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벰버 로드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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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아가는 현실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그렇게 다르지가 않습니다.. 제가 정해놓고 만들어놓은 상황적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의 패턴의 영역속에서 추가적 패턴의 활용을 이끌어내며 우린 반복적인 삶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변인들과의 감정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감정의 연관성을 지니고 살아가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를 조금 낮추거나 포기하면서 맞춰 살아가는 것이죠, 누구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살아가는게 가장 편하고 또 문제가 없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죠, 한번 경험되고 습관처럼 이어진 행동들은 쉬이 변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집니다.. 자신조차도 이러한 방식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어느순간 마음이 새로움과 변화를 요구하더라도 이러한 삶의 패턴은 요요처럼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를 잠식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우린 마음으로나마 상상을 펼치죠, 그리고 그 상상의 입체화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대체물에 즐거움과 공감을 얻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일탈은 언제나 가장 무섭고 매력적인 욕망중의 우선순위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만약 저지르고 싶다면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2. 솔직히 이 시대의 중년으로서 사는게 녹록치가 않습니다.. 힘들어요,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도 쉽진 않습니다.. 활기와 밝음은 어느새 삶의 무게에 짓눌러 자취를 감춰버린 것 같죠, 찌들린 생활의 반복이 주는 무력함은 잠드는 그 순간 머리를 누이면 또 다른 시작의 내일에 대한 무력함이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조금이라도 나를 찾고 싶죠, 나의 삶과 나의 여유와 나의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그렇게 자신의 일탈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삶의 반복에서 우린 가끔 행복한 일탈을 꿈꾸곤 하죠, 이른 바 여행이라는 가장 매력적이고 도덕적이면서 즐거운 행동이죠, 가족 모두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혼자라는 상상속에서 그나마 스스로를 힐링하는 좋은 계기가 되곤 합니다.. 이른 바 훌쩍 떠나고 싶은 것에 대한 어느정도의 보상이라고 해야겠죠, 그렇다고 훌쩍 떠나고 싶은 욕망이 사그러지는 것은 아닐터이니 우린 언제나 또다른 상상적 일탈을 대신한 대상을 찾습니다.. 델마와 루이스가 그러했고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고 수많은 소설과 미디어에서 이러한 삶의 일탈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생존을 위한 삶의 끝자락을 부여잡는 이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삶의 매듭을 다시 푸는 이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까요, 특히나 광활한 미국의 대지를 관통하는 루트66의 이미지는 일탈과 새로운 변화에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죠, 이렇게 생존과 시작을 목적으로 뉴올리언스의 남성과 오클러호마시티의 여성이 달러스를 지나 새로운 세상의 목적지인 서부를 향하며 도로에서 마주합니다.  이 도로를 작가는 편의상 "노벰버 로드"라 지칭한 모냥입니다.. 아님 말구요,


    3. 왜 노벰버냐하면 1963년 11월에 미국에서 벌어진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 결혼 기념일도 잊어버리는 마당에 미국 대통령 암상당한 날이 무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만 여하튼 그해 11월 22일은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의 중남부 달러스에서 암살을 당한 날이죠, 교과서에 나오지만 그 시간에 주무셨더라도 영화를 보시고 미국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은 익숙하실겝니다.. 여러 음모론이 존재하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또다른 이야기의 굴레가 만들어집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프랭크 기드리라는 인물은 뉴올리언스에서 살아가는 마피아의 중간 보스이죠, 그는 카를로스가 이끄는 루이지애나 마피아의 실세중 한명입니다.. 그리고 카를로스의 오른팔격인 세라핀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 인물이죠, 그런 그가 카를로스의 명으로 인한 임무가 대통령 암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칩니다.. 이를 눈치챈 기드리는 생존을 위해 서부로 도망을 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소도시의 샬럿은 두명의 여자아이와 술을 끊지 못하는 남편과 하루하루의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는 여성입니다.. 자신의 삶을 미처 만들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가정을 꾸리게 된거죠, 나쁘진 않지만 자신을 바꾸지 못한 체 알콜 중독으로 살아가는 남편과 여유없는 삶의 정체성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떨쳐버리고 두 아이와 함께 무조건 집을 나섭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LA에 거주하는 이모에 대한 생각만 가진 체 그녀는 서부로 향합니다.. 그리고 기드리는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된 사실로 인해 암살자의 추적을 받게 되죠, 어떻게 해서든 추적을 따돌리고 생존해야만하는 절대절명의 시간이 차츰 다가오고 기드리는 우연히 자신의 자취를 감출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4. 로드 무비입니다.. 