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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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라만큼 집없는 서러움에 집착하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부동산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때문에 수십년동안 달달 볶는 나라도 드물겠죠,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하고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 크기 때문에 집이라는 매개가 가져다주는 온갖 사회적 개념들이 하나의 재산적 가치로 매겨지는 상황이 짙죠, 물론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만큼 재산의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기는 하지만 대중적 거주지에 대한 재산적 가치를 사회적 문제로까지 만들어내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거주를 목적으로 한 전세라는 개념으로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법은 세계적으로 몇나라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월세의 방식으로 렌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자기 소유의 집이라고 한다면 오랫동안 그곳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방식이지만 아파트와 공동주택의 개념이 특이하게 대규모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집을 옮기고 이사하는 것 자체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많은 임차인들의 삶에서 2년마다 집주인의 갑질로 전세값을 올리려는 통에 뻔질나게 이사를 다녀야하는 집없는 서러움이 짙은 것도 사실이기도 하구요, 이런 저런 복잡하고 까다로운 부동산 시장의 흐름으로 인해 참 많은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 또 우리나라의 실정이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되는 전세의 개념이 계약의 갱신때마다 오르다보니 참 힘들죠, 그렇다보니 누군가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말도 되지않는 정책처럼 여겨지는 임대차 3법이 통과를 하면서 여러 정쟁이 발생하기도 하구요,


    2.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몇년마다 한번씩 이사를 나가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사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가족을 이루고 가정을 꾸리면서도 우리의 많은 서민들은 급격하게 오른 집값을 마련하지 못해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하고  한곳에서 오랫동안 거주를 하고 싶지만  전세값이 오를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2년마다 한번씩 계약을 갱신하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삽니다.. 언제나 세상은 소고기 한번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서민의 삶의 위로해주진 못합니다.. 공공임대와 대다수의 서민의 삶의 질을 올려주기 위해 주택정책을 발전시켜 나가야되는 부분에 대해서 여러 말이 많지만 여하튼 조금 정착되길 바라구요, 사실 따뜻하게 아랫목을 데워놓은 보금자리를 2년에 한번씩 옮기는 삶은 정말 아닌 것 같긴해요, 하지만 조금씩 솔로의 삶과 핵가족의 미니멀리즘 경향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어가는 요즘에는 월세의 방식으로 잦은 이사를 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긴 하더군요, 외국처럼 말이죠, 일본도 사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자가의 형성이 무너진 이후 월세의 방식이 급격히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대도시 주변으로 형성된 임대의 방식이 이번에 읽은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지켜온 보금자리를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괴이하지만 있을법한 공포의 상황들을 이끌어낸 단편집입니다... 마리 유키코의 "이사"입니다..


    3.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제목처럼 각각의 단편은 '이사'라는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아주 소름 끼치는 공포적인 상황을 이끌어내죠, 물론 '이사'라는 형식으로 상황을 발전시킨 작품이지만 이사라는 것이 주가 되진 않습니다..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가는 인간의 내면과 그로 인해 인물들의 내면에서 드러나는 정착되지 못한 불안과 두려움을 다룬 작품들입죠, 자신이 있어야할 공간에 놓여지지 못한 인간에게 생겨나는 온갖 혼란의 파생음이 들리는 듯 합디다.. '이사'라는 것이 주는 생경함과 낯섬이라는 두려움을 다룬 것이죠, 지금 내가 선택한 공간이 과거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고 고통과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감성적 스트레스들 말입니다.. 첫 작품인 '문'이라는 단편에서 이러한 불안적 공포가 잘 드러납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받고 있는 불안과 새로운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이야기입죠,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강박증세를 가지고 집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집착은 엄청난 공포의 상황이 만들어지죠, 후반부의 반전과 상황은 아주 섬짓할 정도로 막강한 공포를 선사합니다.. 두번째 작품인 '수납장'도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여의치않아 이사를 하면서 꾸역꾸역 쌓아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밝혀지는 엄청난 진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세번째 작품인 '책상'이라는 작품은 이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물건을 처리하는 용역회사의 직원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어느날 중고로 폐기될 책장들을 모아놓은 공간속에서 발견한 편지에서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은 극악스러울 정도로 대단한 반전을 만들어내죠,


