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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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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분단국가의 모습일겝니다.. 더이상의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긴하지만 여전히 우린 이러한 분단국가로서의 두려움을 알게모르게 가슴속 깊이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전쟁의 위협이 도사린 나라가 없진 않겠으나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말로 전세계를 들었다놨다하는 같잖은 강대국의 입김속에서 휘둘리는 우리나라의 입장도 참 난감하긴 마찬가집니다.. 이제는 쟤네들만큼 잘나가지는 못하지만 남부럽지않게 떳떳하게 나도 고기반찬 정도는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그들이 주는 자국산 고기를 먹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국산 삼겹살이 더 기름지고 쫀득한데 뭐할라고, 그렇다보니 잘 자란 돼지고기에 기대감을 가진 북한의 입장에서는 삐지기 일쑤구요, 맛난 국내산 고기를 먹자는데도 싸고 다방면에서 가성비 좋은 그리고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수입 돼지고기를 먹기를 바라고 여전히 이것 마저 북한은 뺏어려든다고 주기 싫어 화만 내는 꼰대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은 비싸고 질좋은 국산 고기에 맛들여놓고도 겉으로는 아닌 척, 수입산이 좋은 척 떠들어대는 족속들도 있습니다.. 근데 그 분들이 살아온 시절이 그러했으니 뭐라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는 그렇게 사는게 당연하였고 그렇게 함으로서 나라의 틀이 잡힌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니까요, 물론 여전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문제겠지만요,
2. 그렇다보니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금의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우스개소리로 국회의사당이 있는 건물 지하에는 여전히 기름칠을 하고 출격을 기다리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있고 산으로 감싼 우리나라의 어떤 곳에서는 방어용 미사일 기지가 만들어져 전시에 수많은 지역 방어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긴가민가한 국가기밀도 있습디다.. 간혹 어떤 곳을 지나칠때 철망으로 둘러싸인 울타리 꼭대기에 살짝 걸리기만해도 옷이 찢어질 듯한 철책 가시망이 둘러진 곳을 보신 적이 없나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제가 어린시절에는 참 많았습니다.. 그곳이 뭐하는 곳인 지, 알려고 들면 가까이 가지말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던 어른들도 계시구요, 생각해보세요, 이런 국가의 이름을 빌어 수많은 비밀스러운 건물들과 사람들을 모아서 뭔가 께름칙한 일이 벌어지던 우리가 궁금하지만 몰라야됐던 장소를 하나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나라의 기밀과 관련된 것들이 아니더라도 형제 복지원과 같은 대놓고 국가의 권력을 믿고 범죄를 저지르던 그런 집단들 말입니다. 물론 다 음모론이지만 그중에 음모가 진실로 드러난 경우가 한두개가 아니니 음모라 코웃음치고 넘겨버리기엔 과거가 참 께름칙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런 흔하지만 쉿하며 조심스러웠던 기억이나 경험을 토대로 허구의 설정을 이끌어낸 작품은 할런 코벤의 "사라진 밤"입니다.. 기존의 코벤 스타일에서 조금 더 음모론적 사회 문제로 확장된건가,
3. 데이지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바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한 남성을 유혹하죠, 남성에게 어떤 목적을 가진 것 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몇잔의 술을 마신 후 남자에게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주길 요청합니다.. 그동안 이렇게 남성을 유혹하여 차를 운전하게해 그녀의 목적을 실패한 경우가 없습니다.. 특히나 현재의 남성의 상황이 외롭고 지칠때에는 더욱 그러하죠, 초로의 남성은 여인을 따라 차에 오릅니다.. 여인의 차를 운전하는 남성은 술을 마신 상태죠, 그리고 운전을 한 후 얼마지나지않아 경찰이 나타납니다.. 렉스라는 이 경찰은 여성과 미리 모의를 한 후 남성에게 음주운전으로 법적 문제를 야기할 목적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초로의 남성은 경찰인 렉스의 요구로 차에서 내리죠, 그리고 음주운전의 상황 측정을 하려는 렉스에게 다가가 총을 쏩니다.. 여성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하지만 이내 현재의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짐작하고 그들이 그녀를 찾아냈음을 인지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냅이라는 이름의 형사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제부터는 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냅은 웨스트브리지라는 평화롭고 조용한 뉴저지의 한 소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15년전 사건으로 여전히 힘들어하죠, 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리오와 그의 여친인 다이애나가 사고로 죽은 후 자신의 연인이었던 모라마저 사라져버린 후 그의 삶은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타지역 관할의 경찰이 방문하죠, 한 경찰의 죽음에서 발견된 지문이 모라의 것이라는 사실을 안 냅은 그들과 함께 사건의 현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토록 그가 갈망하고 찾고 싶었던 모라의 흔적을 발견한 냅은 그동안 찾지 못했던 과거 사건의 진실에 한발 다가서게 됩니다..
