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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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왜 다시 읽게 된거지,하고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에는 책이라하면 질색했던 것 같습니다.. 교과서 펼치는것도 짜증스러운데 만화를 제외한 책이라고는 존재의 가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지못해 대학교재로 도이스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부터 시작해 그 단단한 벽돌같은 장편소설을 큰돈주고 장만해야될때에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톨스토이는 힘겹지만 읽는 재미라도 나름 있었지만 도스트옙스키를 읽느니 안드레이 타프코프스키의 작품을 하루죙일 보는게 덜 힘들 것 같던 그런 시절이었죠, 어릴적 전집으로 아부지가 사주신 위인전기에 딸려왔던 청소년 추리소설전집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아이는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요, 어느샌가 읽기보다는 보기를 즐기고 듣기보다는말하기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엇보다 타인보다 자신에게 더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버린거죠, 성인이 되어가면서 직관적이고 습득하기 수월한 편안함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버린 것 같더군요,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죠, 그동안 읽어온 독후감에서도 여러번 밝혔지만 직관과 말하는게 쉽게 허락되지 않던 군대에서도 물론이고 휴가라도 받게되면 머나먼 집으로 향하는 길에 지겨움을 덜기 위해 무턱대고 한 권을 산 대중스릴러소설이 또다른 책읽기의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저에게 있어서의 흠뻑 빠져버린 작품이 옛날 잘나가던 고려원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던 '레드 드래건'이라는 토마스 해리스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으면 얼매나 조으련만, 복학을 하고 전공은 내몰라라하고 놀다가 IMF가 터지면서 취업이 어려워지자 더욱 책은 머리속에서 지워진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2. 또다시 세월은 흐르고 여차저차해서 돈벌이는 하게되고 누군가와 만나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죠, 그래서 책을 못읽었다,라고 하면 핑계겠죠, 그 와중에도 읽기보다 보기에는 충실했고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능숙해진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보는 것에 만족하고 말하기가 나의 능력인냥 떠들면서 누군가의 말에 귀기울여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참 어리석어 보이는 젊은 시절이군요, 누군가에게는 책이 삶과 다르지 않은 필수였겠지마 전 그렇지 않았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그 옛날 흠뻑 빠져들었던 '레드 드래건'이라는 작품을 다시 만나면서 조금씩 취미같지 않은 소설 읽기라는 독서라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그 옛날 아무렇지도 않게 취미란에 독서와 영화감상이라고 끄적거렸던 그 사기성 이력에 조금은 부합하는 어설픈 삶입죠, 근데 우린 왜 제대로 읽지도 않는 책을 수없이 두고서도 취미는 독서라고 자연스럽게 적어내려가는걸까요, 딱히 취미가 없는 삶에서 그나마 책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나름이 지적 이미지를 인지시켜줄 것이라는 흔한 선입견 때문일까요, 여하튼 그랬어요, 그 이후로 오랜 시간동안 거의 책을 옆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인문서나 자계서나 에세이나 고급진 시문학과는 동떨어진 흔히 말하는 잔인하고 극악한 범죄소설이나 장르소설의 대중적 가벼움을 즐기면서 살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읽지도 않을 인문서를 머리맡에 두고 세월을 보내느니 흔하지만 언제나 책읽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전 생각하니까요,


    3. 좋고 나쁘고의 독서와 책의 질이 있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책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주 복합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책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인적인 입체적 능력을 향상시켜 주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조금 남다릅니다.. 허구이지만 현실을 빗대고 자극적이지만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우리의 인생과 주변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생각과 판단적 확장에 도움을 줍니다.. 전형적이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어두움을 보여준다고 특히나 교육적인 면에서 아이들에게 불친절하고 감성적 영향을 준다고 잘나디 잘난 성인들은 외면하고 무시하고 거리를 두는 문학들의 가벼움이 오히려 저에게는 삶이 주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책은 생각의 확장을 주고 삶에서 만나지못한 또다른 인생의 공감을 전달해줍니다.. 15세 관람가라고 버젓이 내세운 TV드라마를 초딩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폭력과 피칠갑의 잔인한 묘사가 중학생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도 어른이라는 존재들은 생각과 판단과 견해의 입체적 능력을 길러주는 책(그중에서도 장르소설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니까 우린 '책'이라는 것에 대한 대단히 이중적이면서도 애매모호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건 아닌 지,, "책, 이게 뭐라고"........말이죠,


