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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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랭 들롱의 푸른 눈동자, 장 폴 벨몽도의 못난 듯 매력있는 야성미, 장 가방의 든든한 남성스러움 등등 과거 프랑스를 대표하는 많은 남성 배우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분들입니다.. 사실 이 분들을 떠올릴때는 폭력미 넘치고 자극적인 중절모와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허리춤에 감춘 갱스터 영화가 떠오릅니다.. 들롱의 비릿한 웃음과 젠틀한 감각들로 영화속 어두운 배경을 우울하게 거닐던 이미지도 떠오르구요, 치 마이로 대표되는 멋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속에서 복수가 무엇인 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연약한 짐승으로 분한 장 폴 벨몽도와 어린시절 든든하지만 무서운 듯한 남자스러움으로 이중턱 중절모를 쓰고 다니던 장 가방 할배도 기억납니다.. 이러한 배우들이 나오는 시대의 영화적 장르를 프렌치 느와르라고 한다지요, 대실 해밀과 레이먼드 챈들러로 대표되는 미국의 하드보일드 장르의 감성과 폭력적 느와르를 보여주었던 헐리우드 느와르속의 존 휴스턴 감독이 생각나지요, 해밀의 말타의 매에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의 못생긴 듯한 매력적인 샘 스페이드의 모습도 기억나구요, 이런 헐리우드 느와르가 프랑스에서 장 피에르 멜빌같은 감독과 조우해서 프렌치 느와르라는 또다른 장르적 매력을 대중에서 드러내곤 했다지요, 그 중심에는 위에 있는 배우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범죄소설가분들도 계실테구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80년대에 오늘의 명화와 주말의 명화에서 더빙으로 돌아가신 박일 아저씨의 매력적인 저음 보이스로 영화를 즐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처럼 영화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입맛대로 고르던 시절이 아니다보니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주말 저녁의 엑소더스의 테마 음악이 울려퍼질때를 기다리던 중년 아저씨의 회상임미돠이..


    2. 간결하고 단조로운 문장속에서 뭔가 숨겨진 감성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하죠, 뭔가 화려하고 섬세한 묘사와 표현들이 주는 입체적 감각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장르의 소설들은 그러한 감성들이 무뚝뚝하고 메마른 느낌의 문장속에 인간이라는 복잡다양한 감성적 의도를 살아숨기게하는 문장의 내재적 감성이 가득합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스 맥도널드나 레이먼드 챈들러같은 작가나 대실 해밋이나 미키 스필레인같은 작가들이 선보여주었던 무정한 탐정들이 등장하는 소설들 속에서 주인공들에 부여된 감성은 아주 단조롭고 무정한 상황이나 현실적 표현속에서 아주 강렬하게 독자들에게 스며들곤 합디다.. 뭐 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의 감성은 여즉 영미권의 문학적 범주에서 느꼈던 것들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읽은 프랑스 소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라는 작품은 조금 색다릅니다.. 장파트크 망셰트라는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범죄소설가의 작품입니다만 프랑스의 느와르와 하드보일드적 범죄소설을 논할때 언제나 우선순위에 두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조금은 배운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 작가 역시 이 작품 "웨스트코스트 블루스"라는 작품속에서 아주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아주 단순한 서사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정도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서 상당히 긴호흡처럼 느껴지는 감성적 카타르시스가 와닿는 그런 작품입죠, 일단 줄거리를 함 봅시다..


    3. 조르쥬 제르포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조르쥬는 특이할게 없는 40대에 들어선 대기업의 임원으로 프랑스의 시대적 중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은 더 똑똑하고 조금은 더 진보적인 좌파적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인의 전형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그의 삶속에서 사회속에서의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종속족 관계와 연결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갑니다.. 늦은 시간 그는 그러한 그의 삶에 대한 공허함과 단조로움에 생각하며 음주를 하고 파리의 근교 외곽도로를 달리던 중 사고를 목격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을 병원으로 태우고 가죠, 그런데 조르쥬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작가는 무탈하고 사회적인 그의 현실과는 다르게 그가 누군가를 최소 두명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던져놓습니다.. 이 문장의 이유가 이어서 벌어지게 됩니다.. 조르쥬는 자동차 사고가 벌어진 후 사고는 잊고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떠납니다.. 하지만 그런 조르쥬를 살해하기 위해 살인 청부업자가 그를 뒤따르죠, 휴가지에서 조르쥬는 그들로 인해 익사당할뻔 하지만 가족과 주변의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청부업자는 살인에 실패하자 다시 기회를 엿보기위해 그 자리를 피하죠, 조르쥬는 자신이 살해될뻔한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지않고 늦은 저녁 담배를 산다는 이유로 휴가지를 벗어나 파리로 돌아옵니다.. 자신의 친구집에서 상황을 설명하지만 딱히 친구도 그를 돕진 않죠, 그 대신 그가 가진 총 한자루를 주면서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집으로 돌아온 조르쥬는 휴가지에 있는 아내에게 잠시 혼자있고 싶어 말없이 나왔지만 곧 돌아갈거라는 전보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 전보를 살인 청부업자들이 확인하고 조르쥬를 찾아 이들은 다시 파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차를 빌려 길을 나선 조르쥬를 암살하기위해 뒤쫓아 휴게소까지 가서 이들은 다시 만납니다.. 그리곤 비현실적 폭력의 세상이 열립니다,,,