4. 그동안 알고 느껴온 할런 코벤의 스타일에서 조금 더 밝고 활기차고 거친 면이 부각된 대중적 매력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시리즈가 중단되어버린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감성이 여태까지의 가족적이고 현실적인 대중적 공감을 일으킨 그의 작품적 성향의 단행본에 잘 버무려진 느낌이 다분합니다.. 마이런 볼리타라는 인물은 탐정입니다.. 과거 프로농구선수로서 활동하다 무릎을 다친 후 탐정이 되어 사회의 어두운 범죄적 진실을 파헤치는 스타일의 캐릭터죠, 그런 작품적 감성이 기존의 코벤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속에 적용된 느낌이 있습니다.. '냅'이라는 인물의 구성이 그러합니다.. 이 소설속에서도 마이런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와 작품적 설정에서 이러한 인물적 이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형사로 분한 '냅'이라는 인물의 사건의 접근방식과 그의 심리적 성향과 주변에 보여지는 이미지는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입체적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단히 뛰어난 형사이자 과격하고 거친 성향을 가진 인물이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정의롭고 인간적인 이미지가 보기좋게 조합을 이루는 캐릭터라 아주 즐거운 독서의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서사에서 드러나는 호기심 가득한 음모론의 흐름도 작품의 몰입에 더없이 도움이 되구요, 후반부까지 달려온 작품의 이야기는 또다른 반전으로 결말부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죠, 조금은 더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결말의 스토리지만 나름의 매력을 다 잃지는 않았습니다..
5. 그동안 코벤의 스타일이라고 늘 이야기했던 우리 주변의 인물의 이야기속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이중적이고 비밀스러운 감춰진 진실의 발견과 그 반전의 즐거움을 이번에는 사회적 음모와 사건의 확장까지 이끌어내기 때문에 이작품의 즐거움은 매우 좋습니다.. 아주 평화롭고 친화적이고 가족적인 조용한 소도시의 어떤 공간이 절대적이고 폐쇄적이고 가려진 진실을 간직한 곳과 공유를 한다는 전제입니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공간을 궁금해한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그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들만의 음모론이 확장되어갈때쯤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의 설정도 단순한 인간들의 관계적 가식과 이중성과 욕망에 집중하던 코벤의 스타일을 확장시킨 부분이 보다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스릴러소설로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 작품속에서도 우리네 삶의 주변의 이야기가 지배적으로 드러납니다.. 소설속에서 죽음을 당한 냅의 친구인 행크에게 가해진 SNS의 영향력이 준 파괴적 행위는 정말 두려울 정도입니다.. 집단 이기주의와 익명적 가해의 모습은 지금 이순간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죠,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느누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단순한 흥미와 다들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했다라는 자기 합리화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합리적 최면을 거는게 인간이니까요,
6. 기존의 코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즐거움을 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코벤은 비슷해, 코벤은 인물만 바꾸고 설정이 동일한 이야기만 끊임없이 반복해, 그래서 재미는 있는데 이제는 좀, 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에게는 조금은 색다른 코벤스타일을 만나시지 싶은 생각도 들구요, 물론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를 접해보신 분들이시라면 이 작품의 성향이 조금은 이해가 가시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전 볼리타 시리즈를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가볍고 대중적인 스릴러소설의 감성입죠, 인간의 이중적 심리나 깊은 내면에 침착된 위선의 진실을 드러내는 아픔이나 무거움보다는 보다 밝고 경쾌한 느낌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물론 이 작품의 상황이 주는 고통은 대단히 위압적이지만 코벤은 굳이 깊게 파고 들지는 않습니다.. 상황과 서사의 흐름과 반전의 대중적 몰입에 집중하는 느낌이 더 큽니다.. 할런 코벤의 대중친화적 이야기야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테구요, 결국은 코벤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죠,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우리 내면의 아픔과 감춰진 진실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은 코벤스타일인거죠,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읽는 즐거움과 집중되는 가독성이 뛰어난 이번 작품 "사라진 밤"은 긴 장마와 중간중간 폭염으로 쳐지는 우리 모두에게 잠시 힘듬을 잊게 해주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십년만에 금연을 포기하고 다시 흡연을 선택한 저의 입장에서 중간중간 냅의 담배를 끊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뜨금한 지, 젠장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