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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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 지인의 말처럼 굳이 알려고 들지말고 궁금해하지도 말고 알아서도 안되는 그런 세계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또다른 이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의 한해동안 실종되는 인구수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사실 제가 좋아라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참 놀랍기도 하더이다.. 한해동안 평균 8만명이상의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소재불명으로 이어진다고 합디다.. 연령과 성별과 상관없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많은 부분이 대체적으로 소재불명으로 가출이나 미신고처리된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과거에는 더 심했을테죠, 다른 가족들에게서는 이러한 아픔이 없어야될테지만 저의 친지들중에서도 과거 실종되어 돌아오지 못하신 어른들도 계십니다.. 어디에서든 살아계실거라고 믿고 기다리다 돌아가실 연세가 되셨다면, 그리고 수십년동안 어떠한 기별도 없었다면, 음력 구구제에 제사를 지내기도 합니다.. 저의 집안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살아만 계시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편안하시길 바라지만 누군가는 가족과 생이별을 고한 체 사회와 우리들의 세상속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하니까요, 특히나 어린 아동이나 여성의 가출과 함께 이어지는 실종사건들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현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세상은 더욱더 인간의 삶의 질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지만 지금 이순간 여전히 수십년전과 다름없이 아픔과 고통과 괴로움과 무엇보다 사회적 범죄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속에서 발자국이 사라져버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몸서리치도록 아프고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이들은 아픈 죽음으로나마도 기억되질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2. 인간의 삶이란게 참 우습죠, 채 백년을 살아가지 못하는 미비한 존재인데 또한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깨우치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시간이 이런저런 시간을 공제하고 나면 평생 채 15년이 되지도 않을진데 우린 왜 이렇게 아둥바둥거리고 탐욕을 부리고 집착을 하고 분노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고통받고 살아가야하는 걸까요, 누군가가 한 스님에게 묻습디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한스럽고 후회되고 화가 난다구요, 자신의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50평생을 살아오다보니 가만히 뒤돌아 온 길을 돌이켜보니 너무 화가나고 슬퍼서 우울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님께서 그러시더군요, 그럼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마, 그리고 과거에 그렇게 살아온 것도 나이고, 앞으로 다르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도 난데, 후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다고 과거가 없어지나, 그렇게 과거에 화낼거 앞으로 즐겁게 사는 생각에 힘을 보태라고 말이죠, 그동안 살아온 세상과 삶이 앞으로도 쉽게 바뀌진 않을겝니다.. 허나 이제는 나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조금은 주변을 놓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갖 인간군상들의 세상속에서 굳이 나의 과거의 삶과 미래의 삶을 후회하며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인간은 살기위해 모든 것을 걸지만 결국 죽기위해 달려가는 길 아니겠습니까, 집착하고 욕심을 부려본들 인생의 끝자락이 당장 내일이 될 지 우떨지는 모르는 인생인데 말이죠, 이 소설속의 '래생'의 삶과 그의 시선속에 보여지는 세상을 만나면서 소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 이 소설은 김언수의 "설계자들"이라는 작품입니다.. 내용은 암살자의 세상과 그들의 비열하고 무정한 죽음의 영역을 다루고 있죠,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칩시다..


    3. 래생은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한 노인을 죽이기 위해 기다립니다.. 하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질 않습니다.. 그러던중 노인이 래생을 찾아옵니다.. 산속을 헤치고 래생을 찾아온 노인은 자신의 거처에서 하루를 보내길 권하죠, 래생은 노인을 따라 거처로 갑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노인과 술자리를 하며 노인과 삶과 세상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깨어난 아침 래생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노인을 암살합니다.. 래생은 고아입니다.. 수녀원에 버려진 래생을 도서관장인 너구리 영감이 데려와 암살자로 키우죠, 너구리영감은 수십년동안 누군가의 요구에 따라 암살을 진행하며 계획을 짜는 설계자로 살아왔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대부분의 밝음에 가려진 어둠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추악함을 감추고 살아갑니다.. 너구리 영감이나 이들 설계자들이 행하는 범죄들도 그러한 것들이죠, 세상의 역사와 권력자와 기득권들이 원하는 그들만의 철옹성을 위해 설계자들은 어둠속에서 그들의 목적을 대신해줍니다.. 너구리 영감이 그 중심이었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그의 제자인 한자같은 해외 유학파 설계자들이 조금씩 그 자리를 차지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래생은 여전히 너구리 영감과 함께 하죠, 설계자들과 암살자들에게 친구나 우정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합니다.. 누군가로 인해 언젠가는 누구를 죽이든 누구에게 죽든 이들의 삶이란 무의미한 것이죠, 그렇게 래생의 삶과 주변도 급변하는 이들의 추악한 세상속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한명씩 자신의 주변인들이 죽어가며 래생과 너구리영감의 삶도 위태로워집니다....


    4. 사실 이 작품이 먼저 나왔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뜨거운 피'를 앞서 읽었더랬죠, 무척이나 비정하면서도 느와르적 감성과 인간의 내면적 심리의 페이소스가 가득찬 작품이었던지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장르소설이나 대중소설이 머리속에 오래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는 증거이겠지요, 그리고 이번에 펼쳐든 "설계자들"은 또다른 설정과 구성이긴 하지만 김언수 작가 특유의 감성적 느와르의 문장력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물론 '설계자들'의 감성이 '뜨거운 피'에 이어졌겠지만 이 감성적 자극성은 국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흔한 느낌이 아닙니다.. 심지어 국외의 소설들속에서도 쉽게 느껴보지 못하는 아주 저릿한 감성적 공감이 있습니다.. 일반 대중이 공감하기에는 조금은 별세계와 같은 삶의 어둠속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일반인이 겪어보질 못하는 이 세상의 추악한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인간이라는 그 자체가 주는 동질감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문득 또 기생충이 떠오르긴 하지만 이 작품이 쓰여진 2010년도의 시점에서 어느누구의 작품보다 사랑받을 수 있는 뛰어난 국내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미스릴러권에 내놓더라도 절대 주눅이 들지 않을 그런 작품입죠, 아직 국내 소설의 해외적 역량이나 홍보가 부족하긴 하지만 김언수의 이야기와 인간의 내면을 그린 그의 문장력은 탁월합니다.. 영어권의 번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만 소개된다면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김언수 작가가 드러내는 인물들의 입체감이 좋았다는 것이죠, 또한 서사와 흐름의 매력도 아주 뛰어나구요,


