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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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아온 인생으로 보면 고등학교 몇년의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초딩 6년의 반밖에 되지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모든 면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가 고딩 3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삶을 지탱하고 의지하는 친구의 대부분도 그 몇년의 시간동안 함께 한 이들이 가장 많죠, 딱히 잘난 것 없고 배운 것 없이 지내온 시절이지만 저라는 인간의 모든 것의 틀을 만들어준 시절과 원동력이 고딩동안의 시간동안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십년도 지난 그 시절의 삶과 시간과 이야기들이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고 되새김되는 추억의 공간들이죠, 그렇다보니 여전히 하이틴 무비나 청소년들의 세계를 다룬 스토리를 좋아라합니다.. 아직까지 세상속에서 완전한 자신을 찾기 전에 스스로 성장해가는 어른같은 아이들의 이야기들이니까요, 학교라는 공간은 그들이 되고싶고 닮고싶고 따라하고 싶은 어른들의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부모의 영향력과 학교의 권위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대립하거나 반항하거나 추종하거나 그 나름의 틀속에 존재하는 시스템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자신이 머무는 시간동안 만들어나가는 것들이죠, 아마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은 그들이 살아갈 세상의 기준이 될테니까요,


    2. 각각의 세대들에 따라, 또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학창시절의 삶과 그 기억은 달라질겝니다.. 말 그대로 제가 다녔던 학창시절은 말 그대로 잔혹사로 불리울만큼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대단히 획일적인 시간들이었죠, 물론 그 시대의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이유도 있지만 참 말 안되는 학교만의 권위와 선생님들의 비이성적 행동들과 폭력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한 관행과 행동들은 수십년이 흘러서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초등학교를 벗어나서 몇몇 일반적인 사립중,고등학교에서는 그들만의 공간속에서 시대와 타협하지않고 그 시절을 지내온 선생님들의 고지식함과 꼰대적 방식속에서 아이들에게 획일적이고 편견들이 난무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진 않나 하는 노파심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사실 허구헌 날 자유와 평등을 떠들어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교육정책의 평등적 기준을 벗어난 사립고등학교들의 권위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많더군요, 사회 상위층의 재력과 권력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립고등학교에서 그들만을 위한 특수목적의 사립고를 운영하고 그 아이들이 대다수의 뛰어난 대학을 입학하고 여전히 사회의 중심에 서는 양극적 순환의 신분들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 합니다.. 뭐 우리나라라고 다르진 않죠, 이런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는 재미집니다.. 물론 대다수가 전형적인 드라마틱한 신데렐라식 이야기들이지만 이번에 읽은 작품은 미스터리스릴러소설입니다.. 아주 매력적인 미스터리와 감성적 스릴러가 잘 조합된 작품이라꼬 전 생각합니다... 뭔가 이런저런 약력이 대단한 작가님이신 J.T. 엘리슨이라는 분이시더군요, 제목은 "착한 소녀의 거짓말"입니다.. 부제가 '구드'라는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죠, 줄거리 갑시다..


    3.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사립 고등학교인 구드 기숙학교는 지역 전통의 상류층의 여성 자제만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졸업한 학생들은 그들의 부모들의 재력과 권력과 권위의 비호아래 명문 대학을 비롯한 상류계급의 입지를 공고히 만들어주는 곳이죠, 쉽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뛰어난 재능과 재력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공간인거죠, 이러한 곳에 영국의 한 여학생이 전학을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게 되죠, 그녀가 전학오기에 앞서 시작부터 이 학교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이 등장합니다.. 한 여학생이 교문의 철탑에 매달린 채 발견된거죠, 물론 살해된 체로 말입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시체를 구드 학교의 교장인 포드는 맞닥뜨리게 되죠, 그리고 충격속에서 학생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를 보며 한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애쉬, 애쉬하고 말이죠, 여기서 대강 짐작하시겠지만 이 '애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전학을 오게된 학생입니다.. 영국에서 뛰어난 피아노의 재능으로 면접을 거쳐 구드학교로 오게된 애쉬는 전학을 오기전 자신의 부모들이 죽음을 당하는 아픔을 겪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학대해오던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어머니까지 이제 애쉬에게 있어서 남은 것은 그녀의 미래를 보장해줄 '구드 학교' 밖에 없는 거죠, 전학과 동시에 수많은 상류층 집안의 여학생들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애쉬, 그들과 같지 않은 자신을 그들 역시 거부감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애쉬가 숨겨왔던 그녀의 집안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고통으로 점철된 자신의 과거를 잊고 이름마저 바꾸며 새롭게 시작하고자한 애쉬에게 또다시 시련과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죽음과 만나게 됩니다..... 과연 애쉬는 도대체 어떤 비밀을 가진걸까요,