    4. 장강명 작가의 산문집이라 적고 에세이라 읽습니다.. 작가가 북이십일이라는 출판사에서 운영했던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생각들을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젊은 세대에서는 나름 인지도를 가진 장강명 작가님이시고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이나 여러 라디오에서 패널로 참여하신 분이십니다.. 물론 아직까지 있는 그대로 대단한 베스트셀러로 사회적 인지도가 팍팍 올라가계신 저명한 작가님으로 인정받기에는 책을 멀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기도 하죠, 여하튼 이 장강명 작가의 솔직, 담백한 삶에서 우러나는 책과 인생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집니다.. 소탈하고 있는 그대로의 적나라함이 담긴 이번 에세이속에서 그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책과 관련된 소통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책이라는 사물이 주는 삶의 영향을 옆자리에서 맥주 한잔 거들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처럼 듣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펀안합니다.. 기자로서의 삶에서 작가가 되고싶었던 시절과 그 작가가 되고서 그가 행하는 읽고 쓰는 세상의 깊이를 만나게 되는거죠, 그가 알아가는 읽고 쓰는 세상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다양한 작가들과의 이야기와 책을 중심으로 그의 삶에 저변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과 그가 경험하고 만난 수많은 작품속의 이야기, 그리고 그를 변화시키고 그를 성장시킨 좋은 작품들의 영향력을 우린 직접 만난 것처럼 그의 쓰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는거죠, 딱히 뭔가 의도하려거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단지 장강명이라는 인간이 수년동안 한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시간과 함께 그에게 많은 것을 소통해준 세상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입죠, 재미집니다...


    5. 팟캐스트라는 것을 찾아서 듣진 않아요, 차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꽂거나 cd를 넣고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듣던 시절에서 블루투스로 연결된 음악의 세상을 만난 어중간한 시기의 중년의 아저씨에게 이러한 팟캐스트는 조금은 어색한 미디어적 영역입니다.. 그나마 적응하고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BTS의 전곡 퍼레이드를 반복적으로 들어야하는 선택권이 없는 뚱보 가장으로서는 일부러라도 찾아서 듣기는 어려운 영역입죠, 기껏해야 역사를 다룬 팟캐스트나 정치이야기에 조금 시간을 할애할까,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 책과 관련된 미디어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다룬 미디어속에서는 언제나 제가 사랑하는 대중소설의 그중에서도 스릴러소설류의 이야기는 뭔가 대중적으로 선호하지 않은 영역인 지, 여즉까지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다보니 더욱 외면하게 되는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국내 장르소설가가 진입하기 어려운 출판문화의 다양성의 부족과 함께 우리나라는 여전히 번역문학과 장르적 취향에 대해 상당히 많은 편견과 몰지식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출판시장과 문화의 편협함은 시간이 지나도 딱히 달라질 것 같진 않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라는 에세이속의 이야기는 조금씩 많은 독자층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줄 좋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더욱 공감이 갑니다.. 다양한 책의 세상, 누구나가 보고 말하기보다는 읽고 쓰고 듣기에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출판문화와 서양의 장르적 취향에 대한 자연스러운 소통의 방식, 헤밍웨이와 스타인벡에 못지않게 마이클 코넬리와 할런 코벤이 인정받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도 해보구요, 카뮈의 '이방인'과 헤세의 '데미안'만큼이나 네스뵈의 '해리'와 디버의 '링컨'이 대우받는 세상이 되면 좋겠네요, 그냥 그렇다구요,


    6. 작가가 제임스 엘로이를 칭송하고 '블랙 달리아'를 인생의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개의 힘'을 사랑하고 전 포기했지만 도스트옙스키의 '악령'에 환호하는 모습은 참 매력적입니다.. 그가 작가이자 진행자로서 책의 세상속에서 책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경험하면서 이해한 이 작품 '책, 이게 뭐라고'는 누구나가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책이 주는 매력속에서 누구나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 자연스럽게 책을 논하고 책을 비평하고 책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세상일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저 역시 책을 사기보다는 얻어 읽고 공짜로 주면 더 좋고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해주고 싶은 어설픈 독후감 작성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책을 읽습니다... 시원찮은 돈벌이에 요즘같은 세상 책 몇권 사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지경이니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누군가가 이 책 재미져요, 함 읽어보세요,라고 던져준다면 옳거니하면서 덥석 받아서 즐겁게 읽고 가치없는 독후감이라도 이렇게 끄적거리며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비록 의미없고 주절거림의 연속인 독후감이라도 한권의 책이, 하나의 작품이 세상 모든 이에게 버림받을 지라도 저에게만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책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보는군요, 아마도 장강명 작가 역시 이러한 자신의 책과의 삶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의도를 담은 편안한 책 에세이가 아니었는가 싶네요, 물론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을 다시 읽어라는 의도도 있다꼬 생각해서 조만간 '블랙 달리아'를 펼쳐보기로 하고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책, 이거 뭐라고'말이죠,,,,,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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