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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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자들의 차가 넘쳐납니다.. 있는 그대로 도로에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중에 부자들이 탈만한 그런 외제 차가 수두룩합니다.. 어떻게 저런 차를 몰고 다니는거죠, 할부든 리스든 어쨌든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여유가 있는 분들이실까요, 그 차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항상 저런 차들을 타고 다니려면 도대체 한달에 얼마나 벌면 될 지, 혼자 고민을 해보곤 합니다.. 아니 그분들에겐 한달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까 단순하게 도로에 넘쳐나는 부자차들만 보더라도 이 세상에는 정말 금전적으로다가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다는건데요, 그럼 세상에서 돈에 치이고 돈에 묶이고 돈에 끌려가는 사람들은 도로에 다니는 차들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반반 정도 -전 그렇게 보입디다- 되어야될텐데, 왜 우린 항상 돈돈하는걸까요, 있는 넘들이 더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참 돈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 암울한 사회속에서 남아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항상 쪼들리고 입버릇처럼 돈 없어,를 달고 살고 내가 없는건 괜찮은데 아이들에게 남들 다 신고 다니는 고급 운동화 한번 사주는게 이렇게 고민스러운 일이라는 자괴감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것은 참 현실속에서 감내하기 힘든 일이긴 합디다... 그렇다고 누굴 탓할 필요는 없죠, 가진 자들을 시기하고 그들의 삶과 세상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는겁니다..


    2. 그냥 이 사회의 구조가 이해가 잘 안갈 뿐이죠, 물론 힘겹게 차라도 좋은걸 타야 주변에서 돈 벌 확률이 높아진다는 뭐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돈에 쪼달리며 살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전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나름의 여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겁니다.. 살아가는데 돈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돈에 매몰되어 '돈돈'하는 사람들이 많죠, 위에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기도 합니다.. 이중적이지만 없이 사는 월급쟁이 인생에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요, 사실 몇십만원의 여유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사는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아님 말구요, 여하튼 이러한 금전적 문제가 사회적 범죄의 가장 큰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빌어먹을 인간들은 돈 몇만원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합디다.. 대한민국 재벌들의 유산 다툼이나 형제들간의 재산 다툼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죠, 물론 이러한 있는 자들의 탐욕과 욕망은 전세계의 자본주의 시장 어느곳에서도 벌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부모나 가족들중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재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들은 드물죠,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서 몹쓸 짓을 하는게 우리 인간이니까요, 이런 몹쓸 인간들을 표현하는데는 미디어적 상상력으로 현실을 구현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슨생도 자주 다르지 않네요, 그가 보여주는 소설속의 인간들의 내면과 그 탐욕의 본성은 참 지랄맞게도 현실과 다르지 않습디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게이고 센세이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격추리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이 초기작들에게서는 우린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감성과는 또다른 인간의 내면과 이야기에 촛점을 맞춘 작가의 의도를 알 수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재미진 소설들입죠, 재간된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2008년에 출시되었지만 일본에서의 출간은 1991년이니 30년 가까이 된 작품입니다.. 짧고 강하고 매력적인 추리소설입니다..


    3. 소설은 회랑정이라는 일본식 펜션인 료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서두에서 한 남녀가 불타는 료칸에서 사고를 당합니다.. 여성인 기리유 에리코는 자신이 사랑하는 지로와 함께 화염에 휩싸이고 지로는 죽게 되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기리유는 사고가 나기 전 지로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목이 졸린체 기절했던 기리유가 깨어났을때에는 회랑정이 화염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죠, 병원에서 깨어난 기리유는 사랑하는 지로가 왜 자신을 죽이려했는 지, 그리고 누군가가 그들을 죽이기위해 료칸을 불태웠는 지 궁금해합니다.. 경찰에서는 지로가 기리유를 찾아 회랑정으로 오기 전 누군가를 사고로 치어 죽이고 뺑소니를 한 체 회랑정에서 기리유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죠, 하지만 기리유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모시던 이치가하라 사장의 병과 함께 이치가하라 집안의 사람들이 사장의 유산에 눈이 멀어 저지른 일이라는 사실을 비서인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리유는 이치가하라 사장의 죽음 후 49제를 위해 모이기로 한 회랑정을 다시 찾습니다..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아닌 이치가하라 사장의 지인인 혼마 기쿠요라는 할머니로 변장을 하고 유산 분배를 위해 모인 회랑정으로 오게 된 것이죠, 이치가하라 집안의 어느 누구도 기리유가 혼마라는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 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리유는 이곳에서 그녀가 사랑했던 지로와 자신의 고통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누군가 그들을 살해한 인물을 찾아서 복수를 하기 위해 혼마여사로 변장하여 참석을 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의도대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살인자를 찾기 위해 혼마인 척 기리유가 남긴 유서를 유산 분배과정에서 제시한다는 말을 꺼냅니다.. 분명 기리유와 지로를 살해하려던 인물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유서를 훔칠테니까요, 그 범인이 바로 복수의 대상인 것입니다.. 사실 기리유는 사고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복수를 위해 병원에서 탈출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어느 누구도 혼마 할머니가 기리유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 모인 식사자리에서 혼마로 변장한 기리유는 자신의 유서를 보여주게되고, 그날 밤 자신의 방으로 몰래 들어온 인물을 확인하게 되는데,,,,,


