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아빠, 중국인들이 박쥐를 먹어서 이번 전염병이 생긴거래, 우한이라는 중국의 도시에서 생겨서 전세계로 퍼트리고 있대, 중국사람들 옆에 가면 안된대, 그 사람들 야만인들이래, 막 아무거나 잡아서 먹고 못먹는게 없대, 이 이야기는 어린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흔히 접하는 너튜버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퍼트리고 있는 가짜 뉴스에 의한 대단히 심각한 문제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시선을 아주 정확하게 알려주는 이야기입죠,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러니까 너네는 중국인을 만나면 바이러스가 옮는다고 생각하는거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어서 현재 유럽에서 동양인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혐오적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유럽의 서양인의 몰지각한 일부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아주 비열하고 저질스러운 인종차별에 대해서 자세하게 예를 들어서 말해주었습니다.. 한 서양인이 마트에 온 한국인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고함을 치며 저사람 바이러스 걸렸다고 마트에서 쫓아내라고 했답니다.. 심지어 그 한국인은 태어나서 중국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친구임에도 말이죠, 아이들은 조금 전 자신들이 한 말은 잊고 아빠의 예시에 흥분하고 분노합니다.. 이해를 못하는 것이죠, 왜, 아무 상관없는 우리나라 사람을 그렇게 차별하고 나쁘게 말하냐는 것입니다.. 전염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몇몇의 같잖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인, 한국인 상관없이 동양인은 모두 야만스럽고 저질스럽고 거지같은 비루한 사람들로 비춰지고 그들로 인해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고 여긴다고, 그리고 조금 전 너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중국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아직 아이들이라 두개의 시선을 하나로 잇는건 조금 어려움이 있어서 아빠로서 간만에( 좋은 이야기 좀 해줬습니다..


    2. 중국인 출입 금지니 우한교민이 자기네 동네로 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니 하는 것에 대해 이해는 합니다.. 그리고 일종의 혐오적 시선도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 수긍을 할 수 있으나 그러한 방식이 고착화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죠, 익히 우리는 일본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혐한의 이유로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겪어오고 있습니다.. 혐오는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감정적 발산임에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장하고 이용하고 하나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시선은 대단히 저급한 의도를 가진 것이죠, 지금의 일본이 그러하고 과거의 유럽이 그러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전의 18세기 후반의 유럽은 어떠한 곳이었던가요, 그때의 우리나라의 조선후기와 비교했을때 일반 서민의 삶이라는 것이 어떻게 달랐을 것 같습니까, 중세의 유럽은 야만의 극에 달한 인간이 인간다움을 가지지 못한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으로 전제주의와 귀족주의적 계급의 차별에 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와 새로운 세상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계급이 사회를 누르던 18세기의 끝자락은 이들 서민의 삶은 똥덩어리 두엄만 가득한 세상의 밑자락에 놓여있었죠, 살인과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고 심지어 사형이라는 제도를 공개적으로 행하면서 편안한 죽음을 이끌어냈다고 자화자찬하던 야만스러운 단두대 길로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들 , 그런 유럽의 세상에 비해서 우린 어떠했습니까, 비루하고 힘든 서민의 삶이긴 진배없지만 우리의 역사속에서 야만을 들먹일 정도의 인간 횡포의 세상이었는 지 말이죠, 그런 그들이 야만을 떠들고 그런 그들이 차별을 원하고 그런 그들이 거부감을 표하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귀족과 전제적 왕권에 억압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당하며 여성의 삶과 세상의 진실이 종교와 권력에 의해 묵살당하고 모든 것이 살해되는 야만스러운 세상에 놓였던 이들이 편견을 가지고 계급적, 인종적 우위를 논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 이말이지요, 암요


    3.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걱정스럽고 두려운건 저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그렇다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판단까지 무너지면 안되잖아요, 그러치 않나요, 오늘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좋은 작품 읽고 그들 역시 과거에 이렇게 비루하고 힘겹고 야만스러운 시대를 겪어냈는데 말이죠, 18세기 말경인 1793년의 스웨덴은 어떠했는 지 이번에 제법 상세하게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부합된 팩션적 추리스릴러소설인 "늑대의 왕"입니다.. 원제는 그냥 '1793년'이라는군요, 역사적으로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과도기적 세상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사회적 혼란속에서 벌어진 한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쟁 상의용사인 미켈 카르델은 방범관으로서 하루하루 술에 의지해 비루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오물과 악취로 가득찬 파트부렌 호수의 시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시체는 팔과 다리가 모두 잘려진 상태에 혀와 눈까지 훼손된 것을 확인한 후 치안본부에 신고를 하게 되죠, 그리고 치안총감 놀란은 자신의 친구인 세실 빙에에게 본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사실 놀란은 작년 스웨덴의 국왕 구스타프 3세가 암살된 후 극도로 혼란스럽고 불안한 정국속에서 귀족들의 부패가 극심한 상황에서 스톡홀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의 정의로움이 귀족의 눈에는 좋게 비치지 않을 터, 자신이 내쳐지기 전 본 사건을 해결하기 원하죠, 그렇게 치안총감의 요구를 받아들인 세실 빙에는 과거의 뛰어난 두뇌와 법관으로서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폐결핵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이 죽기 전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지 본인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빙에는 시체를 발견한 카르델과 함께 극악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를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수사는 벽에 부딪히고 시체에게서 발견된 약간의 천조각만 단서가 될 뿐이었죠, 죽음이 머지않은 빙에로서는 쉽지않은 진실찾기인 상황에서 단서를 찾아나선 카르델은 시체를 운반한 가마와 관련된 단서를 찾게 되지만 그에게마저 죽음의 그늘이 씌워지는데....


