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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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둥이들이 태어나기전에 금연을 했으니 10년정도 담배를 끊었던 것 같네요, 그러다가 문득 태우고 싶더라구요, 이런저런 힘든 일도 많고 한두대 정도는 뭐 괜찮지않을까하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다시 이은 흡연의 시간이 좀 되었습니다.. 벌써 6개월 정도 되었네요, 처음에는 하루에 한대, 두대 그리고 이제는 하루에 최대 5개피까지 태우기도 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거죠, 대신에 이제는 항상 계단으로 다닙니다.. 담배를 태우고 계단으로 오르는게 나은 지, 아님 이전처럼 금연하고 운동 안하는게 나은 지는 생각의 차이가 있겠죠, 근데 문제는 아빠가 담배를 태우는걸 태어나서는 보지 못했던 막둥이 넘들이 뒤늦게 아빠의 흡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얘네들에게는 담배라는게 좋을게 하나도 없는 해악같은 것일테니까요, 처음에 한두달 하루 한대 정도 태울때에는 아이들도 인정, 그러다가 수량이 늘어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것이죠, 신경에 쓰일 수 밖에 없나 봅니다.. 담배를 태우고 들어오면 양치하라, 애초 약속과 틀리다, 자꾸 늘어난다, 맨날 머리아프다면서 태운다며 번갈아가면서 잔소리를 해댑니다.. 그래서 딱 일년만이라고 약속을 정하고 다시 금연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긴 합니다..


    2. 근데 어제였군요, 커피점에서 아이랑 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와서 아이의 음료를 맛볼려고 입을 가져다대니 휙 뿌리칩니다.. 그리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이가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펑펑 웁니다... 왜, 갑자기, 깜짝 놀라 묻는 저에게 아이는 고개만 푸욱 숙인 체 절래절래 흔들기만 합니다.. 이유인 즉슨 담배 태운 아빠가 자기 음료를 먹으면 간접흡연이 걱정된 것이죠, 그것부터 생각이 더 깊게 들어간 모냥입니다.. 자기도 걱정이지만 담배를 태운 아빠의 건강은 더 걱정스러웠던 모냥인거죠, 맨날 하는 아이들 잔소리지만 언제나 아이들은 걱정이 한웅큼씩 쌓여만 가나봐요, 조금이라도 아빠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담배 태워서 그렇다고 하는 말들이 어제처럼 순간 터져나와 버린거죠, 근데 그런 아이와 다르게 저 개인적인 생각과 욕심만으로 생각해볼짝시면 참 애매하고 힘들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오히려 적은 담배를 태우면서 계단운동과 이전보다 많은 걷기등을 하는 요즘이 오히려 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굳이 안달복달하면서 건강 찾고 엄살 피우는 것 보다 약간의 즐거움과 중독의 매력도 느껴보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오래살고 삶에 집착하는 성향은 딱히 아닌 것 같아서 운명이나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미래는 굳이 고민하지 않고 싶은거죠,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죽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답답하고 두렵기 그지없을겝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어쩌겠어요, 인생이라는게 다 그런건데,


    3. 오래 살 수 있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굳이 빨리 죽을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삶을 연장하기 위해 현재의 모든 식생할의 즐거움을 버려야한다면 어떨까요, 저처럼 배나온 중년의 뚱보 아저씨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근미래의 세상에서 인간은 갈수록 수명이 연장되어 신체의 일부를 교체하고 의료기술을 발전시켜 100세 시대가 아닌 300세 시대로 나아가나봅니다.. 유전자들에서 이러한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을 가진 라이프와 비라이프의 구분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흔히 말하는 좋은 유전자란 라이프로 지칭하며 수명이 연장될 수 있는 인간의 종입니다.. 비라이프는 기존 우리 삶의 생과 다름없죠, 여기에서 주인공인 레아 기리노는 라이프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제 갓 100세가 되어 생일이 코앞입니다.. 여전히 그녀의 외모는 30대에서 멈춰있죠, 그런 그녀가 출근하는 어느날 도로에서 88년전 헤어졌던 아버지를 만납니다.. 그리곤 쫓던 중 무단횡단으로 차에 치일뻔하죠, 그녀의 세상에서는 자살만큼 위험한 범죄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레아는 감시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죠, 그리곤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자꾸만 커져만 갑니다.. 라이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정해진 수명 연장의 룰속에서 규칙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을 지켜야되지만 아버지와의 만남 이후로 레아는 과거의 자신의 성향을 조금씩 깨우게 되죠, 그리고 안야 역시 라이프의 유전자를 가진 인물이죠, 자신의 어머니는 유명한 오페라 가수이자 라이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교환하던 중 부작용으로 현재 코마에 빠진 체 간신히 목숨만 남은 상태로 살아갑니다.. 안야는 그런 어머니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체 비루한 삶을 이어가죠, 바이올린 연주자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줄리아드 음대에 붙은 날 엄마가 쓰러진거죠, 이런 안야에게는라이프로서의 삶이 그닥 집착스러운 인생은 아닌게죠, 이렇게 레아와 안야는 영원한 삶을 한발짝 다가설 수있는 운명이지만 조금씩 그 삶의 균형이 깨어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차에 레아는 아버지로부터 죽음이라는 삶의 또다른 욕망과 인간의 유한성을 인식하게되고 이와 함께 무엇보다 영원한 삶의 우선순위인 집단에서 자살과도 같은 삶의 유한성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원하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안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어진 삶의 영원함을 눈앞에서 놓치기는 쉬운 일은 아니죠, 이제 제3의 물결이 완성되면 원하면 불멸과도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외면하겠어요, 레아에게 주어진 딜레마속에서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4. 와우, 줄거리가 짜증나게 깁니다.. 