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1. 얼마 전까지만해도 디스토피아니 종말론적 세상이니 하면 뭔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머리속에 그려지기는하되 현실에서는 조금은 동떨어진 상상속의 세상처럼 들리곤 했습니다.. 많은 미디어매체들에서 현실의 삶과 인간의 이기적 판단들이 주는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런 세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고통속에서 힘겹게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지를 나름 독창적으로 그려내곤 했죠, 이 모든 디스토피아의 세상은 현실과 우리의 지금을 기반으로 그려낸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을겝니다.. 그러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갑작스런 바이러스의 발생은 한순간에 전세계를 공포의 세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이러한 바이러스의 위험은 수개월이 지나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한여름의 폭염속에서도 마스크를 쓴 체 거리를 다니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에 언듯 스쳐지나가듯 마주쳤던 디스토피아의 세상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아직은 현실의 자각이 세상속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여전히 코로나라는 심각한 바이러스가 생활 저변을 위협하더라도 고통스럽지만 나름 하루하루를 견뎌나가고는 있지만 세상은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가 자각하는 현실의 모습이 과거의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이 순간이 그들에겐 디스토피아와 종말의 세계의 시작점으로 보일 지도 모를 일입니다...


    2. 아이가 물어보죠, 아빠, 엄마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도 돼,하고 말이죠 그럼 어른들은 안돼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조만간 이런 통제의 고통이 사라질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이순간 아이들은 아주 단순한 삶의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아 보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대끼고 마주치고 껴안고 싸우고 땀을 흘리며 놀던 순간이 혹시 모를 위험으로 느껴지는 시기이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아직은 스스로의 자각과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이 주는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면 나름의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이겠지요, 아이들도 또래의 친구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이러한 자기 관리로 견뎌내고 학교생활도 많지는 않지만 등교를 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속에서 견뎌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세상은 달라졌다는 것 또한 인지를 하면서 말이죠, 누군가 기침을 하거나 재치기를 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런 상황적 대입을 우린 보통 미디어나 허구적 소설등에서 만나곤 합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설정이나 주제나 이야기가 현실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와 같은 환상소설임에도 저로서는 상당한 현실 상황적 대입이 되더군요, 쓰네카와 코타로 작가의 "멸망의 정원"입니다..


    3. 스즈가미 세이치는 오늘도 일상의 반복과 변함없는 일과와 현실에 힘겨워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죠, 모두들 자신들의 욕심에 물들어 세이치에게 탓을 돌리곤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봐야 돌아오는 건 무능력하다는 핀잔뿐이죠, 그의 의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그가 전차에서 한 여인을 만납니다.. 한순간에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녀를 따라 무작정 내립니다.. 어딘 지 모를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전차를 타기전 그가 속했던 세상과는 다른 곳입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곳에서 세이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속한 공간이 어디인 지, 또 무엇을 하고 살아야하는 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세이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줍니다.. 현실의 세상처럼 넓고 갈 곳이 많지는 않지만 그 공간속에서 세이치는 자신이 살아갈 편안함과 행복을 만나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의 삶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과거의 삶을 잊고 그가 속한 공간의 삶에 적응하게 되지만 언제부턴가 그가 속했던 현실속에서 그를 찾는 편지가 전해져오기 시작합니다.. 편지속에서는 세이치가 살던 지구의 세상은 세이치가 이공간의 세상속에 들어오면서 종말의 세상이 시작된 것이죠, 외계에서 온 듯한 미지의 존재로 인해 세상은 끝없는 혼란과 파멸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지만 세이치는 지금 삶에 만족하며 외면하죠, 그에게 지구라는 현실속의 세상은 잊혀져버린 곳이니까요, 그러나 지구에서는 세이치가 미지의 존재의 핵의 가운데에 살아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세이치만이 핵을 제거하고 현실을 구원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어떻게해서든 세이치에게 연락을 하여 현실로 돌아오길 요청하지만,,,,


