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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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보니 똑똑하다는 개념을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흔히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안다고 하면 니 똑똑하네...라고 합디다만 그게 정말 똑똑한거는 아닌것 같구요, 뭔가 남들보다 뛰어난 면이 있어서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 평생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낫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딱히 없는 지라, 공부든 인생이든 뭔가 경쟁에서 우위에 서서 살아오지 않은 저로서는 뛰어나다, 똑똑하다, 같은 의미의 단어를 누군가가 저에게, 아님 제가 저 자신에게 어떠한 수식어로 가져다 붙여본 적은 없는 거지요, 뭐 그렇다구요, 그래서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천재성을 띄어서 이 말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머리를 가진 것 같지도 않고(뭐 사실 그런 천재성을 딱히 원하지도 않은 제가 이상하긴 합니다만) 나름 아이들은 그들만의 자유로운 영혼에 최소한의 날개만 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에 있어서 자신의 날개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퍼득거리며 하늘을 날 수만 있다면 전 만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뛰어난 존재를 보면 질투나 경쟁심이 생기는건 인간의 본능이겠지요,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일종의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할거구요, 한날 큰아들이 그럽디다.. 어떤 친구는 어릴때부터 학원 엄청 다니고 영어로 수업도 듣고해서 공부를 엄청 잘해, 거의 전교 1,2등 하는 듯, 게임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어. 진짜 똑똑해라고 말이죠, 그래서 너는, 이라고 하니 아들은 그럽디다... 그래도 수학은 내가 잘할껄, 다른건 모르겠어... 영어는 아마 그 친구가 제일 잘할꺼야... 하길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타인이 보는 모습과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모습은 달라, 그 친구가 어쩌면 널 보는 모습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을껄, 비록 전교 1,2등을 하지 못하는 친구지만 그 친구가 부러워하는 너의 모습이 있을거야....라고 하니 '그렇지, 내가 좀 더 잘생겼어'.................


    2. 히가시노 게이고 슨생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독자들을 설레가 하는 다작을 하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작품의 매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입죠, 설정이고 소재가 상황이 어떻게 되든 그가 드러내는 소설의 중심은 언제나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누구나 그렇다구요, 그렇더라도 게이고 슨생의 이야기는 세상 어느 작가의 이야기보다 나와 같은 삶의 세상의 인간의 공감을 이끌어내죠, 누구나 당하고 누구나 겪고 누구나 아파하는 관계속의 대중적 공감을 게이고슨생은 끊임없이 들춰냅니다.. 사회적 문제속에서, 상상속의 판타지속에서, 때로는 주변과 동떨어져보이는 최첨단 소재들을 이용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읽어보질 않아서 편협한 게이고 슨생의 작품적 독후감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제가 읽고 즐기고 공감한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그럽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게이고 슨생의 작품은 잘 읽힙니다.. 나와 다르지 않은 또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니까요, 언제나 어디서나 경험해본직한 그런 사회적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이다보니 그의 작품은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작품의 질적 문제와 상관없이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속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언제나 잘 읽힙니다.. 이러한 작가적 감성은 유독 국내에서 그 어떤 작가분들보다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이번 작품 "숙명"도 오랜기간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이번에 또 재간된 이유이기도 아마 앞선 제 이야기와 다르지 않으겝니다..

 

    3. 유사쿠는 어린시절 병원처럼 보이는 벽돌건물의 정원에서 뛰어놀길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뛰어놀때에는 항상 사나에라는 여성이 그들을 보곤했죠, 사나에는 나이에 비해 조금은 어린듯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여성이었지만 어린 유사쿠의 눈에는 세상 누구보다 친근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나에는 병실 창문에서 떨어져 죽음을 당하죠, 유사쿠의 아버지는 그런 사나에의 죽음을 파헤치려고 하지만 어느날 자신을 찾아온 인물로 인해 사건을 덮죠, 그렇게 사나에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은 체 세월은 흐릅니다..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미사코는 UR전산의 사장인 우류 나오아키의 며느리입니다.. 아키히코의 아내이죠, 나오아키는 암으로 이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아키히코에게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깁니다.. 하지만 아키히코는 자신의 아버지의 회사를 이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뇌전문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죠,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 이후 회사는 과거 우류가와 동등한 지위를 가진 스가이가의 마사키요가 경영을 하게 되죠, 아버지의 회사에 큰 집착이 없었던 아키히코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산도 딱히 의미가 없었습니다.. 모든 아버지의 미술품을 비롯한 고가의 재산을 친지들에게 나눠주기로하고 친지들에게 선보입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수집하던 석궁을 친지들이 발견하고 좋아하죠, 그리고 다음날 가족들이 집에서 유산을 정리하여 나누는 중 인근 신사부근 묘지에서 스가이 마스키요가 살해된 체 발견되었다는 전화가 옵니다... 살인무기는 석궁이었죠, 그리고 사건은 경찰에게 접수되고 과거의 유사쿠가 등장합니다.. 유사쿠는 우류가의 미사코나 아키히코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인물이죠, 대단히 농밀한 관계적 끈적함을 중심으로 이들이 풀어내는 진실의 무게는 상당히 진중합니다..

