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1. 모두가 잠든 시간, 혼자 깨어 편안하게 책을 읽습니다.. 내가 잠들기까지 얼마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입니다.. 간혹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잠든 아내를 건너보고 쩍벌하고 잠든 강아지를 쳐다보곤 혼자 웃곤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수면의 세상속으로 들어간 표정들이거덩요, 가르릉거리며 코를 고는 어린 아이와 모로 누워 간혹 편안하지만 힘들어보이는 표정으로 잠든 아내에게 살며시 다가가 쪽하니 사랑을 남기지만, 아이는 잠결에 포옹을 원하고 아내는 잠결에 으르렁거립니다.. 간혹 건드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듭디다.. 여하튼 인간은 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야되죠, 저 역시 잠을 사랑하고 잠을 원하는 중년의 피곤덩어리 뚱땡이 아저씨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이상 잠이 들면 깨어납니다.. 영원히 잠들지는 않죠, 그것을 알기에 우린 편안하고 행복한 잠자리를 만듭니다.. 삶에 찌들고 하루에 시달리는 막바지에 잠을 위한 조금의 시간을 할애하여 나를 위한 재미난 스티븐 킹의 작품 한 단락 정도의 읽을 시간을 가진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더라도 그 행복감이 배가 될지도 모를 일이죠,


    2. 누군가가 잠든 시간에 잠들지 못해 깨어있으면 참 시간이 더디갑니다.. 함께 숨을 섞고 눈을 마주치며 지낸 시간은 쉽게 흘러가버리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모든 이가 잠든 시간에 가지는 여유로운 시간의 더딤이 어느순간 서서히 지리함과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변질되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언젠가는 깨어날 줄 아는 잠의 세상속에서 수면의 미로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체 끊임없이 잠의 감옥에 갇혀버린 누군가가 생긴다면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같다면 말이죠, 끊임없이 함께하며 숨과 몸과 마음과 내가 가진 모든 신체적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던 가족들이 나만 남겨둔 체 잠속으로 빠져든다면 어떨까요, 그게 여성에게만 국한되어서 발현된 현상이라면 어떨까요, 남성성이 가진 불완전함을 보완해주고 끊임없이 남성적 부족함을 메꿔주던 이 세상의 여성들이 모두 잠들어버리는 시간이 다가온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요, 지금 당장 조금씩 누군가가 잠의 세상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하고 남성들은 평생을 맞춰오던 균형감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불안한 세상이 드러날까요, 반대로 여성이 남고 남성이 모두 잠들어버린다는 가정을 해봅시다.. 남자이자 꼰대인 저로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세상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여성만이 남겨진 세상이 그렇게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스럽게 느껴지진 않죠, 하지만 모든 여성이 어느순간 잠들어버리고 세상에 남자만이 남겨지기 시작한다는 설정만으로는 우린 두렵고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이런 성향의 서사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작가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스티븐 킹의 신작 "잠자는 미녀들"입니다.. 이번에는 인물적 입체감을 자신의 아들인 오언 킹과의 공저로 더욱 두드러진 묘사와 심리적 매력까지 얻어냅니다.. 줄거리 함 보실까요.


    3.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의 한 소도시에서는 딱히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할 듯 합니다.. 도시의 변두리의 여성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교도소조차 변함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죠, 도시의 보안관 라일라 노크로스는 남편 클린턴 노크로스와 함께 수영장이 딸린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클린트는 정신과 의사로 여성 교도소의 정신과 업무를 보고 있죠, 물론 부인인 라일라은 둘링의 치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이구요, 나름대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에도 서쪽에서부터 시작된 원인불명의 오로라병의 불안감이 서서히 잠식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원인불명의 기현상은 여성에게만 전염되는 것으로 잠이 들면 몸에서 거미줄과 같은 하얀 실과 같은 것이 온몸을 감싸고 고치처럼 전신을 뒤덮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이죠, 만약 이 하연 실과 같은 물질을 제거하고 여성을 깨우려들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곤 하는 모냥입니다.. 여기까지는 일단 뉴스에서 조금씩 보여지는 정보에 따른 이야기입니다.. 아직까지 둘링에서는 이런 심각성이 드러나기 전이죠, 여전히 교도소는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고 여성들은 온갖 상황속에서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비라는 미지의 여성이 등장하죠,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뭔가 환상적인 나방과의 협연을 펼치더니 동물과 대화도 가능한 모냥입니다.. 그런 그녀가 산속 마약상의 트레일러로 다가갑니다.. 빌어먹을 범죄자인 마약상과 함께 살아가는 약에 찌든 한 여성은 현실과 꿈속에서 헤매지만 트레일러안으로 들어온 이비가 저지른 엄청난 폭력과 살인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비는 쓰레기 같은 마약상들을 맨손으로 머리를 으깨버리죠, 그렇게 둘링의 비극은 막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근데 이 이비라는 미지의 여성은 누구일까요,,,,,,