    4.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추리소설입니다.. 이런저런 본격에 걸맞는 추리적 요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스토리 위주의 복수극이라고 보시면 무난하시지 싶습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벌어지는 일들도 군더더기없이 상황에 맞춰 아주 긴장감 넘치면서도 기리유라는 여성의 복수적 시점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나갑니다.. 회랑정에 모인 누군가는 범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본격 추리소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내면의 이야기들은 대단히 드라마틱하면서도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기리유라는 여성의 시점이다보니 그녀의 삶과 그녀가 비서로 있었던 시기의 이치가하라라는 인물의 가족력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상당히 전형적이면서도 흔한 치정극과 상황적 스토리가 강하지만 이 흔한 인간의 탐욕성과 그 자극적 이야기에 독자들은 충분히 감응하고 즐기게 됩니다.. 추리적 논리나 근거가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논거를 제시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감정적 극단성과 상황적 현실성이 대신하고 있지만 그 설정이나 방식이 어설프지만은 않습니다.. 또한 중반부를 넘어서서 벌어지는 또다른 반전의 상황적 고비는 작품의 속도감과 더불어 대중소설이 주는 드라마틱한 매력에 흥미를 유발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복수극이고 요즘 시대에 맞는 말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되는 법이니까요,


    5.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통속적인 소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탐욕에 물든 인간들의 이기적 욕망과 복수극을 주제로 돈 많은 재벌의 유산상속에 따른 용의자들의 행동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신을 속이고 변장을 한 인물이 자신의 복수를 진행하는 것 또한 아주 흔한 설정이고 전형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왜 재미질까요, 게이고 슨생은 인간을 잘 압디다.. 그러니까 인간이 가진 속성과 그 내면의 더러움과 지고지순함과 같은 악함과 선함에 대해 이야기속에서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전형적이지만 기리유라는 여성이 보여주는 복수에 대한 행동들 역시 대단히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황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도 여실하게 후반부와 결말에 드러내기도 하죠, 무엇보다 후반부의 반전과 결말의 극단적 마무리는 대단히 좋습니다.. 일반적인 해결의 의도보다는 애초에 드러낸 복수와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을 독자들이 함께 느끼게 만드는 것 같더라구요, 이러저라한 상황에서 당신같으면 어떻게 마무리하겠느냐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논리적 설정이나 구성면에 있어서는 질서정연하면서도 과학적인 추리적 논리를 원하시는독자에 따라서는 큰재미를 못느끼실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소설이 짧으면서도 내용적인 면이나 추리적 방식에 대해서도 여느 본격추리물에 비해 좋다고 할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 반면에 인물이 주는 감정적 동요와 그 파장의 동조가 워낙 뛰어나서 부족하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반전과 함께 결말 짓는 깔끔함이 오히려 저에겐 더 즐거움을 주었다고만 하고 싶네요,


    6. 사실 수많은 게이고 슨생의 작품에서 좋다 나쁘다라고 이야기하는게 참 의미없어 보입니다.. 그냥 이제는 게이고슨생은 그냥 게이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단점도 떠오르지 않게 되는군요, 개인적으로도 수십권에 달하는 작가의 출간작중 반정도 읽은 것 같은데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전형적이든, 흔한 대중성이든 상관없이 항상 게이고는 재미집니다.. 가독성과 스토리의 드라마틱한 상황은 언제나 즐겁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가의 인간 내면의 투영적 묘사와 심리의 공감은 항상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이러한 인간에 대한 공감과 그의 현실적 투영들이 굳이 사회파적 감성과 설정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현실속의 삶을 대변하는 작가의 이야기와 그 설정들의 다변성들이 주는 매력을 느끼지시라 여겨집니다.. 늘 동일하면서도 비슷한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을 집필하지 않기에 작가의 노력과 그 문장의 능력에 대해 항상 찬사를 보내는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아프면서도 감싸안하야되는 존재로 느껴지니까요, 수많은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읽은 많은 작품들은 악하든 선하든 누구나 인간이기에 감내해야하는 그런 감성들이 공존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작품적인 리뷰나 전문가적인 영역에서 나름의 호불호의 판단이 있을 수 있으나 30년 가까이 된 작품을 다시금 읽어보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공감적 표현과 인간을 내면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와닿아서 저로서는 다작하는 작가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몇몇 작품들은 뭔가 성의없이 급하게 연재물처럼 느껴진 것들이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속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게이고라는 점이 그가 대단한 작가임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35년 정도의 소설가로서의 출간작이 100권을 넘긴 작가중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또 즐기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을겝니다.. 그렇지 않나요, 근데 이번에 너무 게이고 센세이를 치켜세웠나, 이번에는 단순히 '회랑정 살인사건'이라는 작품보다는 작가에 더 집중한건 아닌지...... 아님 말구, 그래도 '슨생'이자나, 대우해줘야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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