    4.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만화같은 스토리이고 동화책과 같은 상상력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한 남자가 뭔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추론 가능한 현실적 방법이 아닌 갑자기 공간을 초월하여 이계의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그가 만난 세상은 그림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모든 이들이 선하고 서로에게 자유로우며 모든 것이 편안한 그들만의 아늑한 공간이니까요, 생각하고 필요하면 언제나 만나게되는 동화속의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화속의 세상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현실의 세상은 파멸로 나아갑니다.. 한 남자의 삶의 행복을 가져오기 위해 그를 제외한 세상은 종말의 시간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인간은 그를 함부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는 현실과는 다른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자이니까요, 현실같으면 어땠을 지 불을 보듯 뻔한거죠, 그리고 그러한 주인공의 이야기와 함께 이어지는 현실속에서의 종말의 상황들의 모습은 참 현실적입니다.. 종말로 나아가는 상황들이나 미지의 존재들의 소재들은 대단히 희화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비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푸니라는 존재의 비이성적 설정과 함께 현실의 아이들과 삶을 그려내는 방식은 무척이나 공감스러운 감성을 이끌어내죠, 현실의 이야기의 인물들은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종말의 세상속에서 성장하면서 그들이 겪게 되는 현실적 상황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죠, 현실과 잘조화된 비현실적 경계를 표현한 일본풍의 만화을 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게 아주 재미집니다.. 저는 그렇더군요,


    5. 소설은 두개의 세상을 그리고 있죠, 세이치가 속한 미지의 존재가 만들어낸 이공간과 나머지 세상의 모든 이가 속한 지구의 현실의 대조는 무척이나 좋습니다.. 그리고 이 두 경계의 이야기가 아주 멋드러지게 현실과 비현실이 얽힌체 진행되는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속의 지구를 구하기 위한 인물들이 등장하죠, 그리고 이러한 영웅들은 이공계의 차원을 통해 세이치의 공간으로 이동을 하면서 그 세상속에서 괴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집니다.. 그리고 세이치로 인해 또는 세이치와 함께 만들어진 이공간의 세상은 세이치로 인해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영웅들은 이공계로 이동하여 그 차원의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야지만 현실의 세상이 종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후반부에서 이루어진 상황의 정리에서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 소재들이 조금 헐거워진 면이 아쉬움을 남긴 합니다.. 생각해보면 참 단순한 문제입니다.. 한 사람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그 공간을 지구의 종말을 막기위해 파괴하는게 당연함에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저는 그러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현실의 참혹함과 인간에게 닥친 위기를 충분히 감응하면서도 세이치가 속한 세상의 파멸은 보기 싫더라구요, 참 아이러니하죠, 이 작품은 이러한 감정선의 애매모호함을 아주 적절히 이용하는 감성적 판타지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복과 불행과 단순함과 복잡함의 경계와 현실과 비현실의 영역이 얼마나 부질없는가에 대한 생각도 들구요, 이렇게 현실속의 이야기와 비현실의 세상을 따로 똑같이 놓고 벌이는 이 소설의 스토리는 결말부에 가서는 우리가 과연 선택한 것에 대해, 또는 현실속에서 외면당하고 아픔을 겪었던 한 개인이 경험한 행복을 감히 어떠한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죠,


    6. 인류가 종말에 가까워지면 어떠한 판단을 하게 될까요, 소설에 드러난 현실속의 종말이 다가온 혼란은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종말적 상황을 겪으면서도 나름의 현실을 자각하면서 생존하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세상속에서도 인간은 그들만의 삶을 이끌어나가려고 하는거죠, 아이들은 종말이 다가온 현실과 이전의 세상과의 단절속에서도 주어진 현실속에서 나름의 판단과 삶을 이끌어냅니다.. 푸니라는 미지의 존재가 인간을 위협하고 해치는 상황속에서도 인간은 그 상황에 적절한 생존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인간이 어떻게 푸니와 적응하고 삶의 영역을 지켜나가게 되는가도 이 소설은 제시합니다.. 황당할 수도, 흔한 상상력에 준하는 만화같은 이야기로도 느낄 수 있지만 현실의 우리의 모습속에서 보여지는 코로나의 시대와 상황적으로 투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할 시점에는 이러한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은 일도 없거니와 상상속의 미래의 경각만 생각했을테니 지금 이 소설이 주는 황당하고 만화적 스토리가 오히려 현실적이고 상황 대체적 물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또다른 의미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 소설은 재미집니다.. 종말론의 세상을 다루지만 참 편안합니다.. 현실에서 참혹한 죽음이 인간을 위협하지만 이 종말속에서도 인간은 나름의 삶과 그들만의 감정과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갑니다.. 또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주는 두렵지만 그 이미지의 편안함과 이 소설의 감성적 매력에 한몫을 한다는데 칭찬하고 싶습니다.. 여느 종말을 다룬 소설과는 다른 동화적 상상의 디스토피아세상을 그려낸 매력적이고 편안한 판타지소설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어차피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겁니다.. 이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세상은 각각의 세상입니다.. 그러한 세상이 80억 가까이 되는거죠, 나머지 세상을 위해서 나의 세상을 버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안그런가요, 좋은 작품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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