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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1. 그럴 때가 있어요, 상대의 마음이 어떤 지 알면 좋겠다는 뭐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되죠, 비즈니스적이든 사적이든 상관없이 나의 의도나 행동이나 마음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 또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할때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알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특히나 가장 가까운 이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알면 서로에게 상처나 아픔이나 뭐 그런 조금은 부족한 배려나 생각을 고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상대도 그런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참 답답할때가 많아요, 뭐 이제는 나이가 있다보니 과거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서 혹할 수 있는 뭐 그런 욕심을 부리는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조금 더 쉽게 다가가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행동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진실된 소통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우린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고 스스로에 대한 방어기제가 있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를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상대를 속이기도 합니다.. 그게 상대에게 상처가 될 소지가 다분한 이유라면 더욱더 말이죠,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기 마련이고 누구에게나 거짓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숨겨지는 진실은 좋든 실든 서로에게 드러나지 않는 그 순간만큼은 상처를 주지않기 위함 일 수도 있죠, 비록 잘못된 것이라 할 지라도....
2.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우린 정말 많은 것을 감추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삶과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죠, 어린 아이부터 삶의 끝자락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까지 다 그렇습니다.. 적든 많든 누구나 그렇습니다.. 이래서 말 못하고 저래서 감추고 그래서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렇다고 모든 거짓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위해준다는 최소한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밝혀지지않는 진실과 숨겨진 비밀은 나에게, 우리에게 해가 되지않는다면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밝혀지고 드러나면서 더 많은 아픔과 고통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러니 그냥 묻어두자구요, 누군가를 속인 상대는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겝니다.. 자신을 믿는 누군가를 속이고 배신을 한다는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 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테니까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럴겝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님 말고 그냥 책 이야기합시다.. 이번 작품은 노르웨이 작가인 헬레레 플루드라는 심리학자의 출신의 작가입니다.. 작품 역시 그러한 그녀의 이력에 맞는 아주 심리적 감성이 가득한 작품입죠, "테라피스트"입니다..
3. 사라는 심리치료사입니다.. 특히 청소년의 감성과 심리적 불안을 담당하는 치료사입죠, 그녀는 자신의 남편 시구르와 시구르의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아직 수리하지 못한 공간이 많은 곳이지만 자신의 직장도 주택의 일부를 수리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날 아침도 다르지 않은 일상의 금요일이었죠, 시구르는 새벽부터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나섭니다.. 시구르는 건축가로서 바쁘게 살아가죠, 그들의 집 역시 시구르가 조금씩 손보면서 꾸미려고 하지만 시구르의 일이 여의치가 않고 사라 역시 자신이 손대기에는 어려워 조금씩 지쳐가는 중입니다.. 시구르가 바빠지기 시작하고 사라는 자신의 삶에 조금씩 지쳐가죠, 그나마 주말을 맞은 금요일은 심리치료를 받는 세명을 제외하곤 딱히 일이 없습니다.. 물론 시구르는 그자리에 없겠지만요, 근데 아침 일찍 여행을 떠난다던 시구르의 도면통이 없습니다.. 직장에 나갈때 들고 나가는 건축도면통인데 여행을 간다면서 왜 가지고 간걸까요, 심리치료사라서 그럴까요, 사라는 참 생각도 많습니다.. 상황에 따른 모순을 흘려 넘기지 못하는 그녀답게 찜찜하게 하루를 시작하죠,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의 매듭을 뒤로한 체 일과를 시작하지만 중간에 들려온 시구르의 메시지에 여행에서 친구들은 만난 이야기에 조금은 진정이 되지만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간 그녀에게 시구르와 여행을 같이 간 친구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아직까지 시구르가 오지않았다는거죠, 아침 일찍 집은 나선 시구르는 여행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전의 음성매시지외에 전화 통화도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4. 아주 아주 농밀하고 섬세한 한 여성의 심리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거짓된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심리를 너무나도 잘 그려낸 작품입죠, 남편의 실종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이 매우 극적입니다.. 현재의 벌어지는 상황을 중심으로부터 조금 거슬러올라간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의 상황의 구멍을 메꿔주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이들 사이의 헐거워진 관계적 무게를 다루고 있죠, 이 소설은 상당히 좁은 배경과 구성으로 인물과 그 상황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사라의 부부의 영역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은 체 이야기는 주변의 사람들을 끌여들이는 구성입죠, 남편의 실종으로 경찰이 투입되고 결국 이로 인해 벌어진 사건까지 사라의 주변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남편의 실종과 함께 그들만의 공간에서 침입자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종의 상황적 암시와 감성적 두려움까지 작가는 매우 구체적으로 심리와 상황을 서술해 나갑니다.. 그리고 조금씩 밝혀지는 이 부부의 관계적 고리들이 보이는 부분만큼 진실되지 않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보여지면서 소설은 보다 혼란의 상황까지 이끌고 들어가죠, 심리학자인 작가의 직업적 능력은 소설속에서 한 여성의 상황적 감성과 그 심리에 매우 집착합니다.. 독자들 역시 사라라는 인물의 시점속에서 함께 그녀와 혼란스러운 공감으로 답을 얻어내려 하죠, 하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미스터리심리스릴러소설입니다.. 반전이 없이 심리적 무게만 있으면 헛빵이니께, 반전이 나쁘진 않습니다..