흔한 일탈과는 다른 대단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설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랑과 감성이 충만한 매우 로맨틱한 대중소설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삶과 세상의 부대낌속에서 힘겹고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중년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63년의 이야기죠, 과거는 항상 꾸역꾸역 밀려오는 애틋함을 가지는 시간입니다.. 미국은 특히 그러하겠죠, 그들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아픔을 경험한 시기였을테니까요, 그 사건으로 인해 개개인의 삶의 울타리가 이처럼 변화된 이도 적지않을터입니다.. 소설속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미국인들의 허탈함과 허무함과 슬픔을 우리 역시 아니, 저 역시 겪고 느껴본 바가 있습니다.. 여하튼 그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이 작품은 범죄의 세상속에서 현실로 도망친 인물이 만나게 되는 자신의 진실의 이면을 보여주고자하는 듯 합니다.. 그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인물임을 되새기면서 그 흔한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해본 김현식의 노래처럼 뒤늦게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와 함께 우연히 그들 만난 한 여성은 자신에 주어진 자신과 주변의 세상에서 그녀의 주체적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그녀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것이죠, 이 작품은 그러한 남성과 여성의 시선과 심리를 아주 적절하게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스릴러소설로서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이들은 쫓는 암살자의 입장에서도 그 위력을 과시합니다.. 이러한 3인의 조합은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죠, 범죄속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던 남성과 반복되는 삶에서 주변을 바라보던 여성과 폭력과 살인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암살자의 관계는 제가 여태껏 보아온 작품들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구성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그 결말이란,,,,


    5. 그리고 이 작품은 케네디가 죽은 후 벌어진 일주일간의 이야기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우린 세상의 모든 감정을 느낍니다.. 기드리가 느끼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샬럿이 느끼는 죄책감과 기대감을, 바로네가 느끼는 분노와 허탈과 무력감을 말이죠, 그리;고 세상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말이죠, 이 작품은 자연스레 읽힙니다.. 뛰어난 가독성과 집중도를 가지고 독자들을 책에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죠, 언제나 단순한 스릴러속에 뛰어난 감성이 갖춰지면 독자들은 환호를 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이 그러한 작품중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설속의 폭력과 과격한 범죄적 행위는 매우 단순하고 무정하기까지 한 느와르의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감성은 그러한 느와르가 아니더군요, 로맨스이자 성장소설이라는 감성이 지배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작가가 작품속의 인물들을 통해 구현하고자한 가장 단순한 인간의 감정의 내면을 그의 노력으로 그려낸 것 때문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작품의 배경 때문이든 작가의 감성 때문이든 이 작품은 일종의 고전의 클라식함이 가득합니다.. 매우 뛰어난 대중소설의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이끌어낸 대중적 공감과 전형적일지 모르지만 그 감성의 감동적 여운은 읽고 난 이후로도 제법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6. 대중소설이 주는 즐거움에서 최우선 순위는 재미죠, 그리고 아울러 감동과 감성이 공감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겝니다.. 전 그런 작품을 대중소설로서 최고로 여기고 그렇게 독후감을 기록하곤 하죠, 대중은 거의 비슷한 감성과 느낌으로 작품을 대합니다.. 그래서 대중소설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것이죠, 이 작품 "노벰버 로드"는 한해의 시작에서 만난 가장 멋지고 재미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저만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이 작품은 소설속의 모든 이야기나 표현이나 심리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루 버리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문장속에서 간결하고 때로는 무정한 묘사들이 오히려 이 작품속의 모든 감성과 폭력성과 범죄와 사랑의 로맨스와 세상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만큼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죠, 누그든 이 작품을 대하신 분들이시라면 쉽게 떠올릴 입체적 이미지는 이 작품이 어떤 매력을 가진 것인 지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득 이러한 감성과 인물의 내면과 범죄적 세상의 폭력적 미학등을 영화적 이미지로 그려내기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작품은 그만큼 문장속에서 숨쉬며 그 생명력을 독자들과 공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해봅니다.. 루 버니의 전작인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심리적 공감대가 이 작품에서는 더욱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스릴러소설로서의 매력까지 , 딱 제가 원하고 기대한 스타일 그대로 다가오는 이 즐거움을 여러분도 한번 느껴보시면 좋으실 듯, 물론 이런 소설속 일탈의 상상도 혼자만으로 그려보는 비밀스러운 욕망도 함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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