    4. 지구상의 생명체의 대부분은 성이 구별되어 있습니다..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되어 이들은 종족을 이어나가며 자연속에서 그들만의 진화를 만들어나갑니다.. 그리고 유독 독특한 생명체가 있죠, 제가 허구헌 날 떠드는 인간이라는 종입니다.. 이 종은 생각이란걸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표현할 수 있죠, 이들은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이 부여한 성별을 서로를 위한 균형으로 맞춰나갑니다.. 하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의 뚜렷한 차이는 언제나 서로간의 문제를 일으키곤 하죠, 털끝만큼의 잘난 것도 없는 지랄맞은 남성성을 이용하여 여성들은 제대로된 균형잡힌 대접을 받질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똑같이 생각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또한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세상없이 불완전하고 부족한 남성의 퍼포먼스를 보조해주고 협력하고 가르치고 알려주고 심지어 이끌어주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여성분들이 화가 나겠습니까, 안나겠습니까, 심지어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과 불균형의 형평성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과 생채기를 남겨놓고 살아가고 있는 지 웬만한 남성들도 압니다.. 알고 말구요, 그러나 부족하기만 한 우리 남성들은 그런 여성분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질 않죠, 일종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 가부장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사회적 권리를 유지하려고 온갖 비열한 행동마저 유치하게 떠들곤 합니다..  저 역시 가부장적이고 꼰대근성의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임에도 세상은 그렇게 느껴집니다.. 심지어는 운전중에 심한 말도 하죠, 차도 막히는데 뭐할려고 나와서 이렇게 위험하고 깝깝하게 운전하는 지, 그냥 집에서 시간나시면 잠이나 주무시지.......


    5. 그렇습니다.. 원하는대로 되었네요, 세상의 모든 여성분들이 물레의 침에 찔려 잠에 빠져버리는 동화속의 오로라처럼 한순간에 허연 누에실처럼 온몸을 감싼체 고치처럼 세상 모르게 잠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킹 부자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섬세한 심리적 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갑니다.. 동일한 성의 역학적 관계임에도 우린 남성이 잠들어 버리는 것보다 여성이 잠들어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한 공포가 더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남성이라서 그럴까요, 여하튼 이러한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 서사는 천천히 그리고 아주 자세한 상황적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1권의 이야기는 수면병이 발현한 둘링이라는 소도시에서 벌어진 하루의 시간동안 소설속에 얽힌 인물들의 모든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점차 다가오는 공포의 순간을 맞이하는 인간의 모든 심리적 묘사가 두드러지게 그려지죠, 이들 인간들의 근원적인 본성의 불안심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킹쌤만큼 뛰어난 작가가 없다는 점은 수십년동안 인지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의 아들 오언 킹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관여가 되었는 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인 문체나 감성의 느낌은 스티븐 킹의 감성에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각각의 인물들에 부여한 이미지와 그 설정적 관계와 영역의 개연성등에 아마도 아들의 능력이 협업되었지 않을까하는 비전문적인 감상을 해봅니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킹의 장대하고 야심만만한 디스토피아소설이 초반의 이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은 서사와 줄거리와 대중적 속도감을 즐기길 원하는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지리하게 느껴지기 십상입니다.. 하루동안 수많은 일들이 각각의 인물들의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적 스토리가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요, 그렇게 다양한 인물적 서사는 후반으로 넘어가면 그 역학과 주변의 영역에서 빛을 발하리라 믿어의심치는 않지만 속도감과 가독성에서 주춤하는 부분에 되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6.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문득 읽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 작품의 설정은 단순한 남성과 여성의 구분법으로 여성의 수면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퀴어라 불리우는 성소수자들의 입장과 그들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라는 애매한 상상말이죠, 남성의 신체에 여성의 마음을 가진 분들의 경우에는 잠들지 않겠죠, 여성이지만 남성의 모든 것을 보유한 분들은 잠들어버리나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고 소설은 자연의 섭리와 기준과 상황적 흐름을 소설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합니다.. 이비라는 미지의 존재가 보여주는 남성의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의도와 함께 말이죠, 가독성과 속도감에 대한 불만을 조금 드러내긴했지만 이 작품은 무척 섬세하고 꼼꼼한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는 뛰어난 장르적 캐릭터 감성스릴러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기존의 킹의 스타일을 즐기시는 분들이시라면 환호할만한 '돌아온 킹'정도의 행복을 만끽하시리라 믿습니다.. 특히나 가지각색의 인물들을 설정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낱낱이 그려낸 1권과 함께 이어질 2권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즐거울 것이 틀림없다는 점도 믿습니다.. 악화될대로 악화되고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남성들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참을성이 이젠 폭발하고 누군가는 이에 대처하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때니까요, 아마도 이어지는 2권에서의 속도감은 천천히 완행의 계단을 차츰 밟아처 척척 올라간 롤러코스터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강렬함을 이끌어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첫권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순간 남성들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무엇보다 무시하던 세상의 여자들에게서 떨어져나와 홀로 남겨졌으니까요, 아시다시피 남자들은 외로움을 견디질 못합니다.. 되돌리든, 같이 무너지든.... 그 끝을 봐야죠, 2권에서 다시.....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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