5. 소설의 시작과 함께 한 여성의 시선에서 이어져나가는 서사는 여느 도메스틱 스릴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한 가족, 그중에서도 아이가 없는 젊은 부부의 삶과 그들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는 그닥 새롭진 않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작가의 직업적 영향은 소설속의 심리적 묘사나 표현들의 농밀함과 섬세함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감성을 조금 더 쉽게 이끌어내는 장점은 있죠, 하지만 너무 집착한 경향이 짙습니다.. 작가는 소설의 이야기보다는 사실 인물의 심리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붓는 듯 합디다.. 사건을 이어나가는 서사의 구성과 이야기의 줄거리보다는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혼란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는 것이죠, 시작과 함께 조금은 혼란스러운 심리적 공황상태의 여주인공의 감성적 우울함에 독자들은 쉽게 반응을 하지만 변함이 없이 더욱 집착하고 답답해져만가는 상황적 집착은 독자들에게, 아니 저에게 그닥 재미를 선사하진 못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표현의 방식과 심리적 묘사는 긴장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떠한 상황인 지 충분히 인지하고 감응하는 독자에게 그 상황에 대한 인물의 심리에 끊임없이 많은 것을 할애하는 이야기는 재미없죠, 충분히 주인공 니 입장은 이해하겠으니 어떻게든 현 상황을 타개하고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봐.. 자꾸 안으로 감아도는 두려움이나 공포에 휩싸이지말고... 뭐 이런 생각이 들죠, 저는 그랬습니다..
6. 심리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많은 부분적 묘사들이 한 여성의 상황에 맞춰 아주 리얼하게 표현되어집니다.. 도메스틱 스릴러의 장점인 공감적 심리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작품입죠, 하지만 인물적 입체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가장 중심된 인물인 사라와 시구르 부부의 이야기속에서 사라라는 여성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이끌어가지만 중요한 대상은 시구르입죠, 시구르라는 남편의 입체감은 전무합니다.. 시작부터 실종된 그이지만 중간중간 소설의 서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드러나는 시구르의 과거와 그의 주변적 상황들이 사라의 심리와 시점속에서 전부 묻혀버립니다.. 또한 사건의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경찰들의 모습들이나 현 상황에 대해 사라에게 도움을 주거나 상황적으로 혼란이 될 수도 있는 주변 인물들, 그중에서도 사라의 가족과 시구르의 가족들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겉도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읽는 내내 이런 상황까지는 가면 안될텐데, 설마 이거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반전의 예상들이 어라,,,,,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긴 합니다.. 사실 도메스틱 스릴러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고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선보여지기 떄문에 그 기준선이라는게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아무래도 객관적이기 보다는 남성적인 시각이 조금 편협하게 작용한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 워낙 여성적 입장의 심리적 집착이 강한 작품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이 작품을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했을 지도 모를 일이구요,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 남은 작품입니다... 부부라는게 참, 참, 참,,, 휘릭....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