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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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사님에게 집으로 온 물품을 경비실에 맡겨주세요라고 전달하곤 한참 후에 아이한테서 연락이 옵니다.. 택배를 찾아와야된다고 말이죠, 경비실에 가면 경비원 아저씨한테 물건 왔는 지 여쭤보고 받아와라고 합니다.. 그리곤 퇴근 후에 아이가 신나서 말을 합니다.. '아빠가 말한대로 경비실에 가니까 그 있잖아, 나이 많으시고 살 좀 찌신 할아버지, 그분이 웃으시면서 택배 주셨어'라고 말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선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니까 이름은 모르지만 한결같이 자상한 웃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그분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굳이 그 분의 존함을 알아야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봐야겠죠, 항상 주변을 청소해주시고 깨끗이 해주시는 청소원 아주머니의 성함 역시 알지 못합니다.. 그냥 지나치다 고생하신다는 말씀만 드리면 웃으시면서 애들은 잘 크냐, 벌써 그만큼 컸냐,, 뭐 이렇게 안부를 주고 받죠, 저에게 그분들은 이름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 분의 성함까지 알아야될만큼의 친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관심조차 없었다고 봐야겠죠, 스쳐가는 인연처럼 제 인생에서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존재로서의 판단이었을겝니다.. 그렇게 고생하시고 저의 삶의 주변을 다듬어주시는 분들이시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분이 아니시니까요, 그 분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속에서 힘들게 견뎌내시는 지, 추운 겨울 따뜻한 물도 아닌 차가운 물로 엘리베이터안을 청소하시는 지, 히트도 없는 경비실 쪽방에서 전기난로 한대로 밤을 지새우시면 경비를 서시는 지, 전 별로 관심에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저랑 관계도 없는데 굳이 그 분들의 이름까지 알아야될 필요성을 누가 느낄까요,


    2. 하지만 그분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일겝니다.. 혹시 모르죠, 하찮은 삶을 살아가는 저보다 더 대단한 자제분들을 두신 제가 모르는 삶의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실 지도, 저에게는 이름 없는 분들이시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신 분들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이름을 굳이 알아야만 그분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오랫동안 보아오고 함께 했던 누군가에게 그냥 경비원 아저씨, 청소원 아주머니라고 인식하고 부르기에는 나이살이나 처먹고 거들먹거리는 저라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가는가를 느끼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경비를 보시던 아저씨가 안보이시기 시작하자 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경비원 할아버지 요즘 안보이시던데, 함께 근무하시는 다른 경비원분께 여쭤보니 몸이 편찮아서 당분간 쉬신다고 하셨다더군요, 그렇게 그만 둔 분의 성함을 여쭤보고 뒤늦은 아쉬움과 후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오신 김씨 아저씨의 머리가 하나도 없더군요, 항암치료를 받으신다고 한참 고생을 하셨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완쾌가 되셔서 다시 근무를 시작하신 듯 합디다.. 쉬시지 왜 나오셨냐고 물으니 여기처럼 주민들이 살갑게 대해주는 곳이 없더라면서, 돌아오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똑똑똑 경비실 문을 두드리며 경비원 아저씨,가 아니라 김씨 아저씨라는 부르는 한 마디의 말이 주는 인간에 대한 가장 편안한 감정만으로 삶의 애착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여전히 세상은 인간에 대한 존재와 그 가치를 거부하고 범죄에 악용하는 인간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굳이 들춰낼 필요도 없는 미성년자 성폭력 및 성착취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통한 악질적인 악마들이 저지른 범죄를 보면서 절대 바뀌지 않을 존재 역시 인간이구나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이 세상의 비현실적인 적나라한 현실적 이야기를 국내뿐만 아니라 부유하고 인권과 인간의 삶의 질에 풍요로움의 대표적인 북유럽에서도 딱히 다르진 않군요, 덴마크 작가이신 아나 그루에 여사님의 단 소메르달 시리즈의 첫 권인 "이름 없는 여자들"입니다..