소설속에 주어진 상황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나 이야기의 흐름을 설명하기에 주절거림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근미래를 다룬 인간의 삶과 관련된 설정에서 가장 전형적인 소재중의 하나가 불멸이라고 봐야되지 않을까요, 불멸에 가까운 인간의 삶의 집착에 대한 근원적인 본능이 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속의 삶을 다룬 이야기는 다들 한번씩은 접해봄직한 소재인거죠, 이 작품도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향이 조금은 복합적이고 다변화적 감성으로 다루어지는 입체적 느낌이 크다는 것이죠, 레아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입체적인 성향의 모습은 아주 좋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에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의 설정입죠,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가장 큰 특성과 함께 자신이 살아온 삶과 가정 그리고 부모라는 존재의 영향과 투영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성향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기위해 주체적으로 자신을 이끄는 모습속에 어린시절 아버지라는 존재가 보여준 삶의 이면과 엄마에게서 투영된 현실적 삶의 욕망속에서 스스로에게 대립되어가는 감성적 혼란을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레아만큼 구체적이고 두드러지진 않지만 안야의 삶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레아와 평행적 연결이 이루어지는 대상이지만 따로 똑같은 존재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커리어우면으로 모든 삶의 중심에 자신을 우선하길 원하는 레아와 모든 삶의 집착이 무너지버린 아무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없는 존재의 의미마저 흐려져버린 안야의 관계는 작가가 보여주고자한 인간의 내면과 삶의 유한적 욕망에 대한 감성에 대단히 부합하는 인물적 구도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5. 그렇다보니 이 작품에서 제목처럼 '수이사이드 클럽'이라는 개념의 주 중점적 스토리는 조금 헐거워보이는 듯 합니다.. 모든 상황의 중심과 이야기의 틀속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드러내야될 인간의 유한한 삶의 욕망을 드러낼 인간의 집단적 반발이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 작품은 인물론적 구성에 집중하고 레아의 심리와 삶과 의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주인공인 안야조차도 레아의 시선과 행동적 영역내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그러니 레아에 기인한 이야기의 구성은 이 작품의 재미적인 측면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되는 것이죠, SF적 상상력과 디스토피아적 근미래의 세상의 배경적 구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작품이 대중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스릴이나 서스펜스적 재미는 그닥그닥, 그렇다는말은 제목과 소설의 의도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보다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집필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잔잔하면서도 한 여성의 삶과 과거의 인생과 앞으로 다가올 그녀의 또다른 삶의 기로에서 그녀의 선택에 주안점을 두고 작품은 상당히 밋밋하게 이어지고 삶과 죽음의 존재적 사유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유한한 인생에 대한 사회적 통찰과 미래로 나아갈수록 감성이 메말라가는 인간의 내면적 갈증을 작가가 집중하다보니 아쉬움은 제법 많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어떤 부분에서도 작품적 긴장감이나 스릴러로서의 감성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일종의 SF소설로서 보여주고자한 작가의 독창적 세계관을 보여줌에 있어서는 인물속에 투영된 근미래의 세상의 모습은 대단히 리얼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인간은 두종류로 나뉜다.. 라이프와 비라이프, 자기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태어나면서 유전자로 정해진 삶의 미래는 항상 그렇듯이 신분의 차별이 이루어지죠, 자신의 의도만큼 오랫동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부류는 자신의 생명을 끊임없이 연장시키기위해 모든 것을 다 하면서 또한 세상의 중심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비라이프의 삶은 비루하고 여전히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모든 삶의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으로 밀려나죠, 삶의 터전이 달라지는겁니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기준은 현재든 미래든 다름없이 인간을 가릅니다.. 항상 그렇죠, 이 작품의 가진 자들 중 일부는 그들 스스로 '수이사이드 클럽'이라 지칭하며 삶의 유한함과 인간의 흔한 욕망적 공감을 드러내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인거죠, 그들의 세상속에서 바라보는 흔한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이면과 현실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수이사이드 클럽"은 두 여성의 삶과 그들의 주변과 심리와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고통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서 사실적이면서 현실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공감을 나눌 수는 있지만 작품적 재미와 의도와 부합되지 않은 즐거움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작품적 구성에 있어 집필과정에서 너무 고급적으로 고민한 듯 싶어서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막 클래식하면서 어렵고 난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대중적이고 흔한 전형적 스릴러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은 어중간한 성향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작가가 이 독후감을 볼 가능성은 전무하겠지만 혹여라도 영어로 댓글 다실 분들은 저와 같은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부디 작가에게 잘 설명해주심 좋겠구만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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