 

    4. 이 작품은 본격추리소설이라고 보는게 맞을겝니다.. 석궁이라는 무기를 중심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석궁을 사용할 수 있는 용의자는 어느정도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사건과 관련된 알리바이가 입증이 되지 않거나 꾸며낸 사람이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죠, 석궁을 사용할 인물들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이러한 추리적 단순함에만 의지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질 않죠, 가장 중요한 사건의 내막에 대해서 작가는 쉽게 드러내지않은 체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상황을 전개합니다.. 그 이유가 살해된 인물의 살해 동기를 찾아나가는 재미도 만만찮지가 않습니다.. 독자들은 대강 짐작을 하면서 사건의 내막에 집중하고 유사쿠라는 형사가 끄집어내는 그와 이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는 방법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재미와 본질적 가독성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무감각한 남자 우류 아키히코와 어린시절 그와 함께 학교를 다니며 경쟁하며 반목했던 유사쿠의 경쟁관계에 있죠, 누구보다 뛰어난 두명의 인물은 현실로 인해 서로 달라진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사코가 있죠, 또한 그들의 과거도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과도 같은 '숙명'이라는 의미는 이들의 삶과 과거와 인생과 직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독자들은 처음부터 알고 느끼는 예감으로 서사에 집중하게 되는겝니다.. 도대체 뭐니, 너희들하면서 말이죠,


    5. 언제나 게이고 슨생은 이야기를 재미지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공감이 담긴 이야기는 항상 대중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죠, 재미적 측면과는 또 다른 매력일겝니다.. 재미가 있든 없든 이야기가 주는 대중적 가독성은 제가 아는한 가장 뛰어난 작가중 한분이시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고 제가 적은 수많은 독후감에서도 변함없이 떠들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죠,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습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쉽게 손을 떼지 못하게 독자들을 잡습니다..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한순간에 마지막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찬 스토리가 있습니다.. 본격추리적 재미도 나쁘지 않아서 후반부에 이르기전까지 추리에 대한 독자적 호기심이 제법 강합니다.. 그리고 시작점에 어설프게나 짐작되는 고급진 의학적 설정에 대해서도 나름 궁금증이 유발되죠, 어떠한 방식으로든 독자들에게 드러날 진실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읽어가면서 느껴지는 추리과 관련된 트릭이나 반전들은 그렇게 두드러지지않습니다.. 오히려 작가가 설정한 소재와 그 의학적 비밀에 대한 관심이 더 지배적으로 이어지죠, 누가 죽고 누가 죽였냐도 중요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서 유사쿠라는 형사로 인해 등장하는 이들의 숙명적 관계에 대해 독자들은 살인사건보다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밝혀지는 진실과 그 상황들이 놀랍긴하지만 오히려 이 놀라운 반전의 결말이 오히려 더 독자적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결과로 보이기도 합니다.. 깔끔하고 보기좋은 결말이긴 하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적 해결도 그렇고 이들의 삶과 관련된 과거의 진실과 음모들도 그렇고 뭔가 허전함이 남는 거는 왜일까요,


    6. 사실 이 작품 "숙명"은 작가가 집필을 시작한 초창기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90년에 출간된 작품입죠, 데뷔후 5년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작가는 거의 15권의 작품을 출간했던 모냥입니다.. 엄청나죠, 그리고 이 시기는 거의 본격미스터리의 장르적 기준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 점도 있구요, 하지만 이 작품은 설정이 독특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달리볼 필요도 있습니다.. 흔한 본격추리소설의 장르에서 탈피해 소설의 설정이나 내용들이 그의 이력에서도 보아온 이공계적 전문지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부분도 아마 없지않을겝니다.. 뭐 제가 게이고 슨생의 작품을 꿰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지 잘은 모르겠으나 초창기의 슨생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본격물에 치우친 장르적 감성이 많았던지라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지 않은바는 아니나 이 작품 "숙명"은 인간의 관계와 연결적 농밀함이 주는 끈적한 내면적 심리의 상호관계를 아주 잘 끄집어내고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뽀인트이기도 하구요, '숙명'이라니 뭔가 있을거라고는 충분히 짐작하고 작품을 대하니 독자로서 미리 그런 감성으로 접근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작가는 충분한 긴장감으로 독자들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죠, 늘상 떠드는 게이고 슨생의 뛰어난 장점입니다.. 아마도 장르소설가로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사람은 아주 뛰어나고 똑똑한 소설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똑똑하고 뛰어나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이겠지요, 맞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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