    4. 사실 줄거리의 마지막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밍숭밍숭합니다.. 이야기는 다음부터 급격하게 변화됩니다.. 일상의 삶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 살인의 위협을 느낀 조르쥬가 이로 인해 단조로운 삶에 대한 일탈의 감행하지만 이 일탈이 주는 상황은 대단히 강렬하게 와닿죠. 작가는 이러한 상황들을 아주 단조롭게 인물의 모든 면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표현해냅니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습니다.. 아주 쿨한 문장력과 흔한 내러티브적 표현으로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해놓죠,  툭툭 던져놓는듯한 상황적 내러티브가 독자들에게는 단순해보일 정도로 짧은 문장으로 이어지지만 독자는 그 간결함속에서 대단히 확장된 행간의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머리속에서 그려지는거죠, 오히려 긴장감이 없어보이는 단조로운 이야기가 감성적인 치밀함과 긴장감을 더욱 부풀어오르게하는 이 느낌은 굳이 고급지다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거지요, 이 작품이 느와르 범죄소설의 걸작이라고 칭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설픈 대중소설 독자로서 그냥 느껴지는 고퀄리티의 소설인거는 확실해보입니다.. 소설의 군데군데 상황이나 이야기의 표현속에 등장하는 부수적 이야기들의 흔적들이 흔한 영미쪽의 감성보다는 조금 더 감각적이고 고급진 프랑스 특유의 똑똑한 척 드러내기로 보여지니까요, 재즈의 이야기나 위스키나 프랑스의 시대적 사상이나 인물들의 표현이나 여러 소재적 설정의 등장들이 이러한 고급지고 입센 롤랑스럽고 루이 비통같은 프랑스적 꼿꼿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서사나 이야기의 구조는 대단히 비급 느와르 범죄소설의 양상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희한하죠, 인물이 보여주는 상황이나 단조로운 복수의 진행방향들도 전형적이고 단순하다못해 허무하기까지합니다..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와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물씬 풍기며 느껴지는 폭력적이고 인간 내면의 본능적 일탈의 카타르시스는 매혹적인 느낌마저 든다니까요, 직접적이고 거친 폭력의 상황적 표현들과 저급할 정도의 성적 욕망에 대한 단순한 문장들속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즐거움은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매력입죠, 사실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단조롭고 건조한 문장으로 그려낸 범죄소설이 다양한 대중적 감각의 스릴러적 감성을 이끌어내는 소설은 처음입니다.. 현실적인 문장속에 압축된 인간의 온갖 감성적 열기가 글의 틀이 아닌 머리속의 영역에서 툭툭 터져버리는 이 느낌은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단조로운 서사만큼 이야기도 아주 짧아 아쉬움이 크다는 것 외에는 굳이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것 조차 사족처럼 느껴집니다.. 단지 이 작품은 이러한 느낌과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저로서는 즐긴 작품이지만 분명히 독자에 따라서는 나름의 선호가 갈릴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재미를 좋은 소설의 가치 우선순위에 놓는 흔한 대중독자로서의 저에게 일종의 혼란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걸 어떻게 설명할 지,,,,,


    6. 그냥 70~80년대 프랑스 범죄영화를 보면 조금 느낌이 올라나, 그러니까 이러한 매력을 느낀 저로서는 과거 어린시절 명화극장들의 향연속에서 잠든 부모님 옆에서 끝까지 본 추억의 영화에 대한 향수때문에 이러한 매력을 느낀 것인지도 모를일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알랭 들롱이라는 시대의 미남배우의 입소문으로 얼토당토않은 국내 제목으로 번역되어 극장 상영이 된 적이 있나봅니다.. 영화의 원제가 '세 번째 희생자'라고 하고 그 원어에 남자들라는 의미의 옴므(hommes)가 들어가는데 이걸 '호메스'라는 제목으로 상영했고 또 흥행을 헀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랑 소설이랑 얼마나 다를 지 궁금하기도 한데, 언제나 영화는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항상 얻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보입니다만 요즘은 이런 영화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금 이순간 장 폴 벨몽도의 '프로페셔널'에서 흐르는 '치 마이'라는 음악과 함께 독후감을 끼적거리니 더 감흥이 남다르네요, 대단히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문장과 범죄소설의 장르적 감성이 끝없이 그려지는 멋진 작품이라는 느낌에 시너지를 낸다고나 할까요, 재미가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으나 스릴러소설을 즐기시는 분들이시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시면 좋으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작품이 주는 감흥이 색다르다는 점에는 모든 독자가 공감하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이성적 타협과 비현실적 폭력과 비이성적 일탈과 인간의 가당찮은 본성적 이기심과 욕망들이 단조로운 문장과 단순한 이야기속에 가득 담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똑똑한 척 끼적거려본 독후감임돠이... 항상 이야기하지만 제 독후감은 줄거리와 결론만 읽으면 됨돠이.. 나머지는 글자 채우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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