    3. 누군지 모르는 한 살인자가 수납장에 숨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곤 기다리는 여성이 나타나죠, 청소부인 듯한 여성은 그렇게 목이 졸린 체 죽음을 당합니다.. 그리고 살인자는 그자리를 벗어나죠, 사건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단 소메르달은 잘나가는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기획자로서 자신의 고향에서 자리를 잡고 중년의 나이까지 정신없이 살아오다 어느듯 자신의 삶과 회사에 대한 강박감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죠, 그렇게 그는 회사에서 벗어나 휴가를 가지지만 여전히 회사로 돌아가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 소메르달에겐 평생을 함께한 절친 플래밍이 있습니다.. 플래밍은 지역 형사반장입니다.. 그런 친구와 함께 단은 저녁을 먹던 중 살인사건에 대한 전화를 받은 플래밍에게서 자신의 회사에서 살인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죠, 그리곤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도움을 주기위해 플래밍과 함께 회사에 가면서 단 소메르달의 새로운 인생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죽음을 당한 피해자는 외국인 청소원 릴리아나라는 여성인데 이름외에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여성입니다..그리고 릴리아나와 함께 파트너로 일하는 벤야민이라는 청년은 하필이면 릴리아나가 살해된 당일 몸이 안좋아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거죠,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플래밍은 회사의 간부이자 전반적인 상황을 아는 단 소메르달에게서 정보를 의지하게 되고 그렇게 사건에 조금씩 관여를 하게 된 단은 회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판단력과 사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금씩 그만의 추리적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또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4. 이 작품을 출판사는 코지미스터리라고 칭하고 홍보를 하는 모냥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 "이름 없는 여인들"은 그렇게 안락하고 편안한 미스터리를 지향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대단히 거칠고 어둡고 아픔이 가득한 불법체류 여성의 삶의 고통을 다루는 작품입죠, 단지 주인공이자 이 작픔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보여주는 주변의 삶과 그의 인생, 시선등이 코지스러울지라도 이 작품의 이야기는 코지미스터리로 단정하기에는 폭력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쾌하고 편안한 삶의 주변의 가벼운 미스터리로 생각했다고 순간 맞닥뜨린 이야기의 내면에 오히려 더 혹해버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이 작품은 흔한 코지스러운 미스터리가 아니라 스릴러소설로 판단해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주인공인 단이라는 인물이 주는 입체감이 조금 유쾌하고 현실적인 면을 감안하더라도 이 작품은 이 시대의 사회에서 제대로 존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또는 죽어가는 이름 없는 그 누군가들에 대한 아픈 범죄적 이야기라는 점이죠, 인간의 내면과 그 관계적 이중성에 대해서 작가는 한 소규모 지역의 동선을 이용해서 적나라하게 인간의 모든 관계적 진실을 들춰냅니다.. 누군가의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악의로서 변질되고 또 누군가의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불륜과 치정으로 다가가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극악하고 극단적인 관계적 복잡성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피가 튀거나 총을 빵빵거리거나 심각한 폭력성이나 잔인함을 묘사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 인간의 관계가 보여주는 적나라한 현실은 어떤 것보다 공포스럽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전 그렇게 봤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이 작품에 대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5. 이 작품 이후로도 소설의 배경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적 배경인 크리스티안순이라는 덴마크의 소도시는 피오르드 해안을 따라 자리잡은 부유한 지역민들이 살아가는 곳이죠, 과거의 경제적 위기를 겪은 폐조선소가 위치한 곳에 사무실로 개조해 시대에 맞는 광고기획사나 IT회사들에게 임대를 주게 된 이후 많은 부유한 주민들이 생겨난 것이죠, 그렇게 보여지는 이 곳에서 이름 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불법 노동자의 어두운 이면을 우린 이 작품에서 확인했습니다.. 단 소메르달은 이러한 부유한 동네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죠, 하지만 인간이 가진 악함과 이기적 욕망보다는 균형잡힌 이성과 판단과 무엇보다 타인의 삶과 고통에 공감하는 인물로서 그동안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은 - 단에게는 추리와 주변의 스릴감 넘치는 범죄적 진실에 뛰어난 재능이 있군요 - 주인공이 꾸준히 작은 소도시에서 누구나 알고 누구나 스쳐가듯 만나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할 것 같군요, 이 이야인즉슨 이 작품의 배경이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서사는 독자로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듯 인물이며, 상황들이 어렵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속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에게 설정된 입체감이 다양각색이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작가가 이끌어낸 인물적 변별감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됩니다.. 이로 인해 사건의 개연성에 부합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잘 짜맞춰져있습니다.. 이러한 꼼꼼하고 섬세한 인물적 연결과 사건의 내막에 대한 작가의 구성적 의도가 이 작품의 대중적 가독성과 즐거움에 가장 큰 역할을 하였음은 비밀 아닌 비밀이지요,


    6. 솔직히 흠 잡을 데가 딱히 없는 작품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분위기가 매우 어둡고 아픈 이야기임에도 상황과 인물이 주는 편안함과 함게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가는 스토리의 흐름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어색해질 지도 모르는 인물들의 구성임에도 작가는 그 분배적 역할을 아주 잘 이끌어내어 특히나 단 소메르달이라는 주인공과 더불어 플래밍 토르프라는 형사반장의 상황적 영역도 그에 못지않게 제대로 균형을 맞춰내는 것 같아서 작품 전체가 삐꺽거림없이 읽혀나가는 즐거움이 가득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도 생각보다 매력적인 반전과 상황적이 흐름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코지미스터리라 일컫는 홍보와믄 달리 저로서는 코지스릴러로서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고 봐야겠죠, 개인적으로는 단과 플래밍의 파트너적 즐거움이 다음 편으로 이어지면서 조금더 더 과격하고 폭력적인 현실적 범죄의 이면을 다루고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단과 플래밍의 버디적 감성과 가벼운 우정애를 비롯한 인물적 유쾌함은 잃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도 역시 있구요, 좋은 작품을 읽게되면 원하는것도 늘게 됩니다.. 그게 단행본이 아니라 시리즈라면 더욱 다음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마련입죠, 이 작품이 그러합니다.. 깔끔하게 이끌어낸 진실과 자신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 단 소메르달의 다음이  기대되는건 그만큼 이 작품이 즐거웠기 때문일겝니다.. 우짜덩가 사람은 돈도 좀 있고 여유가 있어야 생각과 판단이 명쾌하고 잘 되는거지, 돈 없고 가진것 없고 시간도 없어봐 될것도 안된다.. 눈앞에 사는데 집중하느라, 안그래요, 아님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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