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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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인간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삶을 제외한다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이 아닐까 하는데 대다수의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우리들은 이 의견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겝니다.. 가족은 결국 나의 삶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성장기에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성인이 되어 자신만의 삶에 있어서 자신을 제외한 의미를 두는 가장 큰 존재성이 가족이고 자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로서는 그러합니다.. 저의 생명과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존재들입죠, 아이들은 저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고 가장 큰 목적성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제 자신의 삶과 인생의 개인적 목적도 매우 중요하지만 저는 아이들과 가족의 삶과 인생과 행복과 사랑에 모든 것을 두고 사는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시간과 여유와 감정의 희생이 있더라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꺼히 감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자랑하고자 그런 것도 아니고 위선처럼 행동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저에게는 삶의 중심이 가족일 뿐이니까요, 개인을 가족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대다수의 인간의 삶은 가족을 중심으로 사는게 목적이겠죠, 하지만 그 개인의 이기적 본성과 파괴적 욕망들이 가족에게 강제하거나 요구하거나 집착한다면 어떨까요, 무엇보다 인간이기에 자신에 집착하고 침몰되어 살아가다보니 우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자신의 영역속에서 원하는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진 않은 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로 인해 형성된 가족이라도 각 개인은 그들만의 영역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납니다.. 나의 부모가 나와 같지 않고 나의 아내, 나의 자식은 더욱더 나와 다른 존재로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우린 간혹 그런 진실을 잊거나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무관심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살만한 세상속에서도 우린 언제나 이러한 인간들의 섬뜩한 내면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거리로 전락해버린 아동학대와 가정폭력과 비극적 가족의 내면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인간이 짐승이라는 점을 명기시켜주곤 합니다..


    2. 정해연 작가의 '패키지'라는 작품은 아주 신랄하면서도 섬뜩한 한 가족의 내면을 가혹하리만큼 거칠게 다루고 있습니다.. 부모라는 존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단의 악함이 대단히 냉정하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입죠, 부모이기 이전에 개인이라는 존재성이 주는 대단히 일반적인 현실이 얼마나 많은 지옥을 만들어내는 지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제목마냥 한 여행상품으로 저가의 패키지 여행에 참여한 부자를 통해 진행됩니다.. 김석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아이와 버스여행을 거쳐 대마도로 향하는 여행을 계획한 이들은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이라는 이유로 담당 가이드는 휴게소에서 그들의 행방을 찾고 버스는 다음 장소로 향하죠, 그리고 이들이 도착한 장소에서 가방을 열던 한 여성이 만난 현실은 어린 아이의 토막난 시체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탑승한 김석일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 사건에서 경찰은 휴게소에서 사라진 김석일을 찾아 나서죠, 토막난 아이의 사체로 인해 사회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고 패륜의 범죄적 극악성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됩니다.. 이를 담당하는 박상하 형사는 어떻게 아이에게 이처럼 지옥같은 죽음의 고통으로 이끌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죠, 박상하 형사 역시 자신의 과거에 아동학대를 당한 자신의 아이를 상처로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필히 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든 정황이 김석일이 자신의 유전자와 동일한 아이를 살해한 것이 확인이 되었고 김석일은 얼마되지 않아 그가 한 남성을 살해하려는 현장에서 검거가 됩니다.. 그리고 김석일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죠, 한때 부인이었던 정지원은 과거 두 아이를 둔 체 김석일과 이혼하고 떠나버리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로 오게됩니다.. 아이의 죽음을 확인한 정지원은 오열과 실신을 하며 김석일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3. 섬뜩하고 식겁할만큼의 극악한 패륜적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토막 살해하는 이야기가 쉽게 읽히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우린 대단히 자연스럽게 이러한 모습을 보곤 합니다.. 