    4. 네번째 작품인 '상자'라는 작품은 한 회사내에서 자신의 공간을 옮기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조직적 차별과 무리속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여성의 성향과 그 조직의 파벌적 행태를 꼬집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죠, 다섯번째 작품인 '벽'이라는 작품은 흔한 이웃간 소음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벽으로 둘러싸인 꽉막힌 좁은 건축물에서 이웃과 차단된 체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삶에 대한 대단히 현실적 공포가 이루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끈'이라는 작품은 처음의 '문'이라는 작품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읽어보시면 아실겝니다.. 여하튼 이렇게 총 6편의 작품은 각각의 인간의 내면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라는 소재답게 이웃과 동료와 주변인이라는 관계적 형성에도 집중하고 있죠, 모든 작품은 한 개인에게 주어진 상황들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와 그 주변의 삶속에서 우리가 받고 주고 느끼고 행하는 온갖 사회적 행위가 얼마나 많은 공포와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각 작품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아오시마라는 인물입죠, 평범해보이면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 강한 코털이 삐져나온 인물입니다..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냄새를 독자는 느끼게 됩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귀신이나 호러적 감성이 아니라 인간이 보여주는 이중적이고 비열하면서도 어두운 내면의 상황들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는 대단히 현실적인 것이죠, 알든 모르든 우리의 삶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작가는 가볍게 무서운 이야기하듯 툭툭 던져놓습니다..


    5. 마리 유키코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솔직히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작품 정보란에서 보면 작가가 보여주는 감성이 조금은 께름칙하고 찜찜한 공포적 느낌이 강한 작품을 많이 선보이신 모냥입니다.. 띠지에는 다크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도 나와있더군요, 그런것 같아요, 이 단편속에 보여지는 모든 감성이 어둡고 씁쓸한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공포적인 느낌이나 소름이 막 돋을 정도의 무서운 감성이 막 느껴지지는 않습디다.. 몇몇 작품이 주는 반전은 상당히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닭살이 가시처럼 돋지도 않구요, 아무래도 제가 좋았던 부분은 이 설정과 소재들이 현실적인 삶과 경험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공감때문일겝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들이 아주 리얼한 현실의 이야기처럼 집중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아마도 일어나는 일이나 상황들에 대한 인물적 동조가 약해서 그런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몰입하는 것이 여느 장편처럼 쑤욱 들어가지질 않고 닭살 돋은 겉만 쓰다듬다가 만 느낌같은거죠, 그렇다고 설정으로 볼때 길게 이어갈 이야기들도 아니다보니 재미지고 흥미롭고 살짝 소름이 돋긴한데 그렇게 오래 상황을 끌진 못한다고 해야되나요, 게다가 작가의 문체가 보여주는 서사의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인물에 집중하게 하진 않더라구요, 말그대로 누군가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같은거죠, 그래서 좀 아쉬웠습니다.. 재미진데 내가 당할 이야기같지는 않았다는게, 아님 말고


    6. 한여름 조금은 섬짓한 느낌의 단편집은 제법 읽는 맛이 납니다.. 길게 몰입해서 순간순간 뒤를 돌아보는 맛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하게 이어지는 약간은 가벼운 공포의 느낌이 그렇게 나쁘진 않군요, 특히나 예전만큼은 심하진 않지만 습기차고 처지는 저녁 열대야에 편안하게 읽기로는 딱 좋은 일본 미스터리호러 단편집이 아닌가 합니다.. 막 유령입네, 귀신입네, 미신적이고 폴터가이스트적인 감성보다 인간이 보여주는 어두운 내면의 단면을 공포스럽게 현실적인 상황속에서 엮어내는 재미가 독자분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인 마리 유키코는 이런 류의 감성에 특화된 장르적 문체를 선보여주시는 작가님인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 한 두권은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야미스라는 감성적 불쾌감을 잘 그려내는 작가님이시라는데 작품속에 몰입되다보면 이런 장르적 매력도 제법 괜찮더라구요, 너무 과장되고 과한 극악한 상황만으로 줄기차게 포장하지만 않으면 나쁘지 않을텐데, 일단 찾아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없이 살고 집없는 서러움에 한번씩 이사할 때마다 지치고 힘든 우리네 인생에 또 다른 태클이 들어오는 상황은 딱히 달갑지 않죠, 언제나 새로운 둥지에서의 시작은 즐겁고 행복한 인생의 변화가 되면 좋겠는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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