향은 이제 모든 것이 사리진 평안만 존재하죠, 5년만에 돌아온 셰리든을 자신의 아버지인 버넌과 친지들은 반깁니다.. 셰리든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다시 시작하죠, 그리고 마커스 골드스타인이 등장합니다.. 음반기획자이자 사업가인 마커스는 우연히 알게된 셰리든의 음악을 듣고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그렇게 또다른 삶이 셰리든에게 펼쳐지죠, 이와 함께 우연히 만난 재스퍼라는 남성과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건 덤입니다.. 하기사 셰리든은 끝없이 사랑에 빠지니까요, 이번에는 제대로된 사랑이길 바라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4. '폭풍의 시간'은 그동안 셰리든이 겪었던 삶의 고통의 끝과 함께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체적 정립을 이뤄내는 작품입죠, 한 어린 여성의 인생의 여정에서 폭풍과도 같았던 시절의 마지막 매듭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아픔과 지옥과도 같았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서사로 이어집니다.. 헌데 이러한 성장드라마같은 이야기속에 작가는 대단히 자극적인 스릴러의 방식의 소재를 심어놓았죠, 자신의 가족과 과거에 얽힌 무지막지한 살인의 스토리같은 것 말이죠, 전작에서 파괴적인 가족의 악마적 심성을 드러내며 살인으로 점철된 이야기로 독자들을 몰아간 작가는 시리즈의 마지막에서도 그 끈을 놓지않고 끊임없이 셰리든을 옥죄입니다.. 그리고 연쇄살인이라는 걸쭉한 소재를 하나 더 얹어놓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하딩이라는 인물이 쓰윽하니 등장하죠, 소세지아줌마가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피아의 동생 킴의 스승으로 등장시킨 프로파일러이기도 합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와 살째기 연결시키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소설속에서 큰 부분은 아니지만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결점이기도 합니다.. 셰리든이 가진 공감각능력을 중심으로 연쇄살인마 스콧 앤드류의 미해결 살인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려는 의도가 셰리든의 가족의 연결점에서 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매력이 제법 좋습니다.. 여하튼 울 소세지아줌마의 스토리 문장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 그렇게 봐요, 물론 호불호가 있긴 하겠지만 이런 작가의 능력이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도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님 말고,


    5. 앞선 시리즈의 두 작품이 머리속에서 제대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다고 막 머리속에 그 이미지들이 각인되었거나 그러진 않은 걸보니 흔한 대중소설의 느낌 정도일거라 예상됩니다... 각각 떼어놓고 보니 그런 지도 모르죠, 하지만 만약 전작들을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시리즈의 3부작을 쭉 읽어보시면 오히려 더 대단한 느낌을 받으실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넬레 '소세지'노이하우스 누님께서 이야기를 끌어가시는 매력이 뛰어나시니 말입니다.. 이 소설은 제가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이번 "폭풍의 시간"은 나름 조금 더 공감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허구속 이야기속에 미국의 아픔을 담은 9.11에 대한 사실과 셰리든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미국적 감성에 기댄 느낌이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받았던 충격과 아픔은 되새겨지더군요, 음악의 이야기와 그 내면의 세상에 대한 스토리도 진부하지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은 셰리든이라는 여성의 캐릭터에서 그 입체감을 충분히 살려냈고 주변의 인물들의 매력을 한껏 끄집어낸 장점을 보건데 독자로서는 충분한 소설적 재미를 느끼실 듯 합니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입니다.. 이럴때 똬악하니 시리즈 3부작을 쟁여놓고 한권씩 셰리든의 여정을 만나보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않을까하는 생각을 아니하지 않게 되는군요, 뭔말,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최고는 마지막 소세지아줌마의 후기였다는 점을 밝힙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은 어라, 이 누님도 좋아하는군화라는 생각에 평점 조금 더 올립니다.. 내맘,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