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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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키 미호코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놀라셨을 줄 압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일이 끝나고 평소처럼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의 가부키 페이지를 보고 있는데, 미호코라는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1. 흠, 마지막 본 것이 졸업식날 서로 외면한 체 눈 한번 마주치지 않은 날이니 벌써 27년인가, 이후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이 세월은 흘러버렸네, 오랫동안 내가 왜 그랬을까, 아니 넌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고 살아온 것 같아,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어서 혼자 그 시절을 떠올릴때가 많아, 모든 것을 돌이켜보면 유치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치기어린 아이같은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서로를 이해해주는 존재였던 거라고 나름 합리화를 했던 것 같아, 모르지 또 그때에는 서로 마주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질 않아서 더욱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 침착되어버린거일지도 모르지, 아는게 없다... 지금도 기억해, 마지막 너의 편지를 받은 날, 연병장은 그해의 첫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라구, 영화같은 이야기같지만, 희안하게도 그날 편지를 받는 순간 그 편지가 돌이킬 수없는 헤어짐의 칼날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서일까, 난 답장으로 도저히 입으로 담을 수도 없는 말로 온갖 분노를 던져주곤 두번 다시 돌아보지 않으려했던 것 같아, 하필이면 제대날짜의 이틀 후가 너의 졸업식이었는데, 결국 우린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줄 수 있었던 시절을 날려버렸던 것 같다.. 참 어렸지만, 돌이킬 순 없지, 소식을 묻지도, 알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시간을 보내면서도 혼자서는 끊임없이 널 기억해보곤 했어, 근데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너만의 이야기가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해,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싶기도 해, 어떻게 지내니, 만약 더이상의 기회가 없을지라도 부디 행복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늘 아픔이 없는 삶을 살아가길 바래,


    2. '기묘한 러브레터'라는 이 작품은 그시절 그때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작품이네요, 말그대로 첫사랑의 기억속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그시절의 안타까움을 묘사하는 방식이 전형적이면서도 새삼스럽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로맨스의 이야기속에 아하, 기묘하다는 의미가 담긴 이유가 뭘까요, '야도노 카호루'작가는 서로를 보지 못한 체 30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두 남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인 지 이들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사랑하는 이들이었죠, 하지만 결혼식 당일 신부는 사라져버립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죠, 그냥 그렇게 사랑하는 이에게서 모습을 감춘 것이죠, 이 작품은 이러한 이유와 그 시절의 이들의 사랑의 감정과 그 아픔과 무엇보다 밝혀지지않았던 실종의 이유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들에게 있어서의 사랑의 이유와 그들의 존재적 흔적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말이죠, 이 러브레터는 한 남자의 메시지로 출발을 하지만 어느샌가 여성의 답신과 함께 이들의 과거에 대한 서로의 기억을 거슬러가죠, 하지만 단순하고 알흠다울것만 같은 추억의 사랑담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30년의 세월을 결코 짧지않지만 기억만큼은 어제처럼 생생한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함께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서로의 기억이 다름을, 그리고 그들이 서로 알던 진실이 조금씩 어그러지는 것을 독자들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3. 일단 짧아요, 말그대로 러브레터처럼 평범하면서도 전형적인 사랑의 감정괴 추억의 삶을 돌이켜보는 중년의 남녀의 이야기가 차분히 이어집니다.. 뭐 제 또래의 중년의 남녀라면 한번쯤을 공감하고 기억하는 과거의 이야기들이죠, 따스하면서도 추억은 아픔보다는 아련한 행복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집중도있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조금씩 틀어지면서 서로의 기억의 조각을 맞추어가다보면 깨져버린 파편의 날카로움에 하나씩 생채기가 생기기 마련이죠, 언제나 헤어짐은 서로에게 나에게 왜그랬어,라는 의문을 주기 때문이니까요, 자신이 기억하고 인지하고 이해하고 수긍한 헤어짐의 미련은 자기의 입장속에서 그림을 그려가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할때에는 말이죠, 소설속의 주인공인 남자 미즈타니 가즈마는 30년만에 잊지못했던 과거의 사랑 미호코를 찾게됩니다.. 페이스북이라는 현대적 정보를 통해서 말이죠, 여전히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가즈마는 미호코를 떠올리며 조심스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죠, 역시 미호코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즈마에게 다가옵니다.. 과거의 연인은 이렇게 30년이 지나 현재에서 또다시 서로를 만납니다.. 현재의 그들의 삶속에서 말이죠,


    4. 자, 이제 이야기합시다.. 이 작품 대단한 반전입니다.. 로맨스소설의 장르적 감성으로 특히나 중년의 남녀의 감성적 흔적을 끄집어내며 그러려니하면서 흐뭇하게 읽어나가던 서사가 조금씩 너 왜그랬어,로 이어지면서 숨겨진 그들의 사랑의 이면을 하나씩 들추면서 보여지는 추잡하고 어그러지고 일그러진 자화상을 만나게 되죠, 말그대로 기묘합니다.. 황당하기까지하죠, 그래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니할 수도 있지요, 사람이 참 이중적이라고 여겨지더라도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니까요,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아플 수도 있는 진실을 조금 감춰둬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진실을 원하는 경우에는 남김없이 드러내야겠지만 아픈 진실은 사랑으로도 치료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진실은 그 단계를 넘어서는 아주 충격적인 진실의 장을 마지막 편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과히 상상을 초월한 진실의 무게를 느끼며 독자들은 당황스러움을 만나게 되죠, 재미진 결말입니다.. 그리곤 이거 뭐 이래,,,,하면서 책을 덮게 되죠, 나쁘지않은 독후감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5. 시작과 끝이 이렇게 다른 소설은 처음이라고 해도 될 듯 싶습니다.. 어느정도의 반전과 충격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저런 러브레터로 서로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소소한 비밀을 알려주며 약간의 흐뭇한과 아련합으로 마무리를 할 것같은 스토리였던지라 더욱 입이 쩌억 벌어집디다... 각각의 메시지가 이어지면서도 그냥저냥 이렇게 이들은 이런 과거와 아픔과 거짓과 진실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결국 생채기만 주고 헤어졌구나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여꼇던 서사가 마지막으로 이어지면서 드러나는 충격적 반전은 말그대로 '허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어느 중편소설의 분량보다 못할 정도의 짧은 글입니다.. 한 페이지의 분량도 쪽지마냥 너무나도 짧게 이어집니다.. 일반 독자의 경우에도 한시간이면 충분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그 집중도와 흡입력은 아주 좋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고 무던한 러브레터의 기묘함을 궁금해하다가 밝혀지는 진실의 반동은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려진 작가의 재능을 가늠케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복면작가로 필명일지도 모를 작가명 하나밖에 모르지만 다음 작품이 이 작품보다 뛰어날 가능성을 점쳐볼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쉽지 않을 듯 싶어요, 그만큼 짧고 굵고 깔끔하고 황당한 소설이었습니다.. 독자분들도 즐기시길 바랍니다.. 너무 짧은 분량이 아쉬움이 클 수도, 그게 오히려 매력일 지도 모를 작품입니다... 물론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돋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말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로만 여기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꽝'하고 막을 내리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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