    4. 이 작품은 '1793년'이라는 한해를 통틀어 시간적 배경으로 등장시킵니다.. 시작은 가을입니다.. 그리고 소설은 이어 여름과 봄으로 거슬러가죠, 그리고 마지막 겨울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과 관련된 그 시대의 스웨덴을 대단히 적나라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미스터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역사적 고증과 그 의도가 정확하게 그려지는 작품입니다.. 스웨덴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중심으로 그 시대의 사회상을 아주 자세하게 들춰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를 통틀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쟁속에서 버려지고 사회속에서 버려지고 제도속에서 버려진 대중과 민중의 삶의 비루함과 야만스러운 사회적 불합리와 혼란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다루고 있죠, 소설속의 이야기는 대단히 거북스럽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시대적 야만성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보여줍니다.. 대단히 생생하게 묘사되고 감정적 동요을 일으키죠, 이러한 묘사와 리얼한 현장감은 아주 강렬한 이미지로 되돌아옵니다..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의 추이와 인물들의 심리적 측면 역시 사회적 혼란과 심리적 두려움을 혼합하여 아주 어둡고 축축한 느낌의 시대적 현실감을 안겨주죠, 앞서 말한 시간적 배경의 흐름 역시 각 계절별 발생한 사건의 내막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짐을 독자들은 대단히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각각의 계절의 이야기는 하나로 뭉쳐지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각각의 영역에서 머물지만 이 모든 이야기속의 복선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이러한 챕터별 구성의 묘미는 대단히 흥미로운 발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5. 여느 작품들과 다르게 주인공이자 하나의 중심적 인물이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시대와 우연성이 사건을 만들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개연적 연결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모아지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즐겁기까지 합니다.. 단지 시작점인 가을에서의 살인사건에 있어서 시대적 전제를 드러내기 위해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고 이어질 챕터의 복선적 구성으로 연결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려고 노력한 작가의 의도로 인해 조금 지리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지만 이어지는 챕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는 암시로 인해 독자들은 미스터리가 어느정도 해결되면서 또다른 궁금증을 이끌어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3부의 봄의 이야기는 또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무관한 느낌이 다분하죠, 그렇기 때문에 독자로서 그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봄의 이야기는 한 여성의 삶을 따라가는 스토리로서 독자로서 그리고 공감자로서 가장 흥미로운 챕터의 즐거움을 가집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한해의 마무리를 접한 시점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과 이야기의 흐름과 사건의 결말과 마무리의 이야기들은 조금 많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적 이면과 그 시대의 야만적 세상을 그려낸 작가의 의도에 충분히 감응하고 즐기긴했지만 추리스릴러독자로서 어느정도의 미스터리적 즐거움 역시 가지길 원했지만 아쉬움을 느꼈습니다..아무래도 그동안 인물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적 의도에 적응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 작품은 상황이 주는 해결적 의도가 지배적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심이 되는 빙에라는 인물과 카르델이라는 인물의 호흡과 이들의 심리적 입체감도 뛰어나긴 하지만 굳이 미스터리적 측면에서 큰 역할론이 대두되는 것은 아니었지 않나 싶어서 느끼는 아쉬움이 아닐까합니다..


    6. 중세의 유럽의 역사가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야만스럽고 계급의 갈등과 부패와 권력의 폭력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 시대의 유럽의 현실을 그려내는 대단히 매력적인 역사추리소설입니다.. 게다가 그 자극적 폭력성과 함께 범죄적 양상으로 단서를 찾아나가는 방식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의도한 한 시대의 혼란소러운 역사적 진실과 그 현장감을 독자로서 대단히 입체적 이미지로 떠올리게 만든 작가의 문장력과 그 표현력에 찬사를 보내 마땅하지 싶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미스터리적 흐름이긴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시대상의 현실감이 이를 상쇄하기엔 충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더 두드러지죠, 앞서 말씀드린 역사소설속에서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감정적 동요까지 이끌어내는 현실감은 아주 뛰어납니다.. 이 작품의 설정과 인물의 배치는 어느정도 탐정소설류의 구성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축축하고 습기 가득한 북유럽판 자극적 홈즈와 왓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도 될 듯 싶기도 하구요, 작가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그 시대의 사회적 현실의 현장감을 이끌어내려고 매우 많은 고증과 역사적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작가가 연이어 집필했다는 '1794년"이라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구요, 우리보다 더 야만스러운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역사에 니나 내나 다를거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그렇기에 인간은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살아야되는거얌, 무시하고 거부하고 배척하고 외면하지말고, 어이 이 자식들아....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