    4. 전반적인 배경이 주는 전형적 설정은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는데 아주 매력적인 호기심과 집중을 이끌어냅니다.. 귀한 집 자식들이 그들만의 세상속에서 차별과 학대와 배신과 음모와 왕따를 시키면서 그들의 자리를 공고히 지켜나가려는 하이틴 여자아이들의 가식과 위선들이 넘쳐나죠, 그런 와중에서 이 작품은 끊임없는 미스터리한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국소녀 애쉬의 이야기속에서 독자들은 한순간도 그녀의 심리와 과거와 현실속의 이야기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뭔가 분명히 있는데 작가는 쉽게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이러한 궁금증속의 미스터리한 심리적 강박은 마지막까지 변하지않고 독자들을 잡아 놓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류층 집안의 자제들만 모인 상류 사립학교의 실체가 어느정도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독자들은 그 내면의 음모와 그들만의 은밀한 세상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죠, 또한 그들속에 속하고 싶은 어린 여학생의 심리적 고립과 외로움도 상당히 농밀한 심리속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하게 됩니다.. 물론 무엇보다 제목과 부합하는 거짓말과 살인사건의 미스터리적 설정은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임은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주 끈끈하면서도 끈질기게 독자들에게 미스터리한 연속적 상황들을 끌어들이기에 저로서는 상당히 집중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각각의 연결고리와 실체적 존재감이 스쳐가는 인물이라손 치더라도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게 부각되지 않은 조조연급의 인물들조차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서사와 인물의 끈끈함이 더 찰지게 느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요,


    5. 제목이 주는 이중적 의미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흔한 이미지로 보면 분명 이 주인공은 자신을 숨기고 비밀을 감춘 대단히 이기적이면서 가식으로 점철된 나쁜 여학생의 이미지임에도 제목에는 버젓이 '착한 소녀'라고 명명하고 있죠, 원제에서도 '굿 걸'이잖아요, 좋습니다.. 제법 애매모호한 주인공의 실체를 읽어나감에 따라 조금씩 다가가는 흥미유발적 추리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리고 벌어지는 참혹한 상황속에서도 학교라는 시스템의 공간이 주는 현실적 소재와 그 상황들은 전형적이지만 무척이나 재미집니다.. 언제나 드라마틱한 학생들간의 위험한 감정들의 간극은 집중과 가독성을 주는 장점이 있죠, 거기다가 구드학교라는 곳의 교장이자 학장이라 불리우는 여성인 또다른 주인공은 '포드 웨스트헤이븐'의 상황과 심리와 감정과 현실적인 학교 시스템에 대한 명문을 고집하는 설정들도 소설적 소재와 구성적 연결고리에 잘 맞아뜨리지게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독자들은 충분히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있습니다.. 특히나 후반부로 나아갈수록 더욱더 과격해지고 참혹해지는 학교내 상황과 비밀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지죠, 이러한 전반적인 배경과 함께 범죄가 조합을 이루며 상황의 강박과 서스펜스와 숨막히는 진실을 들춰나가기 시작하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서사의 종점에 이르러서 드러나는 진실에 대한 마무리는 소설의 완벽한 미스터리적 매력을 조금 잡아먹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필로그와 마무리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주는 아쉬움은 아무래도 너무나 끈끈하게 이어져왔던 서사의 대부분이 좋았기에 조금 부족해 보이는 면도 없진 않습니다.. 흔한 이야기에서는 절대 나쁘지 않은 마무리지만 이 작품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보다 과격하고 파격적인 충격적 결말이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거죠, 물론 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게 다 소설이 좋아서 그래,


    6. 하이틴 드라마적 설정에 스릴러적 요소가 아주 매력적으로 적용된 긴장감 넘치는 뛰어난 미스터리스릴러소설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인물에 대한 애매모호함과 진실에 대한 경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간 작품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여주인공인 애쉬라는 영국 소녀가 보여주는 이야기속 심리와 그 혼란의 감성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또한 주변 인물들인 학생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의 가식적인 세상을 대하는 방식들도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권위적이고 욕망에 스스로를 내맡긴 상류층의 세상속에서 길들여진 아이들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거죠, 이 소설은 거짓에 대한 이야기이고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성장의 중심에 놓인 위태로운 아이들의 감성과 감정과 자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학교라는 공간속에서 자립하고 경험하고 스스로를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파악해버린 이중적이고 가식적이고 권위적이고 욕망덩어리의 어른들의 이기적 못난 본성에 대한 투영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미스터리적 감성과 스릴러의 매력과 서스펜스와 긴장감 넘치는 상황적 혼란이 주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문장력과 인물들에 대한 입체적 이미지들도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근래들어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적절한 장르적 감성과 가볍지만은 않은 설정과 소재와 이야기의 매력은 만나시기에 아주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읽고 일말의 후회는 없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그랬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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