끊임없이 욕을 해대고 악마같은 인간이라고 떠들곤 하면서 뉴스속의 그들의 내면은 도대체 어떤 짐승이 들어앉아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소설이 주는 체감적 감성이 지독하리만큼 가혹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현실의 이야기들보다 과장되진 않았다는거죠, 그럼에도 우린 감정적으로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소설이 이야기에 기함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편적으로 객관성의 직관적 영상의 이야기와 내가 내 머리속으로 그려내는 상상속의 허구의 이야기가 주는 감성 자체가 다를 수도 있을겝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입니다.. 남편을 토막 살인하고 바다에 나눠 버리는 인간을 우린 짐승이라 일컫고 보면서 온갖 욕을 해대죠, 아이를 가방에 넣은 체 죽음으로 이끈 엄마라는 존재를 악마라고 부르며 찢어죽여도 션찮은 '인간'이라고 떠듭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존재라는 객관성을 유지하죠, 대다수의 인간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사랑과 행복과 건강과 배려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요, 하지만 역시 속닥하게 혼자서 만나게 되는 소설속의 이야기는 나만 감당하며 그 속의 이야기속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니 이 작품은 무섭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섬뜩한 공포소설과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의 공감과 감정적 충격이 큰 작품이라는게지요, 줄거리와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이 주는 매력도 큰 몫을 차지하니 더욱 깊이 느껴지는 현실적 투영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네요, 일단 구성이나 흐름이나 비참한 사회적 극악범죄의 이슈적 이야기를 소설로 옮긴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고 싶지만 스릴러적 측면과 추리적 대중성을 기준으로 서사의 흐름을 예상하는 상황은 결말을 미루 짐작할 수 있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고 느껴집니다.. 조금의 상황적 흐름을 이해한다면 후에 일어날 일들을 지레 짐작하기에 어려움이 없었거덩요, 제가 똑똑하기 때문일까요, 그럼 그러려니 하구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중소설을 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사건이나 스토리상의 개연적 연결과 반전등을 중심으로 조금 감성적 공감이 덜하더라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개인적 공감과 감정적 투영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너무 과하게 건드리고 개인적 상황을 사회적 문제로 대입하여 공감을 만들려는 구성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굳이 주인공의 상황들이 사건의 대체적 공유자로 만드는 것은 여지껏 느무 흔하게 경험해본 스토리거덩요, 나만 그런가요, 그럼 이 역시 그러려니 하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의 특성이나 사건의 반향을 이끌어낼만큼의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성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 김석일과 정지원은 사건의 중심인물임에도 어떠한 충격적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극악한 상황을 이끌어가는 인물임에도 말이죠, 그리고 주인공인 박상하 역시 일반적인 형사적 카리스마외에는 딱히 느낌적인 느낌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재미는 나쁘지 않으되 큰 즐거움을 얻기에는 2% 부족한 복숭아맛이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 그랬습니다..


    5. 대중소설로서 그것도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소설의 묘미는 나름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구요, 특히나 가족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공감의 중심을 신랄하면서도 대단히 극악적인 자극적 상황을 그려낸 점에 대해서도 칭찬해요, 하지만 추리적 묘미나 단서찾기를 중심으로한 진실의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부분과 인물의 설정과 그 캐릭터의 독창성을 부족하였다고 아뢰요, 이전에도 봐왔고 앞으로도 볼 가능성이 다분한 흔한 인물적 설정의 흐름과 그 공감적 감성의 표현은 딱히 새로울게 없는 아쉬움이 듭디다.. 그럼에도 인간적으로다가 세상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또 가족의 일원으로서, 무엇보다 자식이자 부모인 독후인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독서의 매력도 충분히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해연 작가의 작품들이 주는 거침의 자극적 스릴러의 감성이 흔한 대중소설이 주는 일반적인 서사와는 조금 다른 스토리로 다가오는 점도 부각이 되어야할 듯 싶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감성적 극대를 보다 깊은 내면의 비극과 객관성으로 인물적 개연성과 상황적 스토리를 조금 더 고민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스릴러소설로서 두고두고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조금의 절제와 인물의 공감적 감성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크라임소설이 주는 단서찾기와 진실에 대한 흐름의 상황적 복합성이 전제된다면 독자로서 그 흥미롭게 읽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개인은 나름의 존재성을 가지고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죠, 부모는 자식을 소유하면 안되고 종속적 부속물로 생각해서는 안되는거지요, 자신으로 인해 잉태된 존재이지만 그들만의 찬란한 존재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대단히 고차원적인 하지만 누구나 아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라서 좋았습니다.. 세상에서 이 소설속의 빌어먹을 인간들이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 전 그렇게 읽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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