    5. 또 사실 이전에 읽은 '뜨거운 피'와 "설계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합니다.. 솔직히 그런 느낌을 끊임없이 받았습니다.. 설정과 소재만 다를 뿐이지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나 흐름과 감성적 느와르가 주는 독자적 감응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어쩔수 없이 두 작품이 비교가 되니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죠, 각각의 작품이 주는 매력은 엄청납니다만 두 작품을 경험한 독자로서는 다른 두 작품을 하나의 매력으로 묶을 수 밖에 없습디다.. 단지 이 작품에서 보았던 약간의 어설픔과 약간의 내용적 구성의 헐거움과 인물 위주로 이어지는 독백과도 같은 감성적 느와르의 문장력은 다소 어색한 면이 있으나 이러한 부분은 '뜨거운 피'에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음을 느꼈구요, 하지만 '뜨거운 피'는 "설계자들"이후 한참이 지나 출간되었으니 뒤늦은 이 독후감은 전혀 앞뒤가 안맞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비정한 액션과 상황적 반전과 내용적 매력은 아주아주 좋습니다.. 수많은 주변인들의 이야기속에서 펼쳐내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단순한 공감, 아무 의미없은 인생의 회색공간속에 놓인 인물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서 살아감과 죽어감에 대한 그만의 입체적 감성을 드러내는 표현과 심리와 묘사는 대단히 좋습니다.. 뭐 비교가 될 지는 모르지만 한국판 데니스 르헤인의 감성도 느껴집니다.. 그만의 스타일리쉬한 우리의 감성적 비정함은 아마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이런 작품 누가 좀 눈여겨 봐줘요, 멀리서보면 이 작품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이야기죠, 장르의 틀속에서 흔한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암살자로 살아온 누군가가 자신의 조직을 위협하는 누군가를 외롭고 힘겹게 대결하는 스토리, 흔하죠, 근데 우린 왜 이런 김언수의 소설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6. 국내에서도 많은 작가님이 꾸준히 집필을 해오시고 국내 장르문학의 부흥을 위해 노력을 하시고 계시긴하지만 역부족이죠, 실제로 우린 책을 잘 사지도 잘 읽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구입을 한다면 허접하게 치부하는 대중소설보다는 인문서나 자계서 위주로 구입을 해야 그나마 나 스스로에게도 개인적 품격을 높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있어보이죠, 허나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나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온갖 장르물에 흠뻑 빠집니다.. 책으로 읽기엔 좀체 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활자를 통해 느껴지는 여과적 멀티적 사고가 아닌 직관과 있는 그대로 투영되는 화면속의 이야기에 중독되는 것이죠, 왜 일까요, 그토록 기생충의 반전과 시그널의 스릴러와 부산행의 자극스러움이 책으로는, 책을 통해서는 느끼길 꺼려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정서적 거부반응은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온갖 베스트셀러와 온갖 도서 홍보와 온갖 책과 관련된 사회적 구성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반복되는 인문서와 자기계발서등을 통해 긍정적 인간의 효율적 세상의 밝음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렇죠, 좋은 내용이고 동의와 공감과 수긍이 절로 이루어지는 좋은 서적들이 많습니다.. 누가 뭐래요, 어떤 도서든 읽으면 좋죠, 근데 읽지도 않을 고전문학, 인문문학, 아니 읽어도 다 읽지못할, 아니 다 읽어도 재미없어할, 그러나 남이 보기에 좀 있어보이고 가치스러워보이는 도서들을 사고자하는 이율배반적인 우리네 모습, 뭐 아닐겝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요, 아님 제 주변의 몇몇분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이에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 책이 즐겁고 재미지고 자극적이면 정서에 문제가 되고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는 범죄적 세상의 불쾌감을 가중할 이유는 없죠, 그럼 왜 우린 그토록 자극적이고 피튀기는 드라마를 그것도 15세라 버젓이 제시하고도 어린 아이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지는 그런 장르적 영화나 드라마에 중독되어 있는 것일까요, 고마해, 요까지,


    7.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아주 매력적이고 즐겁고 재미지고 흥분되는 느와르스릴러소설입니다.. 15세의 자극적인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지 못한 감수성과 뛰어난 문장력이 살아 숨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좋은 소설입니다.. 기생충을 그토록 싫어하고 거부하던 꼴통 꼰대들도 세계가 인정하면 그때서야 친분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족속들, 우리나라의 민낯중 하나일겝니다.. 저질스럽고 불쾌하고 전형적이고 흔한 대중적 키치적 세계관속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딜레마를 끄집어내는게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저속한 설정처럼 치부되어온 세상이 아닐까,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그런 세상을 다룹니다.. 허나 김언수가 보여주고자하는 세상은 저속하고 비열하고 무정한 삶일지언정 인간이라는 근원적인 본질은 잊지않죠, 언듯 보여지는 TV화면속의 잘난 전문가들의 뒷배경 책장속에서도 원서와 좋은 인문서들과 함께 멋진 김언수 작가의 작품 한권 정도는 내보여지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제발 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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